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자

박현철 변호사 / 기사승인 : 2021-06-14 00: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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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상속 관련 상담이나, 사건 진행을 많이 하는 편이다. 모든 재산을 첫째 아들이 독식했다며 제기하는 유류분반환청구, 어머니를 모시던 막내딸이 어머니 사망 전 모든 재산을 빼돌렸다며 제기하는 참칭상속인에 대한 상속회복청구 등 다양한 상속 관련 해법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은 피상속인(부모님)이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피상속인 보유 재산에 대한 분쟁이 발생되는 경우인데 보통은 피상속인이 이미 치매 등의 질병으로 의사결정과 사리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 이런 스토리다. 고령의 P(어머니)씨에게는 자녀 A, B, C가 있다. P씨는 30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재산 30억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막내아들인 C는 1년 전 아버지가 남긴 재산 중 10억을 달라며 억지를 부렸고, 결국 어머니인 P씨는 막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10억을 C에게 증여했다. 얼마 전 P씨는 버겁게 살아내 온 삶의 무게 때문인지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됐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자녀들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심성이 고운 첫째 A는 P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며 매일 같이 곁에서 부양했다.


이때 집 나간 C가 돌아온다. 이미 증여받은 10억은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 도박, 유흥으로 이미 탕진한 뒤다. 이 안타까운 탕자는 외려 A에게 노발대발 소리를 지르며 형이 얼마나 엄마를 힘들게 했으면 이 상황까지 왔냐며 화를 낸다. 그래도 사람 좋고 성격 좋고 인심 좋은 A는 C를 어르고 달래며 잘 돌아왔다고 안아준다.


여기까지는 줄거리는 성서 속 ‘돌아온 탕자 이야기’와 언뜻 비슷하다. 그러나 현실의 탕자는 변하지 않는다. A의 집에 같이 지내던 C는 어느 날 알츠하이머 중증 상태가 진행된 P, 그리고 P의 인감이나 등기권리증 등의 서류와 함께 어디론가 떠난다. 그리고는 어느 날, A 집으로 우편물이 날아온다. P가 남은 20억 원의 모든 재산을 C에게 증여해 발생한 증여세 등의 세무 서류들이다. P가 일상적인 의사결정이 전혀 불가능할 때를 이용해, P의 인감 및 등기권리증을 가지고 있던 것을 기화로 모든 재산을 자신에게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때 A와 B가 긴급히 상담 예약을 잡고 필자를 찾아오며 다음 편이 시작된다. 억지로 꾸며낸 짧은 한 편의 막장 드라마 같지만, 필자가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꼭 마주하는 사연이다. 이 경우 원칙적인 해결 방법은 P가 C를 상대로 해 자신의 증여행위가 없었음을 이유로 하는 소유권말소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결 방법이 어려운 이유는, P를 C가 모시고 있을 뿐 아니라, P가 일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때, 스스로 소송이 불가능한 P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성년후견제도란, 질병, 장애, 노령 등의 사유로 정신적인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검사 또는 지자체의 장이 법원에 대해 후견개시를 신청해 행위능력상실자에 대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처리된다. 1. 피후견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성년후견신청서를 접수한다. 2. 피후견인에 대한 의료기록(MMSE 등 치매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검사지가 포함돼 피후견인의 상태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을 첨부해 후견개시가 필요한 사유를 소명한다. 3. 법원은 다른 자녀들에게 위 신청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고 진료기록감정이나 신체감정을 진행할 것을 명한다. 4. 피후견인에 대한 의료전문가들로부터의 감정을 받아 후견개시 사유를 증명해 낸다. 5. 법원은 후견개시와 동시에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를 이행해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한 후견사무처리를 할 수 있는 가장 적정한 자를 선정한다. 이 기간은 약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 소요된다.


한 차례 신청으로 해결되는 기간이 길기도 할 뿐더러, 자칫 섣불리 신청서를 작성해 후견개시 신청을 하다가는 오히려 C와 같은 자에게 후견인 자격이 주어질 수도 있으니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기 바란다.


박현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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