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자의 새해 소망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기사승인 : 2022-01-10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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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기

준비했던 시험 2개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기세를 몰아 1월부터 파트타임 일을 시작한다. 4대 보험 적용이 처음이라 설렌다. 전공도 살리면서 아이들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이제 운전할 일이 많아졌다. 네비게이션 보며 찾아가거나 로터리를 돌거나 골목에서 평행주차가 어렵다. 운전에서 쉬운 걸 찾는 게 빠르겠다. 초보운전을 더 크게 써서 붙일까 생각 중이다. 운전할 때 집중한다고 라디오도 안 튼다. 전방주시하면서 네비게이션을 힐끔힐끔 보는 게 안 된다. 차선 변경할 때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옆 차선으로 넘어갈 거라고 깜박이를 넣었다가 못 하겠다고 끄기를 반복한다. 내 앞에 경운기가 있어도 차선 변경하느니 느리게 가는 걸 택한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섰다가 맞은 편에서 차가 들어오면 허둥지둥한다. 운전 중에 어디선가 빵 소리가 들리면 ‘나한테 그러나?’ 괜히 찔린다. 


최근 도서관 주차장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주차할 거라고 움직이다가 상대 차와 바퀴가 꽉 맞물렸다. 진퇴양난에 빠졌다. 상대 차 주인께 연락을 드렸다. 주차하다가 사고가 날 만한 구도는 아니었기에 차주 분의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차가 그어진 건 아니어서 차주 분이 내 차를 주차해보기로 했다. 핸들을 움직임과 동시에 끼이익 소리가 나더니 상대 차 앞범퍼가 들렸다. 결국 보험처리를 했다. 멀쩡한 주차장에서 사고를 낸 후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로터리는 쥐약이다. 특히 점선으로 된 차선이 헷갈린다. 내 차선이라 생각하고 가는데 옆에서 차가 훅 들어오면 무척 당황한다. 몇 시 방향으로 빠지라는 말도 어렵다. 로터리 돌다가 진땀이 나서 등이 젖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운전하다가 공황 증상도 왔다. 핸들을 잡은 두 팔이 깁스를 한 것처럼 뻣뻣해지고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중앙 차선 건너 차가 마주 올 때가 무섭다. 차가 옆으로 지나갈 걸 알면서도 말이다. 1차선은 되도록 피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해 자율 주행이 보편화되길 바란다. 


주말에 남편과 로터리 도는 걸 연습했다. 다음 날 혼자 운전해서 계약서를 쓰러 갔다. 주차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 애먹었다. 공영주차장은 다 찼고 근처 빌라에는 견인조치 종이가 붙여져 있다. 집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과 주차에 걸린 시간이 같았다. 빈자리 찾다가 약속된 시간도 지났다. 초조한 마음에 빌라에 주차해버렸다. 역시나 계약서 쓰는 중에 차 빼달라는 전화가 왔다. 할 수 없이 만석인 공영주차장에 다시 갔다. 1시간만 주차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더니 허락해줬다. 차 빼고 넣는다고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녔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것만큼이나 운전이 걱정된다. 근무지가 남구인데 남구에 로터리만 3개다. 그래도 운전은 하면 할수록 느는 거니까 낫다. 로터리에 들어갈 때부터 비상 깜박이를 켜놓는다. 마음 같아선 차 뒤에 번쩍번쩍 전광판을 붙이고 싶다. 1년이 지나고 내 운전 실력이 얼마나 늘지 궁금하다. 운전한 지는 몇 년 됐는데 소박하게 가는 길만 다녔다. 주로 학교와 교회를 왕복하고 큰마음 먹고 친구네 가는 정도였다. 


운전을 잘 하게 되면 엄마 모시고 제주도에 가고 싶다. 네비게이션 따라 자유롭게 여행하는 그날을 소망한다. 새해에는 운전 실력이 팍팍 늘었으면 좋겠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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