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지원제도를 개혁하자

정진익 농부 / 기사승인 : 2021-07-05 00: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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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요즘 보편적 지원이냐, 선별적 지원이냐 논란이 뜨겁다. 농업에도 이제는 보편적인 지원을 도입해야 할 시기가 됐다. 현재는 공익형 직불금이 여기에 해당하고 나머지 수백 가지는 모두 선별지원이다. 그럼 선별지원이 무슨 문제인가? 


모든 지원에는 지원 기준이란 것이 있다. 이 기준이 늘 모호하다. 지원 총량제 같은 것을 운영하지 않는 이상 특정인이 너무 과다한 지원을 독식하는 문제가 있다. 다른 하나는 정책당국의 의도와 농민의 의도가 일치하면 좋은데 거의 정책당국의 의도대로 지원된다. 정책당국의 의도는 간단하다. 물가안정과 안전한 먹거리다. 이는 농민의 소득과는 역행하는 것이다. 


농산물은 국민의 가장 필요한 생필품이다. 집값은 두 배로 오르면 더 이상 오르지 않게 하는 것이 정책 목표지만 농산물은 원래대로 복귀하는 것이 정책 목표다. 그래서 수입도 하고 세무사찰도 하고 다 해서 원래 가격으로 복귀시킨다. 언론이 여기서 항상 유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정부에 있다. 유통이 아니다. 정부가 문제다. 30년 전의 쌀값과 지금의 쌀값을 비교해 보고 짒값을 비교해 보자. 자괴감이 들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겠다. 해방 되고는 농민이 노동자들보다 잘 살았다. 지금은 비교가 안 된다. 이는 농업인구 감소와 신규인력 진입이 없는 데서 간단히 알 수 있다. 농산물도 두 배로 오를 수 있어야 한다. 오르지 못하면 내리지도 말아야 한다. 오를 때 수입하고 내릴 때 시장에 맡기는 것은 안 된다.
비싼 농산물을 싸게 팔 수는 없다. 반대로 싼 것을 비싸게 팔 수도 없다. 모두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수요가 조절된다. 그러나 농산물은 정말 생계와 관련된 물품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결국 농민의 희생으로 해결하는 현재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농민의 소득은 나아질 수가 없다.


여기에 지금의 지원방식을 바꿔야 한다. 씨감자 지원사업, 장화 지원, 퇴비 지원 등 가짓수도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지원이 쥐꼬리만큼 지원되고 있다. 농민도 모든 정보를 얻기가 사실상 힘들고 지원하는 공무원들의 업무도 대폭 늘어나는 지금의 지원제도를 간단히 무이자 신용대출과 농지 담보 대출 두 가지로만 이뤄지도록 하고 농민의 자격을 앞에서 언급한 자격으로 하면 좋겠다. 농민다운 농민이 농사를 짓고 농민이 농업을 경영함에 있어 들어가는 자금을 농민이 계획한 계획서에 근거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지원제도와 지원 품목에 농민이 맞춰서 지원하는 제도로는 4차산업 시대에 맞지 않다.


지금의 지원제도는 너무나 수동적이다. 능동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지원정책이 있는지부터 시기와 규모 어느 하나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래서는 창의적인 농업이 나오기 어렵다. 농업이야말로 혁신이 필요하다. 이 혁신을 하는 데 현재로는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해오던 품목에 집중되고 있어 농업의 변화가 미미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지원방식은 지원받은 농가와 지원받지 못한 농가의 형평성이 너무 맞지 않다. 정부가 공정한 경쟁의 규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농업도 점점 장치산업화되고 있고 기계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농장과 지원받지 못한 농장의 경쟁력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개인이 알아서 경쟁하고 정부는 공정한 규칙을 정하면 되지 지원이라는 것으로 불공정을 유발하는가? 


청년 농부를 지원하면 그렇지 않아도 힘든 기존의 농부는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소득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청년을 지원한다는 것은 역차별에 해당한다. 축산농장의 경우 방역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시설지원자금도 어려워지고 있다. 기존 농가들이 지원이 끝나면 더 이상 지원사업이 없다. 후발주자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이다. CCTV 지원사업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모든 농가가 다 설치하게 법률로 규정해 기존 농장은 모두 지원사업으로 지원해줬다. 신규 사업자는 자비로 모두 설치해야 하는 식이다.


농민의 운명을 정부가 좌지우지하지 말고 농민이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농민 개개인에게 일정 수준의 신용을 제공해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농업을 경영하게 해야 한다. 대신 이자는 정부가 부담하고 농민은 투자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 지금처럼 지원사업 위주는 비효율적이다. 별 필요 없는 농기계도 지원사업이라 신청하는 비효율은 사라져야 한다. 정말 의지가 있는 농민이 농업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정진익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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