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기사승인 : 2021-03-16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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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기

동생만 선물 받으면 언니가 샘을 낸다. 동생이 생일이라 어린이집과 교회에서 선물을 잇달아 받아왔다. 언니는 동생이 뭘 받았는지 궁금해서 목을 내밀다가도 안 부러운 척한다. 언니의 시샘은 짜증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싸운다. 선물이 탐나는 언니는 동생을 회유하기도 한다. 동생에게 선물이 두 개면 하나는 언니가 가져도 되냐고 묻는다. 좀 전과 달리 금세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변한다. 보통은 동생이 언니 하나 준다. 간식 선물이면 잘 나눠 먹는다. 선물이 물건일 때는 마지못해 허락했다가 철회하기도 한다. 그러면 언니 콧구멍에서 뜨거운 연기가 나온다.


작은애가 머리핀을 두 개 선물 받았다. 다음 날 아침, 등원할 때 양쪽에 하나씩 꽂고 싶어 했다. 그런데 한 개가 안 보인다. 핀 담아두는 통을 쏟다시피 찾았는데도 없다. 큰애가 학교 간다고 먼저 집을 나선다. 큰애 뒤통수를 보며 나는 촉이 왔다. 동생 핀을 숨겼구나! 


작은애는 핀 하나 덜 꽂아서 기분이 엉망이다. 울고불고 난리다. 어린이집 안 간다는 거센 저항이 시작된다. 작은애 손을 잡아끌고 들어 안아 어린이집 차에 겨우 태워 보냈다. 돌아와 머리핀도 찾을 겸 집안청소를 시작했다. 얼마나 꽁꽁 숨겨 놨는지 안 보인다.


큰애가 학교 마치고 돌아왔다. 아침에 동생 핀 숨겼냐고 물었다. 이쯤 되면 나도 이리저리 돌려서 말할 기분 아니다. 큰애의 두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린다. 왜 묻냐고 되레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눈에 힘을 주고 큰애를 바라봤다. 큰애가 고해성사를 한다. 동생이 얄미워서 핀을 학교에 가져갔다며 말이다. 숨기는 걸 넘어서 아예 들고 가버리다니 나보다 한 수 위다. 거기다 동생이 오면 그냥 핀을 찾았다 말해 달라고 내게 부정청탁을 한다. 아까보다 눈에 힘을 더 주고 큰애를 바라봤다. 동생에게 솔직하게 사과하라고 했다. 큰애가 그러겠다고 고개를 떨군다. 


동생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왔다. 언니의 사과와 동생의 용서가 오고 간다. 둘이 역할놀이 할 때 언니가 역할을 정한다. 동생에게 아기, 동생, 학생, 동물을 시키고 자기는 엄마, 언니, 선생님, 주인을 맡는다. 동생 입장에서 불만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동생이 아기 흉내를 내다가 역할을 바꾸면 아기는 그렇게 안 한다며 언니가 지적한다. 언니 비위 맞춰가며 놀기 어렵다. 


놀이에서 언니가 갑이고 동생이 을이다. 언니는 안 놀아주면 그만이지만 동생은 늘 언니를 원한다. 동생이 언니바라기다. 전에는 언니가 책 보면 심심하다며 몸을 비틀고 괜히 시비를 걸었다. 이제는 나란히 앉아 책을 펼친다. 아직 글자도 모르지만 일단 언니를 따라 한다. 언니가 만화책을 보니 동생도 만화책부터 봐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놀이의 끝은 정리다. 같이 치우라고 하면 “이건 내가 안 꺼냈어.” 말이 들려온다. 언니가 더 많이 치운다. 동생은 놀 때와 달리 비협조적이다. 언니가 이거저거 치우라고 동생에게 시킨다. 동생은 요리조리 반박하며 안 치운다. 언니가 한 대 툭 치고 지나간다. 동생이 과하게 울기 시작한다. 언니에게 “야!”라고 소리친다. 언니가 욕을 날리고 방문을 잠근다. 동생이 방문을 쾅쾅 두드리고 발로 찬다. 


내가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장난감 정리가 불씨가 돼 싸운다. 고무장갑을 벗고 둘을 소환한다. 각자 벽을 보고 10분간 벌을 세운다. 폭력이나 욕을 쓴 사람은 벌이 연장된다.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서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요즘 들어 부쩍 동생이 까불어서 언니가 스트레스받고 있다. 동생도 언니가 자기 마음대로만 한다며 불만이다. 둘을 끼고 사는 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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