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는 신공항 적지가 아니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1-05-03 0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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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난 4월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서울(0:25)과 부산(0:16)의 모든 기초단체에서 0:41이라는 참패를 당했다. 갑작스러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면 바둑으로 치면 패착, 축구로 치면 자살골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통해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는 대형 국책사업을 정치 논리로 결정했을 때 나타나는 심각한 학습효과를 경험한 국민에게 가덕도 신공항 카드는 역대 보수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조장하던 북풍처럼 식상하고 빛바랜 카드였다.


가덕도 신공항 찬성론자가 제시하는 주장의 가장 큰 논거는 동남권 성장동력이다. 갈수록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면서 불랙홀이 돼 지역의 인구 비중이 감소하고 공동화되는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국가과제로 설정하고 혁신도시를 통해 주요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킨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동남권 메가시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다 동의하더라도 신공항 입지가 왜 가덕도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당이 국회 권력을 행사해 행정부를 강제하는 특별법으로 정한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식이다. 이게 민주적인 국가의 입법과 행정절차에 맞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군사독재 시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이미 객관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거쳐서 부정적인 판정을 받은 사업이었다. 부울경 및 대구경북까지 포괄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제용역기관인 KDPI에서 후보 지역 5곳에 대한 비교평가를 했다. 당시 가덕도 신공항 1안 2안, 김해 신공항, 밀양 신공항 1안 2안 등 총 5개의 안을 두고 다양한 평가항목에 걸쳐 종합평가를 한 결과 가덕도 신공항 1안 2안은 4위와 5위로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점수 차이가 근소해서 어느 후보지가 선택돼도 괜찮았을 정도가 아니라 매우 현격한 차이였다고 알려졌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일단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부산시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용으로 7조5000억 원을 주장했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면 28조6000억 원 이상이 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대형 토목사업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의 주장만이 아니라 정부의 관련 부처들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된 가덕도특별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사업비는 당초 7조5000억 원이 아닌 28조60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 추정했고, 항공안전사고 위험성 증가, 해양 매립으로 환경보호구역 훼손 등 안전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경제성·접근성·항공수요 등 무려 7개 부문에서 모두 부적합 반대 의견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가덕도 신공항은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주무 부처의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바 있다. 정부 여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국책사업에 대해 토목공사를 앞장서서 벌이기 좋아하는 국토부 관료들이 반대 의견을 공식 표명한 것이다.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도 생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예타 면제란 한마디로 ‘묻지마 투자’를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국가 재정의 건전한 운영과 대규모 국책사업 투자의 적격성을 미리 따져보도록 법을 만든 국회가 거꾸로 ‘묻지마 투자’가 가능한 특별법을 만든 것은 법리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이후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행정부의 기능이 축소 침해받는 선례가 된다. 법무부조차도 “적법 절차와 평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정도로 이후 위헌 시비와 헌법소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환경적인 문제는 거론조차 안 했는데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문제가 많은 국책사업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런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제2의 4대강 사업, 제2의 새만금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미 부산을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는 전국적인 연대 단위가 꾸려졌다. 환경운동연합은 당연히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한다. 환경운동연합도 새롭게 구성된 13기 지도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나섰다. 지난 26~27일 공동대표 2명과 사무총장 및 바다위원회, 가덕도 신공항 대응팀(TFT)이 부산 을숙도 하구에서 해상 액션과 현지 학술 세미나, 현장 조사활동을 벌였다. 육상과 해상에서의 조사에 조류학자와 해양학자가 참가했다. 비전문가인 필자도 연대 차원에서 동행했다.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매립해야 할 바다는 수심이 매우 깊었고 대항 바로 인근에 서식하는 상괭이를 볼 수 있었다. 동행한 국제 조류학자가 본 가덕도는 대마도에서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하는 경로이자 주요 경유지라고 했다.


가덕도의 잘록한 허리처럼 생긴 예정지를 매립해서 동서로 약 2km의 활주로를 만들면 낙동강 하구에 퇴적되는 모래톱에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다. 북구의 작은 항에 방파제를 축조하거나 해안선에 호안을 축조하더라도 해변의 모래 자갈이 떠밀려와 퇴적되거나 휩쓸려 나가는 변화가 엄청나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바다 매립이 불러올 변화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낙동강 하구의 철새 도래지 보존도 중요하지만 철새 이동 경로라서 새가 비행기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감으로써 발생하는 항공사고 위험도 매우 높다고 한다.


이 밖에도 해양 생태계, 보존도 1등급으로 분류되는 가덕도 산지 생태계 식생조사, 가덕도의 문화 역사적인 가치, 주민들의 삶의 터전 등 공항 건설에 앞서 면밀하게 조사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공항이 건설되면 기존 도로와 별도의 진입로를 개설해야 하는 것도 생태환경을 많이 훼손하게 되며 건설비용 증가요인은 도처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은 정치권의 정치 논리에 따라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으로 밀어붙여서는 절대로 안 되는 국책사업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또한 역사와 문화 환경 생태 그 어느 관점에서 봐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집권 여당의 폭력이나 다름없는 횡포라고 생각한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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