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동네방네 미술관

윤은숙 울산민족미술인협회 대표 / 기사승인 : 2021-06-15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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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얼마 전부터 내가 사는 동네에 쇼윈도우가 있는 작은 전시장을 갖고 싶었다. 작업실이 딸려 있는 작은 전시장을 말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작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고, 그림과 일상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그림도 보고, 주인장 없어도 쉬어갈 수 있는 곳, 그림에 대해서 궁금하면 작가와 얘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날마다 시간을 내기 힘들겠지만 때때로 ‘프리데이’를 만들면 가능하지 않을까?


꿈을 이루려면 작업실이 1층에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내 처지에서는 여러 이유로 가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쓰고 있는 작업실을 작은 갤러리처럼 갈무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쓰지 않은 가구, 책, 자료들을 버려야 공간을 만들 수 있어, 먼저 버리는 작업부터 손을 대었다. 묵혀둔 전시 팸플릿, 자료, 책들을 정리하니 책장이 필요 없게 됐다. 탁자도 하나 정리하고, 구석구석 재어놓은 자료들을 버리니 작업실이 확 달라졌다. 버리는 작업을 혼자 하기에는 힘겨워, 폰 화면만 보고 있는 두 아들을 불렀다. 알바비를 미끼 삼아 노동의 땀을 맛보게 할 속셈으로 버리는 짐 운반을 부탁했다. 작업실이 3층이라 나름 힘들었을 것이다.


쓸고 닦고 문지르고 책장을 가운데 벽으로 재배치하고 시트지를 발랐다. 창문을 흰색 블라인드로 치장하니 갤러리 분위기가 그럴싸하게 만들어졌다. 큰 작품 하나와 소품들을 여럿 함께 들어보니 더욱 전시장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전문 갤러리의 역할을 할 수 없고 드나드는 것이 쉽지 않다. 새단장을 하고 보니, 때때로 찾아오는 분들이 어두웠던 작업실이 갤러리 같이 그림도 걸려 있어서 좋다고 한다.


작업실을 자랑하고 싶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부산 남산동 동네미술관 ‘때론, 미술관’에서 전시할 기회가 생겨 5평 남짓한 공간에 그림을 몇 점 걸었다. 그곳 또한 동네 전시장과 만남의 장소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기웃기웃 보고 간다고 한다. 미술관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이니 더 호기심을 갖고 사람들이 들여다볼 수밖에. 우리 동네 작은 미술관에서 주민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지나가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처음은 낯설지만 가까이 있어 드나드는 것이 자연스러워지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일부러 마음을 내어 미술관에 갈 수도 있지만, 살고 있는 동네에 동네 미술관이 곳곳에 열려 있으면 더욱 쉽게 그림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커피집에도 작가의 그림들이 많이 전시돼 있다. 그림을 보며 커피와 차를 마시는 동네 커피집도 재밌지 않는가?


동네방네 작은 미술관이 많이 열리면 좋겠다. 그림은 온몸으로 만난다. 그림을 보고 듣고 맛보는 ‘느낌표’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좀 더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의 여유가 아닌 마음의 여유는 발랄한 생각들을 불러일으키고, 일상을 보다 향그럽게 만들 것이다.


 윤은숙 화가, 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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