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돌아오고픈 왜놈들

정익화 시민 / 기사승인 : 2021-09-14 00: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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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부산 오륙도를 배경으로 형제 즉 민족의 이별을 노래한 가왕 조용필의 히트곡을 일본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사를 바꿔 불렀습니다.

 

“동백꽃 피는 봄인데도 당신은 돌아오지 않고 서성거리는 부산항에 눈물의 비가 내린다/ 뜨거운 그 가슴에 얼굴을 묻고 다시 한번 행복을 느끼고 싶어요/ 돌아와요 부산항에 보고 싶은 당신이여”

 


풋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마담 버터플라이)에서 미군 장교를 사랑하다 버림받는 게이샤 초초상의 한일 버전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식민지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갖고 있다는 제국주의적인 해석도 있었습니다. 일본 엔카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소라 히바리를 비롯한 20여 가수와 대만 가수 덩뤼쥔(등려군)도 부른 동아시아 히트곡이었고 “폴 모리아” 악단의 연주곡(Please Return to Pusan Port)으로 MBC FM 라디오 싱글벙글쇼 프로의 시그널 음악으로 널리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은 따로 있습니다


“꽃피는 미륵산에 봄이 왔건만 님 떠난 충무항은 갈매기만 슬피 우네/ 세병관 둥근 기둥 기대여 서서 목메어 불러 봐도 소식 없는 그 사람/ 돌아와요 충무항에 야속한 내 님아”


1970년 황선우가 작곡하고 통영 출신 가수 김해일(본명 김원술)이 가사를 붙여 “돌아와요 충무항에”로 노래를 불렀으나 흥행을 거두지 못했고 그 후 1972년 작곡가가 같은 내용의 가사에 장소를 부산항으로 고쳐 조용필이 불렀으나 반응이 저조했으며 1976년 빠른 템포로 편곡하고 가사의 일부를 연인에서 형제로 고쳐 공전의 대히트를 하게 됐습니다.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과 1972년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이 화해 무드에 접어들면서 1975년 9월 추석에 조총련 계열 재일교포들이 30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습니다. 재일교포 대부분이 남한 출신이고 그중에 2/3 이상이 경상도 출신이지요. 징용과 징병으로 끌려갔던 재일동포의 고국 방문과 조용필의 가창력, 시대 분위기에 맞는 가사가 호소력을 발휘해 애향, 민족의식 등이 어우러져 대히트했던 겁니다.


사실 부산은 이 노래 이전에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와 남인수가 부른 “이별의 부산 정거장”이 부산을 알리는 대표적인 노래였습니다. 일사후퇴와 흥남부두, 영도다리와 국제시장 등 전쟁의 비참함을 노래하면서 피난 수도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가 됐습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였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 왔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맥아더가 북한에 원자탄을 투하한다는 소문 등으로 흉흉해진 민심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남으로 피난을 내려와 영도다리 난간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지요. 그 후 피난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기차를 타고 가면서 부른 노래가 이별의 부산 정거장입니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아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자집이여/ 경상도 사투리의 아가씨가 슬피 우네 이별의 부산 정거장”
 

 

부산을 대표하는 이 두 노래를 작곡한 박시춘은 한국 대중가요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데 친일 활동에도 뛰어나 ‘혈서지원’ 등 많은 곡을 작곡해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부산과 가까운 밀양 영남루에 생가를 복원하고 흉상을 세워 놓고 ‘애수의 소야곡’이 주야장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국군을 위한 군가도 많이 작곡했다지요. 예술가로 반성과 사죄 한 번이라도 하고 활동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긴 위정자들 누구도 국가와 민족 앞에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았지요.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 ‘부산 갈매기’가 롯데 자이언츠 애창곡으로 사직 구장을 울리고 있습니다.


정익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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