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진정한 문화도시 되려면 행정이 혁신해야…시민들은 이미 준비돼 있다”

조강래 인턴 / 기사승인 : 2021-07-16 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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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문화

인터뷰-김대성 웨일웨이브협동조합 대표

▲ 김대성 웨일웨이브협동조합 대표 ©조강래 인턴기자


Q.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두 아이의 아빠이자 곧 세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을 현재 살고 있다. 지금은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람과 관계하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을 만나 하는 일인데 관계보다 일이 더 중요하게 되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더라. 일 중심이 아닌 관계 중심적인 삶으로 일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는 에너지와 관계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Q. 작년에 문화도시 준비과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예전에 일했던 연구소에서 울산문화도시 조성계획 수립을 맡게 됐다. 연구소 소장께서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게 제안을 해줬다. 문화도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첫 미팅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에게도 그리고 지역에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가 조금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에게도 의미가 있고 이 일이 잘 되면 지역에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가지가 맞아떨어져서 해봐도 좋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Q. 작년에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문화도시 제반에 필요한 실무 일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시민참여, 시민의견수렴, 시민에너지를 만드는 일을 중심에 뒀다. 시민라운드테이블을 만들고 5개의 분과를 만들었다. 구성원들을 찾고 연락하고 모으고 울산에 대해서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나눴다. 그 과정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잘 주워 조성계획에 담아내는 일을 맡았다. 외부 전문가를 모아서 울산이 어떤 도시이고,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런 의견이 모아졌고, 이런 방향으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Q. 과정에 어떤 에피소드가 있는지?

시민라운드테이블, 문화도시추진단 모임, 행정협의체 구성, 전문가 워킹그룹, 시민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관여하고 연결되는 문화도시 체계를 구축하려고 했다. 시민라운드테이블에서는 문화예술, 신중년, 청년, 도시와마을, 구군협력 분과를 만들었다. 함께 모여서 시민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모으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울산이 어떤 도시로 나아가야 하는지 찾아가고자 하는 게 핵심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천 명 이상의 목소리를 담아내서 계획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약 세 달이라는 짧은 시간 진행돼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각 분과에서 간사 역할을 했던 분들이 문화도시추진단 구성으로 이어져서 구체적이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노동 중심의 사회 울산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노동이 지금 울산에서 어떻게 여겨지고 있는지, 지금 울산이 가진 문제들은 무엇인지, 그럼 문화도시를 통해 울산이 가진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등 우리 울산이 가지고 있는 도시 이슈들이 뭐고, 그 이슈들을 가지고 재밌고 즐겁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정협의체와 행정T/F를 구성했는데, 의미 있는 관계나 깊게 고민하는 과정까지 이어지길 바랐으나 형식적으로만 진행돼서 아쉬웠다. 


전문가 워킹그룹을 통해서 너무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더 높게 더 멀리 더 빠르게가 아니라 우리 도시에 필요한 것은 덜덜덜 하는 것이다’는 말이었다. 새로운 생각과 방식으로 울산이 몸을 틀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시민라운드테이블에 참여했던 문화도시추진단과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게 기억에 남는다. 2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이야기가 많이 모아졌다.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산이 가진 도시 현안의 공감도와 시민이 생각하는 도시 현안은 무엇인지, 울산에 멈춤이 필요한지, 시민들에게는 어떤 멈춤이 필요한지 등 함께 질문을 만들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어떻게 멈추고 싶은지 개인의 의견을 묻는 부분에서 오직 나에게 집중하며 휴식하기, 의무적인 빈둥거림, 하루 정도 걱정 없이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 시골에서 일주일 살기, 바쁘고 분주한 가운데서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기 등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멈춤을 실천하는 2200여 개의 생각들이 모아졌다. 시민들의 생각과 의견들을 잘 정리하고 시민들과 함께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가는 더 큰 에너지를 못 만들어낸 것 같아 아쉬웠다. 설문조사로만 끝나버려서 안타까움이 남는다.

Q. 작년 울산문화도시 조성계획의 타이틀이었던 ‘멈춤의 힘 전환의 기술 순환의 관계로 일궈가는 문화도시 울산’의 함의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울산이라는 도시가 노동 중심 도시이다 보니까, 우리는 계속 노동에 집중해서 살아왔다. ‘과연 이게 괜찮은 건가’라는 질문들이 나왔던 것 같다. 지금은 노동이 울산에서 어떻게 여겨지고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깊어지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나타났던 것 같다. 조성계획 발표할 때 내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내 아버지도 30년 넘게 현대중공업을 다녔다. 퇴직하기 전에도 딱히 취미생활 없이 퇴근하면 막걸리나 소주 한 병 마시고 뉴스 보다가 잠드셨다. 그리고 퇴직했는데 쉬지도 않고 바로 경비 자격증을 따시더니 퇴직하자마자 6년째 경비로 일하고 계신다. 아버지께 일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도 잘 안 먹히더라. 30년 넘게 노동만 한 경험이 있다 보니까 새로운 것을 해보거나 도전할 만한 기회나 경험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게도 멈출 수 있는 권리나 퇴직한 사람들에게도 멈춰서 자기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것은 퇴직자, 노동자를 넘어서 울산시민 모두에게 그런 가치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서 멈춤의 힘, 전환의 기술 순환의 관계로 일구는 울산이라는 슬로건이 나온 것 같다. 말 자체가 딱딱하고 어려워서 시민들이 느낄 수 있는 언어로 바꾸려고 했는데, 잘 정리되지 못해서 이 슬로건으로 정해졌다.

Q. 올해도 문화도시 준비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어떤 이름, 어떤 역할,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는지?

그때는 조성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연구진으로 참여해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으로 참여했다면 지금은 시민의 입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꿈꾸는 문화공장 기록단’ 구성원으로 참여해 울산에서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유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과정들을 숙제하듯 힘들게 안 하고 싶고, 즐겁고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 가볍게 만나고 기록하면서 나도 즐겁게 하게 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더 많은 시민과 같이 해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Q. ‘꿈꾸는 문화공장 기록단’에는 어떤 구성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문화도시 자문단 김수진, 문화도시 PM 이태인, 울산대학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기록단원 노석주, 이경서, 작년에 문화도시 조성계획 연구진으로 함께 참여했던 엄유미, 김대성이 함께 하고 있다. 울산의 시민문화에 관련된 개인과 단체들을 만나면서 인터뷰에 그치지 않고, 이들과 관계하는 문화를 잘 엮어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도시 준비과정에 함께하고 있는 다른 활동과 행사도 스케치하고 있다.

Q.‘꿈꾸는 문화공장 기록단’ 활동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삼호동에서 착해가지구라는 공간에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을 하고 있는 홍정인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 제로웨이스트샵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갔는데 질문을 하다 보니 지역애서 지역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청년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 이야기가 크게 다가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내 지역이라는 것이 느껴졌다는 이야기, 사회 초년생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밥벌이로서 일을 어떻게 맞춰가야 할지에 대한 자기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기도 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갖는 고민과 삶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Q. 울산이 진정한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가장 큰 바람은 ‘행정의 혁신’이다. 행정의 관점이나 태도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준비가 돼 있다. 시민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하는데, 성과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안타깝다. 더 나은 도시를 위해서 참여하고 있는데, 그걸 기반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 사업을 설계하고 누가 함께할지를 설계해야 하는데, 담당 부서 안에서만 사업을 설계하는 칸막이 행정 안에서 생각하는 구조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시민 입장에서 다시 시작하면서 만들어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다른 사업에서는 힘들지 몰라도 문화도시 안에서는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만이 아닌 복지, 사회혁신 등 다양한 부서가 함께 모여 시민 생태계 입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과정들이 많이 쌓여 가야 한다. 2020년 예비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최종 발표에서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고 관계 맺고 살고 있는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는지 묻고 어떻게 일 중심성에서 벗어나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회로 바꿔나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누구나가 경제적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성장의 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궤도로 몸을 틀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울산이기에 가장 필요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해 달려가 모두가 패자가 되는 방식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용납하고 민폐도 끼치면서 살 수 있는 그런 모두를 위한 도시를 함께 꿈꾸고 상상하고 실현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도시의 근본적인 삶의 문제를 건드리고 울산 문화도시가 나아가야 할 바를 함께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에서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쌓여 지길 간절히 바란다.


조강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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