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 봄날의 캠퍼스

원영미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객원교수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2-04-04 0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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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대학 캠퍼스는 청춘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합니다. 두 할미꽃은 매년 피던 그 자리에서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모습을 드러냈고, 벗꽃은 활짝 피었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계절도 그렇고,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멈춘 듯했던 2년의 시간이 있었고, 교정은 이제야 서서히 과거의 모습을 되찾는 듯하네요.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상쾌하게 들립니다. 물론 코로나19의 위력은 여전합니다.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확진 등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학생들의 메일이 계속됩니다. 그럼에도 교정의 발걸음들이 가벼워 보입니다. 봄날의 캠퍼스는 청춘들이 있어야 완성되나 봅니다.


오전 수업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입니다. 강의실 앞문으로 머쓱해하며 들어서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미 병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진급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는 만학도(만학도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젊은 청년)입니다. 군복을 입은 채 가방을 멨습니다. 먼저 와 앉은 동급생들 속에서 웃음소리가 살짝 지나갑니다. ‘이 옷은 뭐고, 학생들의 반응은 뭐지? 예비군 훈련이라도 있는 날인가?’ 가벼운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출석을 부르다 보니, 강의실 중간 즈음에 앉은 남학생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보리색 조끼를 입었는데, 가슴팍에 이름이 새겨져 있네요. “교복이야?” 물었더니, 다른 학생들에게서 대답이 돌아옵니다. “만우절이라서요.” 그제서야 ‘군복’의 정체가 확인되더군요. 예비군 훈련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대표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하네요.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10여 년은 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입시설명회 철도 아닌데, 평일 오전 대학 캠퍼스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몇몇 눈에 띄기 시작했지요. 강의실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어보고서야 ‘만우절 놀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 놀이일까요? 아니면 결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에 소환되는 것일까요? 교복(군복)을 입고도 뭐든 할 수 있으니, 해방감을 느끼는 것일까요? 좋은 추억이든 아니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대학생이 된 1학년생들의 특권적 놀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대학 캠퍼스는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봄의 기운처럼 의미 있는 시도가 대학 캠퍼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성공회대학교는 5년간의 논의를 거쳐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졌거나 가지지 않았거나, 여성이거나 남성이거나 또 다른 성이거나, 아이이거나 노인이거나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말입니다. 다양하게 존재하는 처지와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남녀로만 구분된 획일적인 형태의 화장실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폭력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의 화장실’이 만들어지기까지 소요된 5년의 시간은 준비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논란이 존재한다지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 의견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판단의 기준은 분명합니다. 다수의 의견을 이유로 소수가 겪는 어려움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소수가 단 한 명이라도 그가 가진 기본권을 빼앗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성공회대학교의 시도가 성공하길 바랍니다. 사회적 비용이 지불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화창한 봄날의 캠퍼스가 청춘들의 건강한 발걸음과 웃음소리로 더욱 빛나기를 고대합니다.


원영미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객원교수,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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