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패션을 아느냐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기사승인 : 2021-06-09 0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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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기

작은애가 한창 꾸미고 다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뭐 하나 내 마음대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런지는 오래됐다. 하다못해 고무줄 색깔까지 자기 취향대로 고른다. 아침에 머리는 어떻게 묶어줄까 물으면 요구사항이 매번 있다. 요즘에는 반머리로 양갈래를 한 뒤에 그걸 세 가닥으로 땋아서 똥머리로 말아 달란다. 세 가닥을 안 땋고 그냥 똥머리로 말면 다시 해달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머리띠를 쓰고 거울을 본다. 자기 모습에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작은애가 자기 모습에 흡족한 날에는 집을 나서면서 한껏 들뜬다. “엄마. 내가 너무 예뻐서 친구들이 몰려들까 봐 가슴이 콩콩콩 뛰어.” 발걸음이 사뿐사뿐 나비다. 보고 있는 나도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간다. 그러고 반나절이 지나 하원 차에서 내리면 작은애가 실토한다. “엄마. 아무도 안 몰려 들었어.” 다소 멋쩍어하는 표정에서 웃음이 터진다.


가끔 계절과 안 맞을 때만 말을 보태는데 막무가내다. 때 이른 반바지를 입고 청바지 안에 반스타킹을 신고 간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이렇게 입고 가면 선생님이 엄마의 센스를 의심하지 않을까 싶다. 모쪼록 아이와 나를 따로따로 봐주시면 좋겠다. 내 눈에는 예쁜 옷인데 아이는 아니란다. 이건 뭐 큰애도 마찬가지다.


큰애는 검정 쫄바지만 입고 다닌다. 다른 색깔은 안 되고 두꺼워도 안 되고 주름이 잡혀 있어도 안 된다. 추운 겨울에 오돌오돌 떨면서도 얇은 검정 쫄바지로 버틴 아이다. 그러다 무릎에 구멍이 나면 바느질을 해준다. 두 번째 구멍부터는 버린다. 그렇게 하나둘 쫄바지가 없어졌다. 이제는 다른 걸 입으려나 내심 기대했지만 검정 쫄바지만 찾는다.


큰애가 아토피가 있어서 오금에 흉터가 있다. 여름을 앞두고 반바지 입을 생각에 큰애가 걱정한다. 아무도 네 다리에 신경 안 쓴다고 말해줘도 귓등으로 듣는다. 큰애는 전신 거울을 자주 본다. 옷을 골라 입고 나서 어떠냐고 묻기도 한다. 이럴 때 최고의 칭찬은 “아이돌 같다”고 말해주는 거다. 머리는 기르고 있는데 한 번도 풀고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럴 거면 왜 기르나 싶다. 고무줄은 안 되고 머리방울로만 하나로 묶어야 한다. 마스크를 쓴 게 더 예뻐 보인다며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 큰애는 뭐 하나가 마음에 들면 주야장천 그것만 하는 스타일이다.


애들 데리고 화장품 가게에 가면 애들도 구경하기 바쁘다. 특히 큰애가 이거 예쁘다면서 손이 금방금방 나간다. 여름을 앞두고 나도 준비하는 게 있으니 그건 페디큐어다. 샵에 가서 하긴 부담스럽다. 요즘 셀프 네일도 잘 나온다. 작년엔 발톱 위에 발톱 하나를 더 붙였는데 불편했다. 올해는 발톱 위에 붙이는 스티커로 골랐다. 큰애가 보석이 박힌 화려한 스티커를 내게 권한다. “엄만 심플한 거 좋아해.” 말했더니 “심플한 게 뭐야?” 묻는다. “보석 없는 게 심플한 거야.” 짧게 말해주고 하나를 골랐다. “엄마 나도 하나 고르면 안 돼?” 큰애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큰애는 이미 숱한 매니큐어 장난감들을 섭렵했다. 바르고 붙이는 거에 있어서 경력자다. 집에서 애들이 조용하다 싶으면 그건 손톱 발톱을 가꾸고 있는 거다. 큰애는 손톱이 분홍이고 작은애는 발톱이 분홍이다.


큰애는 옷 입는 게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추고 있다. 작은애는 과도기다. 이따금 너희가 패션을 아느냐고 애들한테 외치고 싶다. 내 소박한 바람은 계절에 맞게만 입어줘도 좋겠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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