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울산의 미래에 투표하자...신재생에너지냐 핵발전 유지 확대냐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2-03-05 09: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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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선택 아닌 필수

 

울산경제가 어렵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울산을 빠져나간 인구는 좀처럼 회복할 조짐이 안 보인다. 자동차산업도 전기차로 전환하는 속도 만큼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든다. 코로나19는 언제 사그러들지 기약이 없다. 울산경제를 이끌어왔던 베이비부머들이 무더기로 퇴직하고 있다. 청년들은 몇십 개월 연속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순유출’ 중이다.

 

지은 지 오래된 공단에서 화재 폭발 화학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시민들은 이 도시가 얼마나 위험한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중대재해 없는 일터를 고대하지만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대선 끝나고 이틀 뒤면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한지 11년이 된다. 울산은 전국에서 아니 인구 110만 명이 넘는 도시로서는 지구에서 가장 많은 핵발전소에 둘러싸여 있다. 기후위기는 더는 지금처럼 먹고 일하고 소비하고 생활할 수 없다는 걸 경고한다. 탄소중립을 앞당기지 못하면 수출길도 막힐 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울산은 민선 7기 지방정부가 부유식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 동쪽 60킬로미터 해상 동해가스전 인근 바다에 전체 9.6GW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 울산광역시 면적보다 더 넓은 바다 위에 날개 하나의 길이가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1000개 가까이 들어선다. 9.6GW면 원전 9기에 달하는 발전설비용량이고,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로는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너도 나도 앞다퉈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에 뛰어드는 이유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앞다퉈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에 뛰어들었다. 바다 위에 라이다를 띄워 1년 동안 풍황조사를 해봤더니 평균 풍속은 초속 8~9미터로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발전이용률도 45~50%로 예측됐다. 울산은 평군 수심 150미터의 넓은 대륙붕이 펼쳐져 있어 발전기 설치에 적합하고 배후 항만이 잘 갖춰져 있다. 해상풍력발전기에 들어갈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들이 많이 있다. 거대한 부유식 해양구조물을 건조한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도 많다. 발전기 하나에 수천 톤이 들어가는 철강을 생산할 제철소도 가까이 있다. 화력발전소와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송배전선로가 이미 구축돼 해상풍력단지와 계통연계가 쉽다는 것도 강점이다. 대규모 제조업체와 국가산업단지가 있어서 전력소비처도 이미 마련돼 있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울산이 지구에서 유일하다시피하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1GW 건설에 6조 원가량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의 최적지로 울산을 꼽고 발 벗고 개발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 2월 25일까지 전기위원회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모두 12개 6.1GW 규모다.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를 거치면 2024년부터 공사가 시작돼 2030년이면 6GW 발전이 가능하다. 독일 에너지기업 등 후발주자들도 합류하면 총 9GW의 풍력발전단지가 가동된다. 발전효율을 45%로 잡았을 때 35.6TWh의 전력이 생산된다. 81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54조 원 투자, 30만 개 일자리 창출

RE100, 탄소중립 실현, 세계시장 선점

 

시공에 2~3년, 운영에 20년 이상 걸리는 이 사업에서 만들어지게 될 일자리도 3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후항만 클러스터에 낫셀 조립공장과 타워, 날개 제작 공장, 200개가 넘는 부품 공급망이 들어서고, 철구조물인 부유체와 해저 전력선, 내부 케이블 생산 공장들이 가동되면 제2의 조선해양산업이라고 할 만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진다. 발전기 관리 운영과 부품 보수 교체 작업에도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기업 수출에 사활이 걸린 RE100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탄소배출이 전혀 되지 않는 풍력발전으로 자동차, 철강, 아연 등의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을 100% 공급할 수 있다. 기업들은 탄소국경세에서 자유로워지고 수출경쟁력이 강화된다. 

 

울산이 이 정도 규모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하고 운영하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만으로 새로운 수출길이 열린다는 얘기다. 2050년 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은 200GW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규모와 경험을 가진 울산이 이 시장을 차지할 수 있고 거기서 엄청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대선 쟁점 된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헌데 이번 대선에서 이 부유식 해상풍력이 난데없이 쟁점이 됐다. 지난 2월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울산 유세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에 대해 이권 비리 의혹을 제기하더니 핵발전 유지 확대를 주장해왔던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해상풍력사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맞서 2월 27일 울산 유세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울산경제를 살리겠다”고 선언했고, 송철호 시장은 3월 2일 직접 나서서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송 시장은 이 자리에서 “울산의 백년대계 사업이 이렇게 폄훼당하는 것을 보고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려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얼마나 불안해할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적극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게 윤석열 후보의 발언과 국민의힘 울산시당의 주장을 통해 확인됐다. 세계가 주목하고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이 사업을 국민의힘이 이렇게까지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가 뭘까?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또 다른 이권으로만 비치는 사람들에겐 자신들이 포함된 핵발전 기득권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울산의 미래는 이제 시민들의 한 표에 달렸다. 바닷바람 탄소제로 에너지로 울산경제를 살릴 것인가, 부유식 해상풍력을 중단하고 위험한 핵발전을 확대할 것인가. 선택의 기준은 유권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 울산경제를 두고 문제를 좁혀 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이종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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