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부모 마음은 다 같은 마음이겠죠?

전진석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 기사승인 : 2022-04-13 00: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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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흘러가는 시간을 애써 잡으려 했던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부족한 것들과 안타까운 나날이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나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에… 10여 년 전 이맘때 제가 바랐던 것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평온한 가정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마음의 안식처를 원했습니다. 누구나 바라던 일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들더군요. 왜 하필 바라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그땐 그랬습니다.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던 건지 모르겠네요. 장애아동의 부모로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삶일까? 정말 내가 살아가면서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고민과 앞날의 걱정들이 평범한 일상을 바랐던 제 삶의 무게를 더 짓누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받아들인다는 마음이 이토록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주변의 환경과 시선을 견뎌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이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좀 더 빨리 받아들이고 알아주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는데 하는 일들이 지금 그렇게 남아있습니다.


말이 쉬운 거지 대부분 장애아동 부모님들이 겪는 일들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아인 조금 느리게 가는 아이야. 좀 더 지나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이죠. 현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냉혹했으며 배려가 없었습니다. 더는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품에 안겼던 내 두 작은 아이들은 이제 제가 힘들 때 안아주네요. 또래 아이보다 많이 느렸던 첫째는 그 어떤 말도 못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괜찮을 거라고, 그 말들을 믿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냥 현실에서 눈을 돌렸을지 모르겠습니다. 호명 반응도 없었으며, 일반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점점 통제가 되지 않아 결국 진단을 받고 발달장애 아이가 됐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고 통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하고 입소 자체를 거부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 당시 선입견과 편견 속에서 감내해야 했던 시선 폭력들은 아이의 성장에 아픔이었고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늘 함께했습니다. 수많은 부조리 속에서 생기는 피해의식은 메마른 땅 위 힘없는 물고기와 같았습니다.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힘든 시기를 지나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해야만 했습니다. 주변에 정보가 없었으며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비슷한 사례를 가진 부모님들의 교육 후기들 뿐이었고, 저희의 판단에 좀 더 나은 환경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노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관련 서적들과 언어치료, 인지치료, 감각통합치료, 놀이치료, 음악치료 등 순서도 방법도 없이 무조건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건 다 했습니다.


그 시간들과 경제적인 문제로 수많은 갈등과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바우처 정보라든지 특수어린이집, 통합 유치원 정보 등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찾지 못해 아까운 시간과 경제적인 요소들을 허비해야만 했습니다. 장애아동 부모님들은 처음부터 이런 걸 대비하고 있지 않았기에 그럴 수 있습니다.


표면상 눈에 띄지 않는 장애들은 대수롭지 않게 흘려 버리는 게 많습니다. 아마 저처럼 느끼는 부모님들도 많으시겠죠. 조기에 발견을 했더라면… 한 고비를 넘길 즈음 둘째마저 발달장애 아동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지금은 덤덤하게 글을 써 내려 가지만, 두 아이의 복지 카드를 받고 나니 내려놓을 감정 따위는 찾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첫째가 그랬으니 둘째는 수월할 거라며… 하지만 저는 첫째와 전혀 다른 둘째의 성향을 마주하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부모 마음은 다 같은 마음이겠죠? 어떻게 포기하고 제자리에 머물 수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할 뿐이겠죠. 과연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데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다를까요? 물론 차이점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같습니다. 바르게 성장해서 올바른 마음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 있게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틀린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더는 혐오대상이 아닌, 모두가 함께 어울려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밝은 미래를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대상이 아니라 내 아이들과 여러분의 아이들을 위해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정부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구체적인 제도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기반이 구축돼야 하고 현재 교육환경이 개선돼야 합니다. 연령에 맞는 지원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입니다. 약자를 위한 사회에서 그 정의가 실현될 때 우리가 바라는 세상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전진석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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