대왕암공원과 지의류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1-08-23 0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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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뭐 되겠노 뭐 되겠노 했던 돌산이 이래 공원이 됐다.”


울산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에서 데크를 따라 기암절벽을 보고 나오는 한 할머니의 말이다. 이색 시설이 주는 즐거움과 자연 비경의 놀라움, 높은 곳에 대한 약간의 무서움을 느끼며 출렁다리를 건너고 나면 전설바위길이 펼쳐진다. 바위 전설은 사람들이 만들어 냈을 것이나, 그 기암바위들은 몇천 년을 그곳에서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바다의 물빛도 고와 그야말로 절경 중의 절경이었다. 


나무 데크를 따라 둘레길을 걷다 보니 바위 표면이 얼룩덜룩하다. 돌에 회색, 노란색, 녹색 페인트를 뿌렸나 싶기도 하다. 이것은 땅 위를 덮고 있는 옷이라는 뜻을 지닌 “지의류(地衣類, Lichen)” 생물이다. 빛과 공기 순환이 잘되는 곳인 산책로와 등산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생물은 나무 수피와 바위에도 있었는데 규모가 꽤 커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됐음을 짐작케 한다(사진 1). 

 

▲ 사진 1. 대왕암공원의 암석에 자라난 다양한 지의류

 

지의류는 생물학적으로 곰팡이다. 특이한 점은 곰팡이 안에 조류가 공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류는 새(bird)가 아니라 녹색조류(algae)다. 이끼와 비슷한데 이끼와 지의류를 육안으로 구분하려면 물을 뿌려보면 된다. 점점 진하게 되면 지의류다. 그래서 비 온 다음 날 더욱 잘 보인다. 지의류를 구분하는 다른 방법은 현미경으로 내부 구조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단면을 보면, 녹색의 표층이 조류층이고, 아래 촉촉한 수층이 곰팡이 층이다(사진 2). 이 녹색층 조류는 광합성으로 탄수화물을 만들거나 대기 중의 무기질을 이용해 영양분을 얻는다. 이를 곰팡이 균류가 이용하고, 조류는 균류로부터 수분 등을 공급받는다. 둘은 공생관계에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지의류는 조류나 균류가 단독으로 살아갈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 대왕암공원처럼 낮 동안은 직사광선과 바닷바람으로 뜨겁고 습하거나 건조한 지역, 밤과 겨울에는 추워지는 변화가 많은 지역에서도 지의류는 자랄 수 있다. 또한 땅은 생명체의 도움으로 형성되는데 그 선봉장이 지의류다. 예로, 화산 용암이 굳은 곳에서 처음 나타나는 것이 지의류다. 곰팡이 균사가 자랄 때, 암석을 파고들어 쪼개면 암석이 토양화된다. 이후에야 비로소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고산지대 꼭대기 척박한 지역에도 지의류가 자리 잡고 있다. 

 

▲ 사진 2. 지의류의 단편도

지의류는 형태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한다. 돌등에 지의체가 가근과 아랫면이 없이 바로 붙어 자라면 가상(고착)지의류(사진 3A), 나무 수피 등에 고등식물의 잎 모양을 띠고 있으면 엽상지의류(사진 3B), 나뭇가지와 같은 모양이면 수지상지의류다.

 

▲ 사진 3. 대왕암공원에서 볼 수 있는 지의류의 종류 A. 가상지의류, B. 엽상지의류

왜 필자는 대왕암공원에 출렁다리를 타보러 갔다가 지의류를 유심히 보았을까? 그것은 지의류가 오래전부터 대기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환경지표생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8년 우주공간에서도 생존한 생물로 알려진 만큼 지의류는 지구상의 툰드라, 사막, 바닷가, 화산암 등 여러 곳에서 살아간다. 지의류가 사는 곳은 기본적으로 청정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지의류가 사라진다. 오염에 적응한 지의류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환경요인에 영향을 받아 특정 지역에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지역의 대기질과 습도에 영향을 받는 지의류를 통해 우리가 사는 곳의 환경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국립수목원, 2015). 


대왕암공원에는 코로나 시기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쓰레기”가 남는다. 바위 밑에 살포시 놓아둔 배즙 봉지가 있다(사진 4A). 고운 옥색 바다 위에는 쓰레기 섬이 생겼다(사진 4B, C). 거대한 바위들이 약해 보이지 않고, 지의류의 규모가 하루아침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지의류가 단시간에 소멸될지, 변함없이 오랜 시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역과 지의류에 대한 지속적인 관측과 기록이 필요하다. 

 

▲ 사진 4. 대왕암공원 일대의 쓰레기 A. 넙디기 바위의 풍경을 감상하고 남기고 간 배즙과 봉지 쓰레기, B. 앞바다 쓰레기, C. 대왕암 입구 절벽에 모이는 해양 쓰레기

지난 2011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전문연구기관, 시민과학자, 동호회 등이 함께 참여해 한국의 생물다양성을 관측하는 네트워크인 K-BON(Korea Biodiversity Observation Network)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변화를 관측하고 보전하기 위해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사진 5). 이곳에는 전문가, 시민과학자, 동호회들이 곳곳에서 관찰한 생물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있다.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울산도 같은 필요성이 대두됐다. ‘울산시는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해 지속적인 생태자원 조사가 필요한 현실…시민생물학자처럼 시민들이 주체가 돼 조사활동을 벌이는 것이 지속성을 담보하는 현실적 방안이다.’(울산저널, 2020.10.22. 기사) 요즘은 도시의 건강성을 생물다양성으로 평가하는 시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수의 관련 종사자가 여러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지의류는 동정이 어려운 분류군에 속한다. 그런 와중에 2015년 국립수목원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지의류 199종에 대한 <지의류 생태도감>을 출판했다. 이를 이용해 개인이나 단체가 대왕암공원의 지의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K-BON에 기록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다. 

 

 

▲ 사진 5. K-BON 홈페이지. 울산생명의숲 동호회에서 모니터링하는 울주군 범서읍(빨간 표시)

울산의 자랑거리, 대왕암공원. 그곳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자연을 자기 정원처럼 생각한다면 어떨까?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다시 가져오면 어떨까? 이것은 이제 필수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의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선택도 하길 바라본다.

※ 참고문헌
국립수목원, 2015. <지의류 생태도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지의류 199종>. 지오북. p. 256.
울산저널, 2020.10.22. ‘생태자원조사, 시민참여로지속성담보해야’

네이처링, https://www.naturing.net/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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