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우리의 삶을 공정하게 담는가

신미옥 울산고운중학교 교장 / 기사승인 : 2021-09-07 00:00:47
  • -
  • +
  • 인쇄
교육 톺아보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영원한 삶을 희망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사후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을 소망했다. 그들은 사람이 죽고 나면 영혼의 무게를 달아 영원히 사라지게 할지 아닐지를 결정한다고 믿었다 한다. 깃털이 올려져 있는 양팔 저울 다른 한쪽에 그 사람의 삶을 고스란히 증명해줄 심장을 올려 기울기를 본다고. 심장의 무게가 깃털보다 무거우면 그 심장을 사후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이 먹어버림으로써 그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살아생전 어떻게 살았는지 고스란히 심장에 새겨져 있다고 믿었다.


‘평균 시수에 가깝게 시간표를 짜야 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2학기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1학기에 비해 수업 시수를 적게 만들자 하지 않았느냐’하는 문제제기 앞에서 나는 숫자로 표시된 교사들의 총 시수를 담은 숫자 앞에 멈췄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될 2학기 교육과정을 담아낸 숫자였다. 숫자에 담을 수 없는 낱낱의 수고스러움이 나를 멈추게 했다. 개개인의 총 시수와 시간표를 견줘 가며 꼼꼼히 읽었다. 시간표 안에 분명 있는 수업이 총 시수에서는 빠져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시간표는 공동체에서 논의한 것을 담아낸 것이라고, 평균 시수보다 많은 사람의 숫자는 본인이 수업을 더 많이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본인은 시간표에 있는 것을 굳이 총 시수에 담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그러면서 ‘숫자에 담을 수 없는 것은, 나머지 많은 수고로움은 어찌해야 하느냐?’고 담당 선생님이 반문하신다. 


시간표에 담지 않았지만 우리가 함께했던 1학기의 모든 생활 하나하나가 생각난다. 정말 보이지 않는 손길들은 무엇으로라도 담아낼 수 있을까? 그래도 시간표에 있는 시간은 총 시수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 어쭙잖은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구태여 꾸린 공동체 회의에서 만난 것은 현명한 답이기보다 우리의 삶은 숫자로 충분하게 담을 수 없다는 점만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2월이면 평균 시수 앞에 예민하다. 교사로서 삶이 숫자로 수렴되길 요구하기 때문이고. 단순 명료한 숫자 앞에 복잡한 우리의 삶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표는 교사가 아이들을 만나는 삶을 계획하여 가시화한 것인데, 시간 안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인 까닭에 평균값에 맞도록 총 시수를 짜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동료로서 서로 비슷한 삶의 무게를 지고 싶다는 우리의 얇은 양심은 우리를 기준점인 평균 시수 앞에 옹졸하게 서성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나마 두 자리로 표시되는 허약한 숫자가 교사로서의 각자 다르게 짊어지는 하루하루 삶의 무게를 합리적으로 평균화하는 것이고 최선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학기를 보내고 난 우리는 숫자로 담아내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됐다. 각자 독립돼 있지만 될 수만 있다면 ‘일심동체’이고 싶은 소망을 품고 살아가 보았다. 우리가 꾸려가는 공동체 품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아이들을 만나는 전 과정에서 쪼개진 각자에게는 없지만 하나로 이어진 공동체 안에서는 분명 있을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1학기에 우리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문제에 거의 일심동체로 생활했다. 일주일 지나면 모두가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고, 힘을 다 쏟고 난 뒤의 지친 몸은 우리가 한 배를 탔고, 어떻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우리를 더 똘똘 뭉치게 만들어 주었다. 일반 학교에서 각자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우리가 대안 교육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자꾸 숫자로 수렴되는 세상이 여전히 공정하다고 여기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의 사후세계를 관장했던 신 앞에 있던 깃털 놓인 양팔 저울에 우리의 심장을 올려놓는다면 어떨지 참 궁금하다.


신미옥 울산고운중 교장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신미옥 울산고운중학교 교장 신미옥 울산고운중학교 교장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