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여 푸른 별 지구를 사수하라

윤은숙 화가 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장 / 기사승인 : 2021-08-18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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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코로나19 시대 장기적인 팬데믹 사태는 인간의 일상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는 엄청나게 피해를 본 인간에게는 죽이고 싶은 대상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생산하고 소비하며 개발하고 즐기며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는 일상을 누렸다. 너무도 평화롭고 자연스럽고 잘못된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불청객이 갑자기 나타나 우리를 괴롭히고 할퀴고 목을 조르고 목숨을 끊어 놓기도 한다. 일상이 비극으로 변해 버렸다.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고 뿔뿔이 흩어져 서로 거리를 두게 됐다. 과연 이 불청객은 어디서 왔을까? 누가 만든 것인가? 빨리 쫓아내고 싶은데 쉽지 않다.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의 친구처럼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 놈은 더 센 놈이라 더 두려운 존재가 됐다.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길을 잘못 들어섰다면 다시 그 길을 살피며 되돌아가 바른길로 다시 찾아가야 한다. 자연스러운 일상을 위해 우리가 괴롭힌 목숨들은 없었을까, 피해를 본 자연은, 멸종된 생명은, 죽어가는 지구의 생명체들은…


가슴에서 묻혀둔 통증이 느껴진다. 우리가 외면했던 자연의 생명이 마음에서 눈물짓는 듯하다. 지금의 불청객이 인간이 불러들인 사자(死者)가 아닌지? 인간이 원인을 만들었고 지금의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어떤 이들은 ‘지금껏 우리가 지구 환경을 파괴하며 누린 모든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은 팬데믹 앞에 속절없이 정지된 것이다.


최근에 파괴돼 가는 자연이 SOS를 예술가들에게 보냈나 보다. 지난 7월 10일 울산 장생포 연안에서 예술가들이 ‘가자! 고래 살리러 동해바다로’라는 기치를 걸고 연안환경미술행동 현장 퍼포먼스와 전시를 했다. 플라스틱으로 오염돼가는 바다. 고래뱃속에는 플라스틱이 한가득 채워져서 해안으로 밀려오고,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을 먹이인 줄 알고 먹은 새들의 뱃속, 그물 쓰레기에 갇혀 죽어가는 물고기들, 바다가 ‘SOS’를 외치고 있는 그림의 깃발, 낚싯대에 걸려 오는 쓰레기 물고기 등, 지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변해 가고 있다. 예술가들은 거대한 자본으로 공장의 쓰레기 생산을 멈추게 할 수 없고, 권력의 힘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 없다. 예술가들이 가진 재능으로 지금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 줄 수밖에 없다.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 예술가들이 모여 바다를 몸에 안고 고래의 말을 담아 절규하는 것이다. 이 전시는 울산노동역사관에서 8월 말까지 열리고 있다.


또 하나의 예술 발언이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시대를 표현하거나 극복하는 내용을 담은 ‘식민지구 2021-#코로나그램’이라는 순회전시가 부산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8월에 열렸고 9월에 울산노동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설치 작품 가운데 설치작품프로젝트팀 설치류의 ‘신종 바이러스 출현!-욕망덩어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수병으로 코로나19 변종을 나타내는 거대 플라스틱 덩어리를 표현한 지름 2미터짜리 구형 입체 작품이다. 중심부에는 살아 숨 쉬는 듯 빛을 뿜어내고 있다. 제작자들은 작가 노트에서 이 덩어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사회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의 식생활 패턴도 예외가 아니다. 밀접 접촉을 꺼리면서 소수를 위한 소비패턴이 증가하고 있고 편의점과 커피숍 등 일회용품의 사용도 늘어나고 있다. 이 역시 인간과 사회의 욕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욕망의 덩어리를 일회용품을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형태로 만들어 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멀리하기 위해 또 다른 환경적인 바이러스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코로나보다 더 큰 미지의 바이러스를 생산하게 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지금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일회용품이 다가올 미래에 암덩어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도 알아야 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예술가는 운동으로 사회를 변혁시키는 선동가가 아니다. 사회운동에 동참할 수는 있지만 환경단체 활동가도 아니다. 예술가는 현재의 상황을 예술작품으로 말하고 시민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다. 예술은 현실보다 앞서서 생각하고 상상하고 표현한다. 우리 예술가들은 말해야 한다. 오늘 우리 푸른 별 지구가 우주의 벼랑 끝에 걸린 지푸라기에 간신히 매달려 있고, 언제든 알 수 없는 우주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윤은숙 화가, 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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