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먹보와 털보>

배문석 / 기사승인 : 2021-12-21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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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

비(정지훈)와 노홍철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눈길

 

<무한도전> 그리고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의 대표작이다. 공중파 방송국 MBC에 입사한 뒤 걸어온 20년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리고 ‘스타 PD’로서 높은 위상과 예능 프로그램의 신세계를 열었던 전설 같은 기록들이다.

 

그런 그가 2021년 9월 7일, SNS를 통해 2021년 12월을 끝으로 퇴사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다시 이목이 집중됐다. 그동안 인기를 누린 공중파 예능의 연출 PD들은 대부분 높은 몸값을 보장받으며 이직했지만 김태호는 무성한 소문에도 한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큰 아쉬움만큼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 12월 11일, OTT 채널 넷플릭스에 선보인 <먹보와 털보>. 김태호가 MBC를 떠나면서 만든 마지막 작품이다. 그런데 공중파 방송 중 넷플릭스와 기획 단계부터 협업해 완성한 최초의 작품이라 눈길을 끈다. 연출뿐 아니라 제작 인력이 모두 MBC 구성원이지만 정작 TV로는 방영되지 않는 작품이 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래된 플랫폼 ‘공중파’ ‘지상파’를 떠나 전 세계 시청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대형 OTT를 통해 새 출발을 알린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기존 예능보다 훨씬 더 많은 제작비의 결과물로 확인할 수 있다. 

 

김태호는 가수 비와 예능인 노홍철이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찍고 편집하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원래 많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예능을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촬영 컷이 많은 것은 기본. 정교한 드론 촬영은 물론이고 화면의 질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거기에 김태호의 주특기인 ‘자막’ 활용도 훨씬 화려하고 정갈했다. 음향도 신경을 써서 제작 발표회에 5.1ch 스피커로 들어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다만 두 명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태호는 ‘개인주의자’ 비와 ‘이기주의자’ 노홍철의 조합이 신기했다지만 그렇게 신선한 결과는 아니었다. 비는 여행 도중 음식을 만드는 ‘쿡방’과 맛난 음식을 즐기는 ‘먹방’을 책임진다. 호들갑스러운 노홍철은 둘만이 나오는 장면 속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채우고 과감한 설정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원래 취지였던 ‘여행 속 힐링’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낯선 여행이 주는 설렘과 만남에서 주는 위로는 의도만큼 전달되지 않았다. 특히 제주도에서 이효리, 이상순 부부를 만나는 과정은 과거 예능에서 여러 번 봤던 익숙한 장면 아닌가. 그저 대화의 수위가 공중파 방송을 넘어선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다만 해외 시청자들을 염두에 둔 설정들이 있어 흥행 성적은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다. 예능으로 보기 드물게 이틀 동안 국내 1위를 찍고, 상위권을 유지 중이며 세계 순위도 상승세다. 노홍철이 자신을 싸이의 <강남 스타일> MV 출연과 세계 1위 그룹 BTS가 자신을 패러디했다고 자랑한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이른바 ‘한류’가 세계 대중문화에서 주목받는 ‘K콘텐츠’가 된 시점에, 대한민국 최고 예능PD의 도전이 먹힌 셈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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