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균형 있는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조강래 구승은 인턴 / 기사승인 : 2021-12-22 0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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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좌담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상상

▲ 왼쪽부터 이승우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회장, 이태인 울주청년정책네트워크 부위원장, 박진형 북구청년정책협의체 위원장 ©조강래 인턴기자


Q.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박진형 북구청년정책협의체 위원장=북구청년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2기에 이어 3기 활동을 앞두고 있다. 또 청청문화캠퍼스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고, 인다스테이지라는 창업기업도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어떤 활동이든지 거버넌스, 커뮤니티 중심의 비즈니스가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에는 민이 주도하고 민이 원하는 것을 해야만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청청문화캠퍼스에서는 청소년들과도 협업을 이뤄내고 있는데, 아직은 아마추어인 청년과 청소년이 힘을 모아 프로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그 경험을 발판 삼아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이태인 울주청년정책네트워크 부위원장=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울주군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거버넌스 활동을 시작한 건 2019년 5월부터다. 울산청년네트워크는 2기에 이어 3기도 함께하게 됐고, 울주군청년정책네트워크 같은 경우에도 지원한 상태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울산은 산업 중심의 도시였기 때문에 청년,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민의가 대변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과정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주목받을 수 있고 공유될 수 있는 장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 하게 될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3기 활동이 기대된다.

김대성 웨일웨이브협동조합 대표=지역에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문화도시 관련 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이나 시민들 그리고 행정의 중간에서 매개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주민들과 시민들의 요구나 요청은 있는데, 행정에서 그런 것들을 잘 받아 안아줄 수 있는 준비나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요구들을 어떻게 균형감 있게 잘 받아 안아서 운영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문화도시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승우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회장=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2기 회장을 맡아 운영했고, 지금은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거버넌스의 역할은 행정과 당사자인 청년이 행정에서 내려오는 예산을 당사자성에 맞게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또는 그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정책에 참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Q. 각자의 활동 속에서 거버넌스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승우=한정된 재원, 한정된 가치를 각자의 영역에 맞춰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조율하는 역할을 거버넌스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원의 집행과 배분은 사실상 입법기관인 정치적인 영역에서 푸는 게 아니라 행정의 영역에서 많이 풀고 있다. 행정에서 갖고 있는 권한이기 때문에 이런 권한들을 행정이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거버넌스의 참된 필요성이라고 생각한다. 행정도 수혜자의 상황을 모르고 수혜자인 시민이나 일반 지역민들도 행정의 상황을 모르는 입장에서 서로 상충되다 보면 감정적으로 갈등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런 걸 민주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협치할 수 있는 거버넌스 역할이 가장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면서 시민은 행정에 대해 알아가고 행정은 시민들에게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당사자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현장에 필요한 계획을 구상하고 예산을 배분하고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태인=공무원들이 빠져있는 확증 편향과 시민들이 빠져있는 확증 편향 자체의 골이 너무 깊다. 공무원들은 시민을 민원인이라 여겨서 시민이 찾아오면 번거로워하고, 시민들은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행정은 들어주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확증 편향을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은 역시 거버넌스 구조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진형=울산에서 활동하다 보면, 관이 생각하는 울산의 미래와 시민이 생각하는 울산의 미래는 정말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거버넌스가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역할을 통해 울산이 실질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찾고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대성=행정은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사업과 행정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것을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현장에서 꼭 필요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한다. 특히나 관계나 사회적인 일들을 다루거나, 우리 도시가 더 깊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들을 고민하고 그것을 행정적으로 풀어가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시민 중심의 도시, 시민이 만들어가는 도시라는 구호는 많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생긴다. 수많은 기관과 재단과 센터들을 만들지만, 그들도 결국에는 사업 중심으로 관료화되기가 쉬운 것 같다. 당사자이자 실제 주체들인 시민 안에서 필요한 요구나 요청들이 등장하고 행정은 그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데 지금의 구조상으로는 쉽지가 않다. 당사자 주체들이 논의 체계 안에 핵심적인 주체로 참여하지 않으면 결코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진짜 작동되는 거버넌스, 시민과 행정의 균형을 맞춰가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승우=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거버넌스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진입장벽을 계속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기득권화될 수 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만들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놓으려 하지 않고 기득권화하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공동체에 대한 부분, 서로 같이 가는 부분에 대한 시민교육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통한 공모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파악하고 같이 어울려서 하나의 테두리를 만들 수 있는 사전 시민교육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아마 다른 지역도 부재할 것이다. 그런 교육들이 먼저 진행되면 좋겠다. 그래야 건강한 거버넌스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Q. 각자 경험한 거버넌스 활동에서 진정한 협치가 얼마나 이뤄졌다고 생각하는가?

박진형=북구 청년들은 분명 문화나 창업 등 특정 분야에 대해 바라는 점들이 있다. 그런데 바라고는 있지만 활동은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유를 들어보니, 말을 해도 행정에서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 청년들이 얘기해봤자 변화가 없기 때문에 활동하지 않게 됐다고 하더라. 행정은 예산이 없으니 못 한다는 말을 한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작은 씨앗을 계속 뿌려야 하는데, 작은 씨앗조차도 뿌릴 수 없게끔 한다. 활동하다 보면 계속 그런 한계가 느껴진다. 협치가 많이 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승우=거버넌스를 이끄는 주체가 완벽하게 행정인 것 같다. 그래서 걱정스럽고 조심스럽다. 내가 참여했던 청년참여 거버넌스인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는 최근 2기가 끝나면서 3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행정 주도적으로 굉장히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2기는 2년 동안 차근차근 과정을 거치면서 2기가 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맞춰서 청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3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불안감이 조성되는 상황이 발생될 것 같다. 예를 들면 행정이 울청넷과 협의 과정 없이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든지 예산 항목을 바꾼다든지. 사실상 행정은 예산 집행기관이다 보니까 그렇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2기에서 잘 정리해둔 걸 거수기처럼 바꿔놓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는 많이 왔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든지 다시 원상복귀될 수 있겠더라. 그게 우려되고 걱정된다.

이태인=시청 같은 경우에는 사회혁신담당관에 개방직 공무원이 담당해서 나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기초를 보면, 울주군 같은 경우에는 담당 주무관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다들 너무 힘들어한다. 기존 공무원 사회에는 없던 구조이지 않나. 등본 떼주고 민원만 처리하다가 당사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함께 사업하려고 하니 어려움이 크다고 이야기하더라. 공무원 조직에 대대적인 혁신이 없는 이상 거버넌스 구조는 지속되기 힘들다고 본다. 순환보직도 그렇고, 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가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는 패러다임이 맞춰서 진행해야 하지 않나. 물론 지금 민관협치지원센터부터 다양한 출연기관이 생기고 그들과 발맞춰 갈 수 있는 전문인력이 양성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행정의 시스템으로는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고 본다.

이승우=청년센터나 민관협치지원센터처럼 거버넌스나 시민들을 지원하는 영역에서 여러 센터나 사무국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점에 대해서 실제로 고민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이 바뀌지 않고 한 사람이 거버넌스를 연속적으로 전담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건 순기능이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해버리면 비용이 새는 문제가 발생한다. 청년센터를 거버넌스 사무국으로 만들어서 사무국에서 울청넷을 지원하거나 조정위원회를 일부 지원할 수 있게 되면 어떨까. 하지만 그렇게 됐을 때 또 사무국에만 집중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쉽지 않은 지점인 것 같다.

Q. 거버넌스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승우=우리가 과연 뭘 위해서 활동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청년참여 거버넌스에는 목적이 없다. 활동하다 보니 우리에게는 미션이나 목적이 부여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높여서 청년 정책을 제안하는 게 과연 우리의 목적일까. 참여기구니까 알아서 하라고는 하지만, 알아서 한다고 반영되는 구조는 아니지 않나. 울청넷 2기 또한 우리끼리 일방통행하고 있었구나, 우리 얘기만 하는 거였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행정이 내려와서 공동의 목표를 먼저 설립하고 3기가 운영되면 훨씬 더 발전적이지 않을까. 예를 들어 청년참여 거버넌스에 예산을 얼마 이상 편성해서 정책 몇 개를 반영하겠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정책 개발을 해보자고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공동의 목표를 세우지 않고 소모성으로 정책을 제안하라고만 하니까 지쳐버리는 순간이 오더라.

이태인=거버넌스의 주체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다들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인드가 너무 크다. 시민은 시민이 주체라고 생각하고, 행정은 행정이 주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데 누구도 희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가 희생을 강요하지도 않고 강요해서도 안 되는 거라 참 어려운 것 같다. 충분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목적의식이 명확하면 그걸 향해 함께 뛰어가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시민과 행정이 소통하는 거버넌스는 주체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행정도 가만히 놔두고, 시민들은 우리끼리 뭉쳐서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결국 놔두게 되고, 이게 반복되는 것이다. 계속해서 노하우를 축적해나가면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뭔가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 한다. 베네핏(이익)이 명확하게 있으면 누군가 책임을 지고 그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텐데, 그게 전혀 없다.

Q. 치열하게 활동해왔기 때문에 분노도 생기고, 문제점도 보이는 게 아닐까. 문제 제기가 수없이 나올 수 있는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행정에서 문제 제기를 기꺼이 듣고 같이 고민하는 구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

이승우=다들 거버넌스 활동을 하고 있고 지역을 좋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활동가들이지 않나. 진지하게 고민해보니까 우리는 행정만 깨려고 하는데, 의회에 있는 의원들이 이런 고민들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서 이야기하면 그들은 고민이 없는 것 같더라. 잘 모른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절차를 잘 알고 있으니 의원들이 옆에서 지원해 주면서 서로 개선되는 파트너십을 가지고 같이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김대성=행정의 태도나 자세가 센터나 기관에 그대로 전이되는 것 같다. 기관이나 센터에서도 당사자의 고민이나 문제 제기를 주의 깊게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까 깊은 얘기,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가 없다. 그 부분을 어떻게 보장할까.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요구와 필요들을 잘 체감하는 중간지원조직이나 행정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울주군 마을공동체 사업을 할 때 당사자 논의를 통해서 마을공동체 사업의 비전이나 방향을 설계할 거라고 해서 비전학교와 공동체 원탁회의를 당사자들과 하고 있다. 그게 가능한 건 담당자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속적으로 이 사업을 3년 동안 담당하고 있다. 그러니까 당사자 논의가 중요한지도 알고 있고 논의를 통해서 사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거에 대해서 열려있다. 연속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연속성이 있어야 거버넌스도 사업도 고도화시키고 진화시켜나갈 수 있는데, 연속성과 시민과 함께하는 바른 관점이 보장되지 않으면 많은 일이 초기화될 수밖에 없다. 거버넌스를 통한 논의도 연속성이 있어야 당사자 친화적인 정책과 사업들이 구현될 수 있다. 시민과 행정이 바른 관계로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바른 미래를 함께 설계해갈 수 있다. 내년에는 그런 일들이 곳곳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나은 거버넌스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조강래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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