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제갈양진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 기사승인 : 2021-03-15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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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들여다보기

지금 코로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근무시간에 이렇게 여유롭기는 처음이다. 오늘 아침 출근해 후다닥 회진을 돌고, 차로 한 시간을 달려 기장 부산은행 연수원에 있는 생활치료센터에 도착했다. 요즘은 코로나 발생이 많이 줄어들어 재원환자는 열다섯 명 정도, 기침이 약간 있는 한 명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별 증상이 없는 상태다. 다행이다. 환자들이 모두 안정적이니 별로 할 일이 없다. 정말 오랜만에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보고 창밖에 흔들리는 나뭇잎도 멍하니 쳐다볼 수 있는 여유를 즐기면서 생활치료센터에 전문의가 꼭 필요한가 의문이 생겼다. 


처음 울산에서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 때는 생활치료센터에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았다. 공중보건의가 일차 진료를 책임지고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를 유선으로 협력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전원 등을 결정했다. 그러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생활치료센터에서 사망환자가 생기면서 1월 중순경부터 협력병원의 전문의가 현장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지침이 내려왔고 호흡기내과, 감염내과를 주로 해 울산대학교병원 전문의들이 돌아가며 파견 나오게 됐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내가 이렇게 나와 있다고 해서 병원에 입원해있는 내 환자들이 모두 퇴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민된다. 내가 더 중한 문제가 있는 내 입원 환자들 대신 생활치료센터의 경한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합리적인가? 전문의가 생활치료센터에 파견 나오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물론, 가성비니 효율이니 하는 것은 적어도 의료영역에서는 별로 적용되지 않는다. 모두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라테는 말이야’를 한번 시전하자면, 내가 전공의 때는 라텍스 장갑도 환자의 객담을 뽑아낼 때 쓰는 석션팁도 모두 소독해 재사용했다. 매일 재활용 라텍스 장갑을 쓰다가 처음으로 완전 신상 라텍스 장갑을 사용하고 폐기물통에 버릴 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지금은 버리는 라텍스 장갑이 하나도 아깝지 않고 재사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활용하는 것이 자원 활용의 효율 면에서는 좋겠지만 의료는 효율보다는 감염관리, 진단이나 치료의 질을 더욱 우선시해야 하는 영역이다. 


손 씻을 때도 마찬가지다. 손 씻기 지침에는 자동으로 물이 정지되지 않는 수도꼭지에서는 손을 씻고 난 후 종이타월에 손을 닦고 다 쓴 종이타월로 수도꼭지를 눌러서 잠그라고 돼 있다. 씻은 손이 수도꼭지를 잠그는 과정에서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을 닦는 동안 흘러내리는 물은 그냥 버리는 것이긴 하지만 완벽한 손 씻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고백하자면 손을 닦는 동안 흘러내리는 물이 너무 아까워서 나는 아직도 가끔, 아니 조금 자주, 지침을 위반하며 몰래 먼저 수도꼭지를 잠근 후 손을 닦는다. 물론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자동수도꼭지를 선호한다. 


이렇게 자원을 낭비하더라도 질을 우선 따지는 의료분야이기는 하지만 한정된 자원인 인력 문제는 라텍스 장갑이나 수돗물과는 다른 이야기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경증 코로나 환자를 위해 생활치료센터에 나와 있는 동안 병원에 있는 내 중증 코로나 환자나 일반 환자들은 어떻게 하나? 아침에 회진을 돌고 나오고, 전화로 간호사나 전공의에게 환자 상태를 보고 받고 지시하고, 중환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있는 다른 전문의가 해결해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내가 병원에 있는 것보다는 갑자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가 어려울 수 있고 병이나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냥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전문의가 하는 주된 일은 이 환자를 병원으로 전원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만약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의 상태가 나빠진다고 해도 전문의라고 해서 일반의나 공중보건의보다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전문의와 일반의의 차이는 아무래도 경험이 좀 더 많은 전문의가 환자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해 전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정도다. 그 간극은 전원할 환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상주 공중보건의와 협력병원 전문의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힘들다면 전문의가 종일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한두 시간 정도 방문해 환자 상태를 듣고 흉부 X선 사진도 보면서 판단해도 괜찮을 것이다. 보기에 완벽한 생활치료센터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을 고민해야 할 때다. 


생활치료센터 관계자가 아니라면 하나도 관심 없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넋두리하는 것은 누군가 이런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분이 혹 이 글을 봐줬으면 하는 가능성 적은 희망이 첫 번째 이유이고, ‘생활치료센터 전문의 근무’는 보기에는 아주 좋지만 그 이면에 감수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고 실질적인 득이 없음을 좀 더 많은 분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제갈양진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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