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손은욱 학부모 / 기사승인 : 2021-06-09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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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곧 있으면 50이다. 아직 마음은 20대인데 몸 따로 마음 따로 세월이 무색하게도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 그 옛날 엄마가 하시던 말씀이 이거구나 싶다. 그 당시 엄마의 잔소리가 그렇게도 싫었는데, 오늘도 잔소리를 억수같이 쏟아 놓는 나를 보면 왜 이러지 싶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무용수로 이름을 날리고 싶었지만, 졸업을 앞두고 스키를 타러 가 다치는 바람에 무용의 꿈을 접어야 했다. 오랜 시간 노력한 게 물거품이 되자 허탈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공무원으로 일을 하게 됐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 덕에 아픈 것도 모르고 지냈는데 5년이 지나고 나니 다쳤던 무릎부상으로 수술하게 되고, 쉼 없이 달려왔던 시간이 너무 힘들어 모든 걸 접고 울산으로 돌아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주부로만 지냈다. 작년부터 우연히 이웃의 권유로 코로나 때문에 필요한 초등학교 안전도우미 일에 지원하게 됐다. 처음 재취업 안전도우미 일을 하던 그날이 생생하다. 노란 조끼를 건네 받고, 잘 할 수 있을 거한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자식 키워본 엄마 입장이라 모두 내 아이처럼 관리하고 서두르다 보니 몸이 힘든 걸 빼고는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올망졸망한 저학년부터 어른 같은 6학년들까지 집에 오면 아이들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며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안전 도우미 계약이 끝나고 이걸로 다시 경력 단절인가 할 찰나 모 초등학교 돌봄 수업 선생님을 구한다는 소식에 재빨리 달려가 이력서를 내밀었다. 제법 용감해진 나였다.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라고 하늘이 주신 기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무용수를 하고 싶었던 내 꿈과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나의 재도전 과제까지 찾게 됐다. 춤테라피 교육을 통해 나만의 교육을 실천할 날을 만들고 싶다. 


다시 공부에 도전했고 누구보다 바쁘게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지금까지 주부의 자리, 엄마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아이가 중학교 갈 때 맞춰 이런 행운도 생기고 너무 행복하다.


초등 6학년 때 청소년기자단 활동을 하게 된 아이는 코로나로 봉사, 단체 활동이 제한된 것과 상관없이 울산지역의 기자단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상식 공유와 학생으로서 갖춰야 하는 지역사회 소식 그리고 기사 활동까지 골고루 하면서 더욱 성장하게 됐다. 게다가 기사를 쓴 후 원고료까지 받으면서 작게나마 경제활동을 한 것이 뿌듯하다고 했다. 달래서 시킨 기자단 활동이지만 1년 동안 적응되다 보니 이젠 스스로 알아서 챙기고 활동을 이어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부모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 같다. 


지금은 초등 시간제 강사 활동까지 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가서 일하게 된다. 그래도 좋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서 천천히 적응해 가고 싶다. 최선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 목적 없이 열심히 산 것 또한 내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지금은 목적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니 분명 더 좋아지고 잘할 수 있을 거다.


올해 스승의 날, 그동안 지나친 아이들이 “선생님 감사해요, 사랑해요.”하면서 인사와 카네이션을 전달해 줘 뭉클했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장점을 찾아 노력하길 바란다. 나처럼 나이가 들어서가 아닌, 어려서부터 자신의 장점을 사랑하고 존경받아 열심히 자기의 노력으로 삶을 하나씩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6월엔 무용 심리 자격증 시험과 돌봄 수업 준비가 남았다. 더 열심히 건강하게 잘 해낼 수 있게 나를 위해 기도한다.


손은욱(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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