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 낯선 삼일운동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2-04-11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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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 병영, 남창 삼일운동은 모두 4월에 일어났다. 언양은 4월 2일, 병영은 4, 5일, 남창은 4월 8일에 일어났으니 비슷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삼일운동은 언양은 천도교도, 병영은 청년회, 남창은 학성 이씨가 주도했다. 이는 당시 각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단체 또는 사람들이었거나, 사람들을 동원하기에 유리한 조직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언양과 남창의 주도 세력은 뿌리가 확실한 것에 비해 병영 만세운동 주도 세력의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병영청년회와 관련된 연구에서 그들이 경상좌병영이 건재하던 시기에 그곳에 있었던 중인의 자제가 아닐까 추측하기도 했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 경상좌병영 해체 이후부터 삼일운동 이전까지 지역을 주도하던 사람들에 대한 것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병영에서 삼일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이후 대표성을 갖게 됐고, 청년회 활동을 확장시켜 울산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주도했다. 언양과 남창에서 삼일운동을 주도한 사람들도 이후 청년회 활동이나 사회운동에서 이름이 보인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다.


지난 2019년 삼일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그 결과물이 지금도 나오고 있다. 그 중 <낯선 삼일운동>(정병욱, 역사비평사, 2022)이란 책은 앞으로 삼일운동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의 길을 제시해준다. 이 책에서는 기존 삼일운동 연구에서 엘리트에 치중돼 있던 시선을 민중으로 돌리려고 했다. 운동을 주도한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료가 적다는 한계가 있지만, 삼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그래서 삼일운동을 위대한 독립운동으로 만든 ‘주인공’인 민중에 주목하려는 시도는 낯설지만 신선하다.


앞서 언양, 병영, 남창 삼일운동을 보면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각 삼일운동을 주도한 세력이 다르고, 장날에 일어난 곳,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이밖에도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이런 작은 차이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큰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기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수백~수천 명이 참여했다. 이렇게 참여한 민중에 주목하며 그들에 관한 자료를 찾고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낸다면 삼일운동에 깊이와 넓이를 더해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삼일운동을 그렇게 보면 이전보다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삼일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며 각각의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삼일운동 관련 행사를 하는 곳이나 지역의 삼일운동을 소개할 때 왜곡, 과장하거나 다른 지역과 비교하며 자기 지역의 삼일운동을 추켜세우는 일이 있다. 이는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을 신화화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민중은 숫자로 만들어버린다.


대단한 일을 더 대단한 일로 보이려고 가치를 훼손하기보다는, 지역에서 일어난 삼일운동 본래의 가치를 인정하고 우리와 좀 더 가까운, 그래서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작업,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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