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빚 물려받는 아이들과 구제 나선 울산지역 지방의원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1-12-20 0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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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당연하지만 나도 실수를 한다. ‘한다’ 정도가 아니라 제법 많이 한다. 지난주에도 같은 시간에 크고 작은 복지 이야기와 함께 최근 정보를 전달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실수를 했다. 미성년자의 부모 빚 상속제도를 손보기 위해 나선 정부 이야기를 하다가 사고를 친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정부 조치에 호응하거나 이보다 앞서 관련 조례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으니 울산시도 관련 조례를 만들고, 부모 빚을 대물림받아야 하는 아이들을 발굴한 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방송사고다. 시간에 쫓겨 원고를 작성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아서 그런 조례는 없으려니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이날 방송 정보를 내가 속한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 올리고 있는데 윤덕권 울산광역시의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소장님 올린 글 보고 생각이 났는데 울산에도 관련 조례가 있어요. 작년에 김선미 의원이 대표 발의해서 통과가 됐습니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급히 ‘자치법규 정보 시스템‘을 검색했다. ‘울산광역시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방지 지원 조례’가 보란 듯이 나타났다. 아뿔싸! 혹시나 해서 구·군청도 살펴보니 안영호 중구의원이 대표 발의한 ‘울산광역시 중구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방지 지원 조례’도 있었다. 미안함과 감사함이 교차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내가 우리 의회를 너무 얕잡아 보는구나.’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 자리를 빌어서 김선미 울산광역시의원과 안영호 중구의원, 두 분께 사과드린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부모 빚 물려받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려고 하는지 살펴보자. 일단 정부는 범부처 대책팀을 구성하고, 법률 지원체계를 신속하게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민법에서는 친권자 또는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경우 상속인은 재산과 빚을 모두 상속받도록 돼 있다. 고인의 빚이 재산보다 많으면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미성년자가 일정 기간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상속을 받되, 채무는 재산 범위 안에서만)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으로 간주하고 부모의 재산과 빚을 모두 떠안게 된다. 성인들도 크게 다를 게 없지만 특히 청소년들은 법적 지식이 부족해서 대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성년자가 파산 신청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법률지원 대상자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유형은 유족으로 미성년자만 있고 친권자나 후견인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서 상속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같은 법률지원과 후견인 선임 신청 대리에 있어 조력을 받게 된다. 두 번째 유형은 유족 가운데 미성년자와 별거 중인 친권자가 존재하지만 친권자로부터 법적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서 법률지원이 필요한 경우다. 친권자 지정 신청과 미성년자 후견인 선임이 더해진다. 세 번째 유형은 유족 가운데 친권자와 미성년자가 동거 중이지만 해당 친권자에게 친권제한 선고가 내려지거나 친권자가 질병이 있어서 의사표시에 제한이 있는 경우다. 사실상 친권자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같은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미성년자 문제는 법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수다. 이번 조치는 지자체의 민원·행정부서와 복지부서,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세 기관이 서로 연계하도록 이어져 있다. 민원·행정부서는 친권자에 대한 사망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상속제도 안내문을 배부하고, 지원 대상자를 일차적으로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 법률지원이 필요한 미성년자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대상자를 복지부서로 연계하는 역할이다. 채무상속 위기에 처한 미성년자가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하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복지부서가 나선다. 복지업무 담당 공무원이 법률지원 서비스 신청서 작성을 돕는 한편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파악해서 연계하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지자체가 당사자를 찾고 복지지원 방안을 연계하는 동안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실질적인 법률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게 나라다. 국가의 당연한 의무가 정부와 지자체의 촘촘한 연결망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당신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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