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와 남북관계 미래비전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1-07-26 0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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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지금 대통령이 되고 싶어 나온 후보들에게 “당신은 통일한국의 미래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묻고 싶다. 통일한국의 비전은 남북관계의 미래다. 당신이 그리는 남북관계의 미래. 우리 국민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여러분! 저에게 길이 있습니다. 우리 이 길을 같이 갑시다. 그러면 남북관계를 개선해 통일한국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금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가 말이다. 비전(Vision)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은 믿음을 가지고 끈질기게 추구하면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다. 지금은 도달해 있지 않지만 눈 앞에 보이는 생생하고 거대한 목표다. 가슴 뛰게 하는 사명을 갖게 하는 것이 비전이다. 비전이 없으면 사명을 가질 수 없다. 스스로를 존재하게 하는 이유가 사명이다. 사명에 응답함으로써 내가 주체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그런 미래비전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사명으로 가슴 뛰고 있는가.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라면 적어도 그런 희망과 꿈을 갖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할 것인가? 2007년 7월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민간단체의 주선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D 조선회사 사장도 방문단 속에 포함돼 있었다. 그때만 해도 조선 산업이 초호황을 누리던 때였다. 국내 조선소가 모자라 외국에 거대한 조선소 부지를 확보해 배를 짓던 시기였다. 평양-남포 청년영웅도로를 따라 남포 근처에 있는 영남 배수리 공장이라는 곳을 다녀온 우리 일행은 오후 모여 앉아 회의를 했다. 함께 했던 조선소 사장의 말이다. “영남 배수리 공장을 완전히 새로운 조선소로 만들겠다. 여기서 부분적으로 건조된 선박 몸체를 남한으로 가지고 가서 조립하려고 하니 두 가지 요구를 들어 달라”고 했다. 하나는 “자재와 인원을 24시간 육로를 통해 북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주가 언제든지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조선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남쪽 경계를 넘는 것은 별도로 하고 우선 이 문제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물론, 거기서 당장 확답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석한 북한 육해운성의 책임자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을 느꼈다. 그 후 이명박 정권으로 정부가 바뀌고 금강산에서의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됨으로써 이 일은 없는 것이 됐다. 그렇지만 남북을 육로로 이어 인원과 물자가 언제라도 오갈 수 있는 상황은 변할 수 없는 남북관계의 미래비전이다. 이뤄져야 할 남북관계의 꿈이다. ‘물류로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분단을 가로질러 남북이 유라시아와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꿈꿔야 할 통일한국의 미래비전이다. 바로 한반도 평화경제 실현의 지름길이다. 


남북을 먼저 경제로 이어야 한다. 물류로 먼저 연결돼야 한다. 경제는 교환이다. 교환이 많을수록 소득은 증가하게 마련이다. 물류는 그런 교환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남북한을 잇는 인프라는 물류가 바탕이기 때문에 결국은 교환을 증대시켜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를 지향해 왔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수많은 이름의 정책을 구상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그런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와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통해 북방경제공동체 형성하고자 했다. 중국 및 러시아 등 북방국가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해 유라시아 지역 협력의 초석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북방경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초 국경 복합교통망 건설이다. 초 국경을 연계한 생산네트워크와 협력도시권의 구축도 필요하다. 이 모두는 남북을 잇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반도 철도연결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통해 남북한이 먼저 경제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생산과 물류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한반도 종단철도가 시베리아 횡단항로를 연결해야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물류 중심지를 기반으로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을 유치해야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가 될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이 어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북한 지역은 유라시아의 배후 물류단지로 개발될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형 물류 클러스터로 육성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한반도의 미래비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유라시아로 향한 한반도 물류의 길을 열어야 한다. 이어지면 남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남한이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북방에서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평양과 유라시아 지역에 매일 수십만 명 이상이 체류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남북은 이미 사실상의 통일 상태(de facto unification)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남북관계의 미래비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 집 드나들 듯 북한을 거쳐 중국과 유라시아를 오갈 수 있을 것이다. 슬프고 안타깝다. 대통령이 되려는 그 누가 이런 남북관계의 미래비전을 말할 것인가? 분단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대한민국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답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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