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 반환과 계약해제

박현철 변호사 / 기사승인 : 2021-03-22 0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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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법률

가까운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갔다. 대학 동기이자 룸메이트였던 이들을 만났다. 2~3년 만에 만나 그동안 쌓아둔 이야기들을 털어내겠거니 했는데 대화의 50%는 이놈의 집값, 집값, 집값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경기도에 아파트를 구입했던 쌍둥이 아빠 녀석은 몇억을 앉은 자리에서 벌었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친구는 멘붕에 빠져 패닉바잉으로 있는 돈을 몽땅 아파트 구입에 투자했다고 한다. 파란 기와집 아래서, 여의도의 둥근 지붕 아래서 일하는 분들의 노고를 미천한 필자가 어찌 이해하겠냐마는, 날씨보다 맞추기 어렵다는 부동산 시장의 통제가 얼마나 혼란스럽겠냐마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10조의 가치가 허황된 문장으로 남지 않으려면 적어도 “입고” “먹고” “자는” 것에 대한 수호 만큼은 국가가 방어해야 할 최소한의 가치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바로 가계약금의 법리인데, 사건의 개략은 이렇다. A는 본인이 소유하던 X아파트를 매매하려 아파트 앞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을 내놓았다. 하루 만에 B라는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고, 공인중개사를 통해 개략적인 매매계약의 대강을 문자로 받았다. “매매대금은 4억, 계약금은 4000만 원, 중도금은 2억 원, 잔금은 1억6000만 원. 계약일이나 계약이행일은 추후에 만나서 협의, 가계약금 1000만 원은 지금 즉시 입금 예정.” A는 B로부터 즉시 가계약금 1000만 원을 지급받았고, 며칠 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매수인과 만나기로 했다.


문제는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기 하루 전, 회사 동료로부터 X아파트의 요즘 매매가가 4억이 아닌, 7억이 됐는데 바보같이 왜 반값에 매매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화들짝 놀란 A는 공인중개사에게 시가를 잘못 알려준 것 같다며 B와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지급받은 가계약금의 배액인 2000만 원을 송금해 줄 테니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다. B는 이미 가계약금이 전달됐으므로 무조건 4억 원에 X아파트를 구입해야 한다고 직접 연락했고, A는 매도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했다.


며칠 뒤 A에게 소장이 날아왔는데, 청구취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주위적으로, A는 B에게 X아파트에 관하여 2020.1.1.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예비적으로, A는 B에게 8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


계약금으로 받은 1000만 원이 전부인데, 배액인 2000만 원을 돌려주면 되는 줄 알았지 X아파트를 달라, 아니면 가계약금이 아닌 계약금의 배액인 8000만 원을 달라는 B의 주장이 도둑놈 같다며 필자를 찾아온 사건이다.


한주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20~30% 정도는 우습게 오르는 세상이 오다 보니 이 같은 가계약금 반환의 법리에 대해 상담을 받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매매가의 상승으로 변심한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 하는 경우의 법리는 간략하게 결론부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의 내용 즉, 매매가격, 이행일 등이 결정된 상황이라면 가계약금을 얼마 지급받건 약속된 계약금의 배액을 반환해야 한다. 즉 1000만 원의 가계약금을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계약서를 이미 쓴 상황이라면 계약서상 4000만 원의 배액인 8000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


2.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구두(말)로라도 매매가격,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의 이행에 관련된 사항이 전혀 합의된 바 없다면 지급받은 가계약금의 배액인 2000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


사실 가계약금의 반환과 관련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 “가계약금(1000만 원)만 지급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계약금(4000만 원)의 배액(8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던데요?”라며 전화가 오는 분들이 참 많다. 이와 관련된 법리를 자세히 살펴보겠다. 


실제 가계약금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판례가 존재한다.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2014다231378 판결]” 즉 이 판례의 취지는 가계약금만 지급을 받았다 하더라도 계약서상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해야 매매계약의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판례가 추가로 존재한다.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2000다51650 판결]” 즉 이 판례의 취지는 계약이 [성립]했다고까지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구체적으로 이행을 특정할 수 있는 기준 정도는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매매대금, 이행기일 등이 전체적으로 특정되거나 계약서가 명시적으로 작성된 경우에만 계약금에 대한 배액 배상 후 계약해제가 가능한 것이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의 경우 결국 가계약금의 배액인 2000만 원만 반환하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에서 역시 필자가 짚었던 중요한 쟁점에 대해 판단했다. “본계약 체결 예정일만 정해졌을 뿐, 중도금 및 잔금의 액수와 지급 시기, 지급 방법, 매매목적물의 인도 및 재산권의 이전 시기에 대한 약정이 없었던 점” “매도인이 매수인의 인적사항을 전혀 알지 못하고 만나본 사실도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계약이 확실히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나 해당 재판에서 재판장은 “만약 이 사건과 반대로 매수인인 B가 지가가 하락하여 매수하지 아니하겠다고 가정을 한다면, 기존에 가계약금으로 지급받은 1000만 원을 몰취당함으로써 계약의 해제를 노리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계약금으로 서로 합의하였던 4000만 원을 A에게 지급하면서까지 해제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다.”라는 놀라운 명언을 함으로써 가계약금 해제의 주된 논거를 추가했다.


가계약금의 법리의 개괄은 설명했지만, 재판에서의 향방은 사안마다 다를 수 있으니 변호사와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박현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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