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을 꿈꾼다

조숙 시인 / 기사승인 : 2021-08-17 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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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상

바다를 보면 꿈을 꾸게 된다. 시원하게 드넓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리고 싶어진다. 육지의 도로처럼 노란색 중앙선이나 줄무늬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지 않은 바다. 틀이 없는 길을 무한의 속도로 꿈꾸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바다에는 정해진 길이 없는 것일까. 육지에 오르기 위해서 필요한 접안시설을 외에는 자유로운 것일까. 


산을 넘어가는 길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만들어졌다. 오솔길은 걷기에 편할 뿐 아니라 걸으면서 물도 마실 수 있고 적당한 나무 그늘이 이어져 햇빛도 피할 수 있다. 남구 사람들이 즐겨 오르는 문수산과 남산은 산비탈을 따라 둘러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높낮이가 가파르지 않고 오래 걸어도 무리가 없다. 나무와 풀들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이르게 되고 또 아름다운 길에 홀려 따라가다 보면 하산하게 된다. 


걸릴 것 없는 바다의 항로도 누군가 최초로 항해하면서 생겨났을 것이다. 예전에는 동력을 대신할 자연풍을 기다려 운행했다. 그리고 위험에 빠졌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육지 가까운 곳을 뱃길로 이용했다. 과거에 우리나라와 무역이 빈번했던 중국 무역선의 경우 장기간의 운행으로 인해 식수를 보충해야 하거나, 환자가 발생했을 비상시를 대비해 육지 가까이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불빛을 밝혀 길을 안내해 주는 근대적인 등대가 생기기 전에 날씨가 나쁘면 봉화나 종, 꽹과리, 고함 지르기 같은 것으로 안내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신 육지 가까이 다님으로써 항로가 길어지고, 암초가 많아 위험했다. 


뱃길은 크게 화물이 다니는 뱃길과 사람이 다니는 뱃길로 나눠진다. 화물선이 이용하는 뱃길은 수심이 깊어야 하고 화물 운반을 위한 기반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곳으로는 인천과 부산이 있다. 광양, 인천, 울산, 평택·당진도 컨테이너 항만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이 이용하는 여객선 항구는 인천·목포·여수·통영·마산·부산 등이다. 여객선들은 주로 연안 도서를 운행하는 배들로 목포가 가장 많은 항로를 갖고 있다. 바닷가 어촌 마을의 포구는 대부분 고기를 잡기 위한 항구다. 화물선이나 여객선, 고기잡이배를 위한 항구에는 모두 신호등이 있다. 붉은색과 초록색 빛 사이로 출입해야 하며, 위험한 암초 위치를 알려주는 등부표를 보고 뱃길을 잡아야 한다. 출입구나 공사구간, 또는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를 알려주는 표지들은 바닷길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바다 표면을 떠다니는 뱃길처럼 바다 속에도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 바다 속의 길은 서해안이나 남해안의 썰물로 드러난 갯벌에서 볼 수 있다. 낮은 구릉처럼 바다 밑이 드러나고 그 구릉 사이로 물이 흐르는 물길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어와 게, 조개, 물고기 같은 바다생물에게도 자신들의 길이 있을 것이다. 


“나는 문어. 꿈꾸는 문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나는 문어. 잠을 자는 문어. 잠에 드는 순간 여행은 시작되는 거야. 높은 산에 올라가면 나는 초록색 문어. 장미 꽃밭 숨어들면 나는 빨간 색 문어. 횡단보도 건너가면 나는 줄무늬 문어. 밤하늘을 날아가면 나는 오색찬란한 문어가 되는 거야. 아아아아. 깊은 바다 속은 너무 외로워. 춥고 어둡고 차갑고 때로는 무섭기도 해. 에에에에.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참 우울해.”-안예은 노래 <문어의 꿈> 


시원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바다에도 외롭고 춥고 어둡고 차가운 세계가 있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꿈을 꿀 때는 정해진 길이 없다고 상상하게 된다. 그렇지만 현실에 바탕을 둔 꿈은 정해진 길을 따라 규칙대로만 꿈을 꿀 수 있다. 육지에 사는 것이 외롭고 힘들다면 바다에 대한 꿈을 꾸자. 물고기 사이를 헤엄치는 줄무늬 사람이 되고, 산호초 사이에서 분홍색 사람이 되고, 다시마 숲을 날아다니는 초록색 사람이 되어보자. 그렇게 꿈을 꾸면서 길을 만들어 보자. 너무 덥다.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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