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

신미옥 울산고운중학교 교장 / 기사승인 : 2021-07-06 0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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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얼마 전 <글자풍경>을 쓴 유지원 씨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아이 눈에 모빌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아이가 가만 누웠을 시기에 어느 집에서나 요람 위 천장에 모빌을 달아놓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 신기한 것을 보고 방긋방긋 웃거나 까르르 즐거움에 빠진다. 덩달아 어른도 환해진다. 내려다보는 눈앞 공중에 곰, 코끼리, 호랑이, 사자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하지만 누워 있는 아이 눈에는 거의 같은 모습 ‘똥꼬’ 부문만 보인다는 것이다. 모빌이 아이 눈에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에 들어가 모빌들을 살폈다. 십중팔구 어른이 바라보는 관점이다. 알록달록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잠시 나는 누웠을 아이 눈으로 본다. 엇비슷한 발바닥이 빙글빙글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독일에서는 아이의 눈높이에 따라 글자 모양을 다르게 디자인한다고 한다. 아이 눈은 알파벳 소문자 비(b)와 디(d)가 왜 다른 글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그것은 마치 아이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릴 때 엄마와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엄마가 같듯이 두 글자 비(b)와 디(d)는 고개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린 것과 같다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아이가 글자를 처음 배우고 쓸 때, 어떻게 저렇게 ‘이상하게’ 쓸 수 있지? 하고 의아해했던 경험이 어른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알맞은 글자로 디자인한 책을 펴내는, 아이가 자라면서 어떻게 세상을 다르게 만나게 되는지 지독하게 연구한 독일 어른들의 과학적 깊이에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또 강의자가 최근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여주었다. 아이 눈높이에서 아이를 배려하고 섬세하게 살핀 어른의 마음이 알뜰했다. 우리의 초등교과서를 보여주었다. 본으로 제공한 글자는 명필만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흠결 없는 글자가 궁서체로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본보기 앞에 아이들이 느꼈을 막막함에 대해 이제껏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나아가 어른들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마련한 교육적 환경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하니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우리에겐 섬세한 눈길이 감감하구나, 꼼꼼한 살핌이 저렇게까지 모자라 구나! 때늦은 탄식이 나왔다.
소설가 김연수가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진정한 상상이다.’ 아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상상이 아니다. 모두가 ‘말도 안 돼’라고 하는 그것이 상상의 영역이고 창작의 공간이라고. <글자풍경> 서문을 읽는다. “한글 창제는 곧 ‘지식의 민주화’를 의미했다.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 발명과 사회문화적 의의에 있어서 등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은, 고려의 금속활자 인쇄술 발명보다는 오히려 조선 초 한글 창제 쪽이 더 가깝지 않은가 한다.”


지금이야말로 아이의 세계에 대해 어른이 상상할 때다. 


신미옥 울산고운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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