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모래

조숙 시인 / 기사승인 : 2021-07-06 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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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상

신발을 벗고 바닷가를 걸으면 발가락 사이로 차갑게 끼어드는 모래를 느낄 수 있다. 파도는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발등에 반짝이는 모래와 푸른 해초를 올려준다. 경계가 움직이는 바닷가, 물과 육지가 겹쳐진 해안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모래들은 어디서 살다가 어떻게 온 것들인지 궁금해진다. 


동해안의 모래가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서 몇 트럭씩 부어진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일단 동해안에는 모래사장이 잘 발달돼 있다. 모래는 주변의 산이나 바위 같은 곳에서 풍화돼 발생해서 하천에 떠내려와 바닷가에 쌓이는 것이다. 그렇게 흘러온 모래는 동해의 거센 파도에 밀려 다시 해안가에 쌓이는데, 바닷가의 곰솔 때문에 그 모래가 유실되지 않고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물과 바람이 서로 협조한 결과물인 것이다. 파도가 거세지려면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섬이나 바위들이 없어야 한다. 동해의 드넓은 바다를 있는 힘껏 달려온 바람은 바닷물을 일렁이게 하는데 그 힘이 모래를 알뜰하게 밀어 올리는 것이다. 드물게 서해안에서도 모래가 발달한 곳이 있다. 그것은 지형적으로 앞에 가로막는 섬이나 바위가 없는 곳에서 발견된다. 변산해수욕장은 서해의 드넓은 바다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모래사장이 발달했다.
동해와 다르게 서해는 갯벌이 발달해 있다. 하천과 해안의 조류에 의해서 육지에서 발생한 작은 흙들이 옮겨진 것이다. 갯벌은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형성되는데 잔잔한 조수가 흙을 옮긴다. 주변에서 만들어진 흙들이 바닷물에 의해 육지 가까운 곳부터 먼저 쌓이게 된다. 바람에 의한 파랑보다는 달이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가 공전하는 힘이 바닷물을 움직이는 조수의 영향으로 서해안의 갯벌이 발달하는 것이다. 달의 힘이 만든 갯벌은 이제 더 이상 간척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갯벌의 환경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해의 해안가를 달려보면 모래사장보다 바위로 이뤄진 곳이 더 많다. 이런 지형적인 특징 때문에 자갈이 모이고, 거센 바람이 함께 작용해서 몽돌해수욕장을 만들어낸다. 주전 몽돌해수욕장은 주머니에 모래가 들어가거나 입안에 모래가 씹힐 일이 없어 울산 시민이 사랑하는 해변이다. 몽돌처럼 커다란 자갈이 해안가에 쌓이려면 주변 암석이 둥글게 마모되기 쉬운 성격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몽돌이 흘러 내려왔을 때 다시 육지로 밀어 올리는 힘센 파랑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힘을 합해서 아름다운 몽돌해변이 생긴 것이다. 


동해안의 전형적인 해수욕장 풍경을 보면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눈부신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한낮의 햇볕을 피해 쉴 수 있는 소나무 숲이 있다. 소나무 숲의 바닥을 보면 역시 모래가 풍부해서 텐트를 치면 등이 배기지 않는다. 그리고 바닷가까지 걸어갈 때 신발을 벗고 걸어도 발이 다치지 않을 정도로 모래가 많다. 소나무 숲을 벗어나면 마을로 연결된 찻길이 있고, 길가에 있는 바닷가 집들은 찻길보다 조금 낮게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동해안의 전형적인 해안 모습이다. 하천을 통해서 내려온 모래는 바닷가에 모이게 되고, 바닷가에 방풍림으로 심은 소나무는 바람을 막아줄 뿐 아니라 파도와 바람에 실려 온 모래가 쌓이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변보다 높은 지대를 형성하게 된다. 해변을 벗어난 마을 부락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약간 높은 언덕에 형성된다. 


몽돌해변에 앉아있으면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돌끼리 부딪쳐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부딪치는데, 이렇게 부서져 나온 모래는 파도에 실려 파랑이 세지 않은 주변의 다른 해변에 쌓이게 될 것이다. 몽돌에서 만났던 자갈을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바뀐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물어볼 것이다. 너는 어디에서 살다가 왔니?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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