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드림’이 온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1-06-14 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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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울주군에도 바다가 있다. 우리나라 육지에서 해가 가장 빨리 떠오른다는 간절곶이 제법 알려져 있기도 하고, 더 오래전부터 국가기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온산국가산업단지가 해안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곳에 우리나라의 굵직한 정유회사들이 모여들었고, 365일 밤낮없이 불을 밝히며 산업도시 울산을 이끌고 있다. 한때는 이러한 산단을 관통하며 관광 목적의 야경을 즐기라던 지방자치단체도 있었다. 지금도 그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산단의 야경을 즐기라는 문구가 남아 있다. 그 안에서 사람이 다치고, 죽고, 질병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산단이 자리하고 있는 온산읍을 지나 부산으로 향하는 해안선에는 서생면이 자리 잡고 있다. 서생포성을 지나고, 진하해수욕장을 지나고, 간절곶을 지나면 원자력발전소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입체적인 구조와 사연을 지닌 바닷마을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이 지역 주민들이 원전 덕분에 풍족하게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그런 주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울주군청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더니 원전지원금이라고 오해들을 한다. 그 정책에 직접 관여했던 내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 단체장 의지의 문제였고, 각 부서의 불용예산을 끌어모은 게 대부분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에 원전을 단계적으로 영구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그 정책이 유지된다면 지원금은 차츰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 돈은 원전을 가동하는 만큼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정권이 바뀌면 원전 정책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봐도 그렇다. 본인들이 원했던 일도 아니고, 국정과제로 밀어붙이는 사업에는 당해낼 도리가 없다. 싸워도 답이 없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다. 언제 나올지, 얼마나 나올지도 알 수 없는 보상금이라도 받아야 해서. 그렇게라도 원전 지역을 떠나고 싶어서 5대가 이어 살던 가옥을 버리고 원전 건설에 찬성했던 팔순 노인도 있다. 


목숨값이라고 불리는 그 보상금을 받기 위해 원전을 유치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런 시선을 보내기 전에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 일말의 부채의식부터 가져야 하지 않을까? 원전이 단계적으로 영구 정지된다면 이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탈핵에 대한 찬반논쟁을 살펴보면 어느 쪽도 그 중심에 주민들이 안 보인다. 문제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동원 대상으로, 계몽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간절곶과 진하해수욕장이 있으니 관광 사업으로 먹고 살면 될까? 그런 생각으로 서생면에 이주해 온 사람들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알고는 있을까? 


나는 상상도 못 했던 인연으로 작년 12월 31일 서생 주민이 됐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누군가에게는 원전지원금과 지자체 공모사업 예산을 따다 주는 브로커로 오해받기도 했다. 실제 그런 목적으로 수수료를 흥정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사업을 잘 포장해서 원전지원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온갖 지원금을 받아서 어딘가로 밀어 넣는 사람도 있다. 일부 주민들의 오해와 반대 때문에 지자체 공모사업에서 보기 좋게 탈락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컨설팅하는 전문가조차 서생면은 공동체 사업을 할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이런 내가 답답해서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서인지 서생면을 떠나서 정부나 모 지자체에 자리가 난 공직으로 오라던가, 특정 대권 후보 캠프를 꾸리고 운영해서 당선시킨 후 공직으로 가라는 분들이 있었다. 촌놈이 된 나를 기억하고 찾아준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이 지면을 빌어 말씀드린다. 


이곳에는 나와 함께 꿈꾸는 동료들이 있다. 산단과 원전 때문에 사라지는 어업권을 대체할 수 있는 마을경제 만들기, ‘어촌형 6차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 창출을 꿈꾸는 동료, 해양쓰레기 자원화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동료, 미세조류(플랑크톤) 배양기술로 수질과 공기를 정화시키고 싶어 하는 동료, 그렇게 번 돈으로 나이 들고 물질조차 하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마을형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싶어 하는 동료, 떠나버린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는 마을로 만들고 싶어 하는 동료, 그 동료들과 동료들을 돕기 위한 전문가들이 곧 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한다. 동료들과 함께 마을과 사람을 회복시키는 꿈. 내 꿈은 공직과 대선캠프가 아닌 이곳에 있다. 저기 ‘바다드림’이 온다. 폐쇄적인 마을문화를 걷어 낼 ‘받아들임’이 온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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