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잃은 우리 역사의 억울한 희생자, 파랑새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21-07-06 0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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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야생동물

▲ 녹청색 에메랄드 보석빛 몸 색을 자랑하는 파랑새(사진 출처: ebird.org)


※ 다른 이름: 청조
※ 분류: 파랑새목 파랑새과
※ 학명: Eurystomus orientalis
※ 영명: Oriental dollarbird


19세기 구한말 청나라와 일본 등 주변 강대국에 의해 나라가 위태로울 때, 백성들이 스스로 구국의 심정으로 모여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자 동학군을 창설했다. 신식 총칼로 무장한 외세 군인들과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은 동학군은 나라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 일본에 의해 강점됐다. 36년간 나라 잃은 슬픔 속에 당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즐겨 부르던 민요가 있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겨우 네 구절의 간단한 노래지만 당시 나라와 민족의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력한 가사 뜻풀이에 의하면 파랑새는 푸른색 군복을 즐겨 입는 일본군을 나타내고, 녹두밭은 동학군과 녹두장군 전봉준을 상징하며, 청포장수는 우리 백성을 의미한다. 즉, 일본군이 동학군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처형하면 백성들이 슬픔의 고통을 겪고 결국 나라를 빼앗길 것이 자명한 사실이니, 이를 은유적으로 비유해 노래로써 널리 유포하고 전국의 백성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일본에 저항하자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파랑새는 영문도 모르고 노래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 대한제국 시절 일본군의 동학 농민 처형 만행 삽화(출처: 자주시보 ©정설교 화백)

 

파랑새는 까치보다 조금 작은 전체 길이 25cm 내외의 체구에 푸른색보다 에메랄드 보석처럼 머리와 몸 전체가 녹청색이다. 부리와 발은 붉은색이며 날개 아래에 흰색 무늬가 있는 매우 아름다운 새로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 날개 아래에 흰색 무늬가 돋보이는 파랑새(사진 출처: ebird.org)

추운 겨울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반도 등 따뜻한 동남아시아에서 보내고, 5월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러시아 연해주 등 동북아시아로 번식을 위해 날아오는 여름 철새로 강, 하천, 계곡, 댐과 저수지 등 깨끗한 물이 있는 낙엽활엽수 숲 환경을 선호한다. 마을 숲과 공원 숲, 저수지 주변 숲 큰 나무의 구멍 속에 3~5개의 알을 낳는다. 20~25일 포란 후 1개월 이상 어린 새를 보살피고 이후 9월이 되면 가족이 함께 다시 동남아시아로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떠난다. 

 

▲ 파랑새의 전 세계 분포지도. 갈색은 여름 번식지, 녹색은 겨울 월동지(출처: 위키랜드)

파랑새는 매우 세력권이 강한 새로, 마땅한 번식 둥지를 지을 나무구멍이 없으면 까치 집을 빼앗아 보금자리로 삼기도 하고, 같은 여름 철새인 꾀꼬리와 둥지를 이웃하면 자주 싸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까치가 맹금류도 무서워하지 않는 세력 방어 능력이 뛰어난 거센 성격의 새로 유명한데, 파랑새는 이런 까치의 집을 빼앗아 자신의 보금자리로 삼을 정도로 영역 싸움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영역 방어와 암수의 사랑 행동은 하늘 위로 지그재그로 날아다니며 ‘깎-깎-깎 깎-깎-깎’하고 큰 소리로 울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전깃줄에 앉아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전깃줄에 앉아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파랑새(사진: 박진영)

최근 연구에 의하면 파랑새 둥지 바닥에서 조개껍질이 발견됐는데, 그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둥지 인테리어에 조개껍질을 이용하는 독특한 습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개의 종류를 파악하면 그 둥지 주인이 얼마나 멀리 날아가 어디서 조개껍질을 물어오는지 활동반경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알려준다.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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