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계, 참을 수 없는 꼴불견의 행진

배문석 / 기사승인 : 2021-08-10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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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

몰상식과 비아냥 그리고 각종 차별까지

도쿄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IOC의 횡포, 코로나 확산, 폭염과 기상문제 등 개막전까지 쏟아졌던 여러 우려 섞인 예상 중 많은 부분이 실제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1년 연기된 올림픽을 기다리며 땀 흘려 온 선수들에 대한 응원 열기 덕분일까. 국민의 관심은 여전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중계하는 방송과 언론은 예상치 못했던 잡음을 일으켰다. 


그 첫 주자는 개회식 중계에 나섰던 MBC. 차례로 등장하는 각국 선수단을 소개하는 자막에서 몰상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선수단 위로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보여줬고,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을, 마셜제도를 소개할 때는 ‘미국의 핵실험장’이란 문구를 띄웠다. 매우 자극적인 설정이자 참가 국가의 아픈 구석을 건드린 것이다. 개회식에 참여한 선수들 얼굴로 덧씌운 설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비아냥거림처럼 보였다. 

 

 

 


MBC의 헛발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과 루마니아의 축구 예선 중계 때는 루마니아 선수가 자책골을 넣자 조롱하는 문구로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을 달았다. 결국 박성제 MBC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유도 경기에서 안창림이 동메달을 따자 캐스터가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니었지만’이라는 멘트를 내놓았다. 또 여자배구 예선 한‧일전을 이긴 국가대표 주장 김연경이 인터뷰한 질문과 답을 조작 수준으로 편집했다. 마치 김연경이 그날 패배한 축구와 야구 선수단을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편집한 것이다. 이런 꼴불견이 유독 MBC에 몰렸지만 다른 방송과 언론 보도 수준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과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과거 올림픽 금메달에만 환호했던 시절과 달라져 있다. 올림픽 정신인 지구인의 우정‧연대‧화합에 호응한다. 우리 선수가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해도 끝까지 응원한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이 앞장서 선수들이 딴 메달의 색깔을 짚어가며 품평하고, 예선 탈락을 확대해 자극적인 문구로 써내린다. 태권도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높은 성적을 거뒀던 종목이 부진하면 ‘노골드 수모’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남성과 여성을 갈라서 보도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요정’ ‘미녀’ ‘여신’ ‘모델’이란 단어를 달며 선수의 실력보다 외모와 몸매를 강조하는 식이다. 때문에 여자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선수를 설명할 때 중계 캐스터가 ‘여궁사’라는 자막 중 맨 앞에서 ‘여’를 뺀 ‘궁사’라고 정리해 발언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끝으로 주요 종목으로 쏠리는 중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축구와 야구 경기가 벌어지면 공중파 방송 3사가 모두 해당 중계만 집중한다. 그 시간에 벌어지는 다른 경기는 볼 수가 없어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시청자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나선 선수들 모두에게 고른 응원을 보낸다. 비록 메달과 신기록과 거리가 있어도 첫 결선에 오른 선수들을 차례로 발굴해 칭찬하고 응원할 만큼 더 열정적이고 열려 있다는 것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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