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강제할 것인가? 의식변화를 유도할 것인가?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 기사승인 : 2021-09-13 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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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여러분들은 음료수, 물, 라면, 담배 등 간단한 일상용품을 주로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평소 일과를 보내다가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흔히 동내 슈퍼나 편의점을 찾아서 쉽게 물건을 살 것입니다. 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주 방문하는 동내 슈퍼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음료수나 담배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슈퍼가 문을 닫았고 그곳이 공사현장으로 변했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 자주 접했는데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한동안 공사하던 이곳에 편의점이 들어섰습니다. 편의점이 들어서기에는 조금 넓은 부지였는데 요즘은 조금 큰 편의점이 대세인 듯합니다. 깨끗하고 쾌적해 보이는 넓은 매장의 편의점이 들어선 후 저는 이곳을 이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저는 일상생활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고 새롭게 만들어진 편의점 입구는 계단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 슈퍼 입구에는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 두 번 다시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돼 버렸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률을 통해서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과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 예를 들어 본다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비장애인이 주차하게 되면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주차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이 구역은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니 비장애인은 주차하지 맙시다”라는 의식을 고착시킴으로써 변화를 유도하는 형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후자는 강제성이 없다 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최혜영 국회의원은 지난 3월 현행 장애인주차구역 위반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2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장애인등편의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1997년 4월 법 제정 이후 24년째 과태료가 그대로이기에 실효성이 부족하고 습관성 반복 위반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법률이 발의되는 것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의식을 유도해 봤으나 변화하지 않고 이로 인해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이 불편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각종 편의시설 중에서 유일하게 ‘장애인 전용’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은 주차구역 하나뿐입니다. 그만큼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이동권 확보를 위해서는 너무 중요한 것이기에 강한 규제를 하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앞서 제가 최근 경험한 이야기도 이제는 법으로 강제하게 됩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등편의법의 일부 개정을 통해 음식점, 편의점, 제과점, 이·미용실 등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바닥면적 기준을 현행 30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강화한다고 입법예고했습니다. 이것은 2022년 1월부터 신축되는 건축물에 적용되는 것으로 그동안은 약 100평 이상의 시설에만 적용되던 것을 15평 이상의 시설에도 적용(출입문 폭 90㎝, 경사로 설치 등)시킨다는 겁니다. 이렇게 된다면 필자처럼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는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부모,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 편리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마냥 기쁜 것은 아닙니다. 법률로 규제하는 것이 많아지게 되면 또 누군가는 불편하고 불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필자가 경험한 사례처럼 어차피 큰 금액을 들여 공사할 때 조금만 깊이 생각하고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처럼 법을 고쳐서 강제하는 세상이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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