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민주노총

정진우 전교조울산지부 통일위원장 / 기사승인 : 2021-08-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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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민주노총은 서울에서 중대재해 비상조치 시행,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전면개정을 내걸고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더 심화된 불평등, 양극화 상황에서 당장 내일이 막막한 노동자들의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자 열린 집회였다.


7월 23일에는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의 직고용을 요구하기 위한 집회를 열고자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서였던가? 원주시는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 중이었는데 집회 하루 전 기습적으로 집회 기준에만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고 1인 시위만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위 두 행사가 진행된 7월, 하필이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진행되면서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으니 당연히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역추적할 것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시행하면서 대규모로 모이는 행사는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뉴스에서는 갑자기 확진자가 여러 명 나오면 무슨 모임에서 혹은 무슨 행사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한다. 당연히 보건당국의 역추적에 근거한 결과를 뉴스에 내보내야 하며 또 그럴 것이라고 믿고 뉴스를 본다.


7월 3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집회를 두고 마치 그 행사 때문에 확진자가 대규모로 나온 것처럼 모든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서울 시내에서 많은 깃발이 휘날리며 많은 사람이 모인 장면 그리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발언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전후 사정을 모르고 그 뉴스를 보면 당연히 불순한(?) 세력들이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데모나 하고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기 딱 좋게 보였다.


7월 23일 원주에서 있었던 일은 또 어떻게 보도했는가? 집회를 원천봉쇄했으니 조합원들은 다른 길을 통해서 집회 장소에 모이고자 했을 것이다. 산을 기어오르는 장면을 내보내고 거기서 저지하는 경찰과 싸우는 모습이 모든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역시나 전후 사정을 모르고 뉴스를 보면 불순한(?) 세력들이 원주에 몰려가서 산을 타면서까지 방역지침을 무시했구나라고 생각하기 딱 좋은 장면이다. 23일에 있었던 일을 두고 3일에 있었던 일까지 언급했으니 개연성을 갖고 생각하기 쉬웠을 것이다.


언론들은 언제부터 민주노총에 그렇게 관심을 가졌나? ‘민주노총’하면 전문 데모꾼들이 모여서 나쁜 일이나 벌리이고 사회정의를 해치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나쁜 일들이나 벌이는 집단쯤으로 치부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에 좋은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소스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기왕 그렇게 집회하는 장면을 내보냈으면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이며 감염병이 확산되는 이 시기에도 비난을 무릅쓰고 집회를 여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보도했는가? “비판”이 아니라 “비난”만 한 것은 아닌가?


민주노총은 왜 언론들이 비난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집회를 강행했을까? 이제껏 민주노총이 주관한 행사, 집회에 언론들은 절대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서라도 비난했으면 했지 속사정을 제대로 밝혀주는 뉴스는 잘 나오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분야별로 16개의 가맹조직이 있고 16개의 지역본부와 41개의 지구협의회를 두고 있으며 100만 명 이상의 조합원이 모여있는 조직이다. 가맹조직별로 부당함, 어려움, 요구사항을 모두 안아야 하며 때로는 자체적으로 소속 조합원들의 갈등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나 노조를 설립할 수 있으며 상급단체로 민주노총을 선택할 수 있으니, 당연히 가맹조직별로 표출하는 갈등이 부딪힐 수 있다. 물론, 자체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 갈등을 해소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량으로 양산돼 터지는 갈등은 민주노총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한가운데에 서 있다. 3일, 23일에 있었던 집회는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집회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높게 대변해주는 곳이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방역지침을 지켜야 하는 이 시기에 집회를 여는 것에 세상의 비난을 들을 각오는 이미 했을 것이다. 집회를 연다고 했을 때, 그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물론, 민주노총은 방역지침을 충분히 지키고 행사를 진행했다). 


당장 민주노총이 집회를 여는 것을 비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작 내게 어려운 일이 닥치고 내 생계가 막막해진다면 과연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으니 노조를 조직하고 상급단체로 민주노총을 선택했을 것이다.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지금 당장 내게 어려운 일이 닥치지 않더라도 집회를 열어가면서까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때 내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비난만 한다면 서글프지 않을까? 나에게는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란 법 있는가?


3일에 있었던 집회에서 확진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행사에 참여했던 3명이 확진됐다고 하는데 역학조사 결과 그것도 7일에 모 식당에서 식사하다 발생한 것이라고 정부는 공식 발표했다. 언론들은 그런 것은 왜 크게 보도하지 않는가? 기왕 민주노총이 집회를 열었다고 크게 내보냈으면 거기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크게 내보내는 것이 공정한 것 아닌가?


통일된 한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구조적으로 양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떤 내용을 주장하는 만큼 다른 분야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관심을 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자들의 행동은 결코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과정과 무관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민주노총을 ‘비판’이 아닌 ‘비난’만 하는 행태는 통일된 한국에서는 없어져야 하며 평범한 노동자들의 권리가 우선 대접받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 농민, 서민, 학생이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진우 전교조울산지부 통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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