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을 꿈꾸는 그대에게

백승아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1-12-20 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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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 줄 알았다. 그래야만 했다. 이렇게 끔찍한 가족 내 폭력이 실화일 줄이야. 책 <완벽한 아이>는 15년간 철책으로 둘러싸인 집안에서 학대받으며 갇혀 살아온 어느 소녀의 이야기다. 완벽한 딸을 길러내겠다는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에서 탈출한 모드 쥘리앵의 회고록이다. 


그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작은 행동, 작은 생각은 모두 작은 탈출이며, 작은 탈출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준비태세를 갖추고 마침내 자유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나를 가두려는 무언가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그대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사소한 탈출을 시도하는 그대에게 모드 쥘리앵은 담담하게 지옥으로부터의 탈출기를 전한다.


모드 쥘리앵은 1957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루이 디디에는 “인간은 더없이 사악하고, 세상은 더없이 위험하다”는 믿음으로 세상과 단절된 자신만의 성(城)에 아내와 네 살 난 딸과 함께 자발적으로 감금된 채 살았다. 루이 디디에는 모드를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완벽한 아이”로 키우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모드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모드가 ‘식인귀’라고 말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의 집이었으며,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위험에서 구하기는커녕 위험 속으로 던져 넣었다.


“식인귀의 첫 희생자였던 나의 어머니에게”라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루이 디디에는 완벽한 아이를 길러내는 완벽한 어머니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가난한 광부의 집의 여섯 살짜리 막내딸을 데리고 와서 기숙학교에 보내고, 대학에도 보냈다. 이 광부의 딸은 모드의 어머니가 되었다. 완벽한 어머니로 길러진 첫 번째 희생자는 두 번째 희생자인 딸과 함께 식인귀의 집에 갇혔다. 


노동착취와 교육이란 탈을 쓴 학대, 성폭력. 이 지옥 속에서도 모드는 자신과 같은 처지 또는 자신보다 더 괴로운 처지의 동물들과 마음을 나누었다. 동물들과 서로를 돌보고 위로했고 책과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며 글쓰기로 희망을 꿈꿨다. 이런 작은 탈출의 시도를 통해 모드는 세상과 만나고 도움의 손을 붙잡았으며 끝내 식인귀의 손아귀로부터 탈출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이용해 모드를 학대한다. 어머니는 자신도 학대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어머니는 권력자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자신과 모드의 괴로움을 외면하도록 길들여졌다. 그리고 모드는 때때로 그의 아버지보다도 어머니가 더욱 끔찍했다고 회고한다.


현실은 많은 테두리 속에 우리를 가둔다. 수많은 모드 쥘리앵이 높고 단단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어마어마한 권력보다도 내 옆의 사람이 하는 말이 그들을 더 힘들게 한다. “네가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은 내 노력을 폄하하며 현실과 타협하기를 종용한다. 권력이 그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을과 을이 싸우고 경쟁하기도 한다. 


그래도 모드 쥘리앵은 말한다. 그 무엇도 우리의 영혼을 가둘 수는 없다, 실현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작은 탈출의 시도들이 모여 끝내는 그것이 결국 성공하리라는 것을 모드 쥘리앵은 그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마음을 나누고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서로 연대한다면 변화는 오고야 만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각자의 벽 앞에서 애쓰고 있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고 손을 더듬어 내가 닿을 수 있는 따뜻한 구석에 닿자. 동물이, 음악이, 한 권의 책이 짧지만 큰 위로가 되기를.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로의 작은 온기를 포착하기를, 작은 따스함을 찾고 손 내밀어 마음을 나누기를. 그래서 달라진 내일을 상상할 수 있기를 모드 쥘리앵과 함께 이야기해본다.


백승아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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