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을 죽인 남편이 돌아왔다 - 비극 아감멤논(1)

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 기사승인 : 2021-10-14 00:00:57
  • -
  • +
  • 인쇄
밥TV 지상중계

인문숲 시즌3-그리스 비극


그리스 비극의 창시자, 아이스킬로스

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대표=그리스 비극 3대 작가 하면,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일컫는데, 그중에서 가장 맏형 격인 아이스킬로스 대해서 질문드리겠습니다. 셋 중에 가장 정치적이고 종교적이라고 합니다. 아이스킬로스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박가화 수필가=아이스킬로스의 탄생 시기는 확실치 않은데 대략 기원전 525년에 태어나서 기원전 456년까지 살다간 비극 작가입니다. 그리스 비극 경연대회에서 13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그를 그리스 비극의 창시자, 그리스 비극의 일인자라 칭하기도 합니다. 


그의 비극은 신화나 영웅담 같은 기존 비극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작품 속 인물들의 도덕철학 논쟁을 끌어내기로 유명합니다.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지, 어떤 행위가 정당한 행위인지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끌어내는 이행과정들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서 관객 개인의 철학적 사유로 연결되게 만들었다고 평가받습니다.


아이스킬로스는 애국심이 아주 투철한 군인 출신 작가입니다. 그가 살던 시대는 전쟁의 역사라 할 만큼 페르시아제국과 여러 번의 전쟁을 겪었습니다. 그 또한 형과 함께 페르시아와 맞서는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바로 마라톤 전쟁이라 불리는 전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형은 그 전쟁에서 전사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스킬로스의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훗날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는 자신이 그리스 비극 경연대회에서 몇 번을 우승했느냐보다는 페르시아에 맞서는 마라톤 전쟁에서 얼마나 용맹스럽게 싸웠는가를 더 명예롭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작품들은 애국적인 주제가 많고 정치적인 의도를 품은 작품들이 많다고 합니다.

아트레우스 가문의 저주

최미선=아감멤논을 이야기하자면 그의 아버지 아트레우스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트레우스와 그의 동생 튀에스테스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세요.


박가화=아가멤논의 가계도를 한번 살펴보면요.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탄탈로스, 펠롭스 그리고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와 숙부 티에스테스 이렇게 5대로 내려오는데요. 아트레우스와 티에스테스 형제는 서로 왕이 되고자 왕권싸움을 합니다. 그 야망이 형제간의 비극을 초래하게 됩니다. 동생 티에스테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내이자 형수와 어긋난 사랑을 하고 이에 격분한 형 아트레우스는 동생의 아들들을 죽인 후 그들의 살점으로 음식을 만들어 아버지인 티에스테스에게 먹입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티에스테스는 절규하며, 아트레우스의 집안 자손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가멤논 살해에 함께 공모한 정부 아이기스토스는 티에스테스의 아들입니다. 형 아트레우스에 의해 아들들은 잃었던 티에스테스가 자신의 딸과 결혼해 얻은 아들이 바로 아이기스토스입니다. 그는 아가멤논이 죽은 것은 자신의 아버지 티에스테스의 저주가 이뤄진 것이라며 아가멤논 살인에 공모한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말합니다.


최미선=주인공의 운명은 주인공의 성격에 좌우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 있어요. 그렇듯 이 가문의 비극은 아버지 아트레우스, 아감멤논 그리고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성격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가화=이 집안은 5대에 걸쳐 부자지간의 참극, 형제지간의 비극이 일어났던 집안입니다. 피를 나눈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고의 강자가 돼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먼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고 만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우리나라 역사에도 왕궁 안에서 잔혹한 피의 참극이 일어났던 때의 세자들이 임금이 되면 복수의 화신으로 잔혹한 폭군이 되곤 했습니다.


아가멤논의 가정사에서도 신화적인 요소를 제거한다면 형제간의 비극, 부자지간의 참극 등이 지속적으로 5대에 거쳐 내려오다 보니 그들 가문에 선천적, 후천적으로 형성됐을 기질적인 요소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그들은 살기 위해 최고 강자에 대한 욕구가 본능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자기보호 본능도 컸으리라 짐작됩니다.

트로이 전쟁과 아감멤논

최미선=아감멤논이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러 가잖아요. 그 전쟁에 얽힌 이야기가 꽤 유명한 이야기죠? 그 이야기를 해주세요.


박가화=아가멤논의 동생인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아내 헬레네가 있었습니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국가 간의 동맹을 위해 스파르타 왕 메넬리오스를 만나러 온 자리에서 그의 아내인 헬레네의 미모에 빠지게 됩니다. 파리스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신화 이야기에서는 파리스가 헬레네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긴 합니다만 파리스는 헬레네를 몰래 데리고 트로이로 돌아가 버립니다. 여기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파리스와 헬레네 두 남녀가 사랑에 빠져 트로이로 도피했다는 설과 파리스가 헬레네의 미모에 빠져 납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황당하게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가 형인 아가멤논과 그리스 연합군을 구성해 트로이를 공격합니다. 이 전쟁은 10년 동안 지속되면서 많은 젊은 청년을 희생시킵니다. 이 부분에서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정치적인 의도가 깔립니다.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략했을 때 중립을 선언하고 전쟁에 참여한 폴리스 국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테베와 아르고스인데요. 아이스킬로스는 그 아르고스를 현란하게 비꼽니다. 페르시아 침략에 맞서는 명분 있는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고 한낱 한 여인의 납치극에 불과한 트로이 원정 전쟁으로 청년들을 희생시킨 것은 아가멤논의 피의 광기라고 비꼽니다. 그리고 아가멤논의 나라를 사내가 사내답지 못하고 사내보다 더 사내다운 여인이 휘두르는 열등한 나라라고 나무랍니다.


최미선=결국 아감멤논은 트로이 원정길에 오르기 전에 딸을 제물로 바치잖아요. 이것이 그가 재물로 바쳐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잖아요. 명분을 위한 장수 아감멤논과 딸의 아버지 아감멤논 사이의 갈등에서 결국 명분을 선택한 아감멤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박가화=한 사람 안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같이 들어있다고 하죠. 그 둘이 조화롭게 공존할 때 우리는 남자, 여자가 아닌 ‘휴먼’, ‘인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분석심리학자인 카를 융은 자신 내면에 있는 아니마, 아니무스가 조화롭게 만날 때 걸작품이 탄생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극 속에서 아가멤논이 자신의 어린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는 것은 자기 내부에 있는 여성성을 제거하는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화 속, 가부장제에 성공하고 성취를 이루기 위해 남성들이 첫 번째로 희생하는 것이 어린 딸로 상징되는 자기 안의 보드라운 부분 즉 남성 속에 있는 여성성입니다. 아가멤논 또한 자기 내부에 있는 여성성을 도려냄으로써 최고 강한 남성이 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가멤논은 최고 강자로의 강한 욕구에 비해 개인적인 자질과 성품이 받쳐주지 못했음을 이 극에서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결단하고 상황을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보다는 주위의 타자들에 의해 떠밀려 행동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주체적이고 혁명적인 아내에 의해 제거되고 말게 됩니다.(다음호에 계속)


정리=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