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를 보며 걷는 길

이인호 시인 / 기사승인 : 2021-07-26 0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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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상

“조심히 걸어.” 사위가 모두 어두운 숲길에 들어서며 아이들을 조심시킨다.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 앞길을 살피며 아이의 손을 꼭 쥔다. 계곡 물소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멀어지고 우리는 온전한 어둠을 향해 조용히 걷는다. 잠시 후 길옆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반딧불이다.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우리는 그저 소리를 지르기 바쁘다. 우리 소리에 반응했는지 작고 반짝이는 것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어떤 것들은 우리 앞으로 지나간다. 어느새 아이는 내 손을 놓고 그걸 붙잡기 위해 살며시 걸어간다. 


아마도 반딧불이를 본 건 난생 처음이리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많은 반딧불이가 살고 있다는 걸 우린 모르고 살았다. “야, 많이 줄었네. 저번 주만 해도 이거보다 열 배는 더 많았는데”라고 안내하는 이장님의 말에 이보다 더 많으면 얼마나 더 장관일까 생각해본다. 함께 온 반딧불이 선생님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것이 애반딧불이라고 설명해준다.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까지 볼 수 있고, 애반딧불이는 밤새 반짝인다고. 


처음 페이스북에 올라온 반딧불이 체험 공지를 봤을 때 아내와 난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주 많은 주말처럼 그 주말의 밤을 아이들과 무엇을 하며 보내나 하는 고민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며 신청했다. 낮에 자주 소나기가 내렸고, 저녁에도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날씨 어플을 들여다봤고 다행히 저녁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었다. 인생 최고의 경험을 놓칠 뻔한 순간이었다. 


“조심해. 저번에 왔을 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잡으려다가 우리 집사람이 길옆으로 떨어질 뻔했어.” 이장님의 말씀에 다시 한번 아이들을 조심시킨다. 옛날 도깨비불에 홀렸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정말 내 앞을 마치 잡아 보라는 듯 반짝이며 지나가는 그걸 누군들 잡고 싶지 않을까. 나는 잡고 싶다는 마음을 누르고 조용히 사위를 살핀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불빛은 환상적이고 포근하다. 난 그 불빛에 매료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또 한해가 지나야 다시 볼 수 있는 반딧불이를 보며 그 짧은 여운을 간직하고 나오는 순간 이장님이 한 말씀 덧붙인다. “여기에 누가 보안등을 놔달라고 했는데 내가 절대 안 된다고 했어.” 그래,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구나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것을 지키는 건 그냥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본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도 이제 누군가의 노력이 있어야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서글펐다. 


지구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한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은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불리는 홍수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시베리아와 북미는 이상 기후에 따른 산불로 수많은 산림이 불타고 있다. 어쩌면 이게 시작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작은 노력들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린 더 많은 재난과 어쩌면 재앙을 목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어제저녁은 아내와 산책하며 멀리 구름에 싸여 노을을 맞이하는 산봉우리들을 봤다. 저 산이 저렇게 높았나 싶을 정도로 웅장해 보이는 그 산을 보면서 아내는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자신이 자료를 찾기 위해 과거 고시원 화재 사건을 들여다봤다고, 거기서 사망한 사람은 창문이 벽에 붙어 있는 곳에 살았는데 거기가 다른 곳보다 4만 원이 쌌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그리곤 내게 물었다.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아내의 질문에 난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건 그래서 어쩌면 아내의 질문에 대한 답일지도 모른다. 


그저 우리가 온전한 어둠에 싸였을 때 반딧불이를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희망이 하나도 없이 사라졌을 때 그때 반딧불이처럼 희망이 조금씩 나타나지 않을까. 반딧불이를 지키기 위한 누군가의 조그만 노력이 있었듯이 희망을 간직하고 노력하는 이들이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반딧불이처럼 빛나고 있다고 생각해본다. 그게 바로 우리의 미래가 될 거라고 말이다. 


이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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