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공부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9-07 0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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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아내가 내게 책 한 권을 슬쩍 내민다. 아이랑 육아지원센터에 간다더니 책 몇 권을 빌려온 모양이다. 무슨 책인가 봤더니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딱 봐도 남자아이를 둔 아빠가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동안 아내는 아이의 아빠로서 내가 못마땅했나 보다. “좋은 아빠가 되세요”하고 말하는 것 같다. 난 이미 좋은 아빠 아닌가? 다른 아빠에 비해 아이에게 쏟는 시간이 적지 않다 생각한다. 주말이면 남다르게 아이랑 놀아주려고 노력하는데 말이다.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지만 제발 다른 아빠랑 좀 비교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 앞에서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었다. 그랬다간 “헐~”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을 게 뻔했다.


아내가 권한 책을 받아들고 아빠를 위한 책들이 대부분 대동소이하지 않나 생각했다. 전에 아빠가 읽는 도서를 한두 권 정도 접한 적이 있어 솔직히 마음이 가진 않았다. 아빠 공부 삼아 일터에서 짬을 내 책을 펼쳤다. 아빠가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나열이었다.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기 위해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 것 같았다.


이 책을 아내에게서 받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이가 제시간에 유치원 버스를 타야 하기에 조금 서둘러야 했다. 마침 오전에 고객과 약속이 잡혀 늦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아이가 속도를 내줘야 했다. 시간이 임박하자 아이의 더딘 행동에 화가 났다. 그만 참지 못하고 옷을 입고 있는 아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힘껏 때렸다. 찰싹. 아차 싶었다. 좀체 손찌검을 하지 않았는데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고 말았다. 우는 아이를 달래지도 나무라지도 못했다. 시계를 보니 버스가 가버린 시간이었다. 아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아이를 달랬다. 눈을 돌렸는데, 순간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밀려 왔다. 귀가하고 집에서 보려던 책을 집어 들고 가방에 넣었다. 작은 크로스 가방이 때아니게 두툼해졌다.


하루 중 알게 모르게 아이들도 성인들 만큼이나 많은 일을 겪는다는 걸 알았다. 매일 부모, 선생, 친구, 지인들을 만나며 작디작은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스트레스는 일상으로 이어지고 누적돼 무력함이 만성이 된다.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아이가 느린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막연히 아이들이 알아서 쑥쑥 자랄 거라는 생각에 그저 내 일에 집중하기 쉽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사에 귀 기울여 주고, 행위의 과정을 지켜보고, 피드백을 나누는 것이 아이의 성장과 아이와 아빠의 관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에 일하다 보면 가족들 생각하기 쉽지 않다. 요즘처럼 먹고 사는 문제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땐 긴장을 놓으면 실수하는 법이어서 일과 외에 다른 생각하기가 어렵다.


하루 중 먼저 전활 거는 건 늘 아이였다. 언제나 아빠가 곁에서 놀아주길 기대하며 전활 한다.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쯤이면 “아빠, 빨리 와”하며 “빨리”라는 말을 덧붙이는 걸 잊지 않는다. 알았다고 말하고선 집엘 들어가면 아이랑 함께하는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남짓이다. 이제 그 한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아빠 공부는 책으로도 해야겠지만 몸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 아이랑 많이 놀아줘야겠다. 분명한 것은 아이에겐 노는 게 보약이라는 점이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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