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제도는 정당한가?

이인호 시인 / 기사승인 : 2021-03-15 00: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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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상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듯 과거 정권과 현 정권을 향해 사정의 칼날을 날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사퇴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성하며 정치권을 흔드는 모습이다. 당분간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듯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왜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로까지 인정을 받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검사로서 검찰의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프로파간다가 난무하고 있다. 박근혜 전 정부와 이번 정부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그의 특징이 있다면 외견상으로 보기엔 그저 검찰 조직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거칠게 이야기해서 그가 소위 정권에 찍힌 이유는 과거 정부에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안 해서이고, 이번 정부에서는 검찰에게 쏠린 권력을 분산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검찰의 지위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그에 저항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면서도 집중화된 권력구조를 분산시키고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대의를 놓고 보면 개혁에 대한 저항에 불과하다. 


아직도 조선시대 신분구조를 재생산시키는 고시제도가 남아 있는 나라에서 고시 출신들이 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처럼 고시제도는 과거 개발독재 시절에는 미약하나마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성실함을 바탕으로 시험 잘 쳐서 들어간 것치고는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사회적 지위가 너무 높은 게 문제다. 그로 인해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과거의 그 개천엔 물이 말랐고, 더 이상 지렁이조차 살 수 없는 척박한 환경으로 변한 지 오래다. 


민주적 권력통제가 가능한 구조, 내부 개혁이 시급한 조직문화에 대해 일선에서 싸우는 임은정 검사의 “징계를 또 받고 싶지 않기도 했고, 안에서 싸우려면 살아남아야 하니 책잡히지 않으려고 살얼음판 걷듯 조심하고 있습니다.”라는 편지글은 검찰개혁의 기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어떤 개혁이든 내부의 자정 능력과 그걸 지지하는 내부적 동력이 없다면 힘을 잃기 마련이다. 그래서 임은정 검사와 같은 그 소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단편적인 사건만을 보도하는 언론을 대하고 있으면 본질을 외면하기 일쑤고 맥락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누구나 입장을 갖고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한 의견을 개진하고 나눌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내 개인적인 견해는 이 사건의 본질이 검찰권력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만연한 ‘고시 중심’ 권력 구조를 어떻게 해체하느냐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검찰 권력의 해체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다른 고시 출신들 역시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짐을 느끼며, 곳곳에서 저항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도 마치 오래된 성안에서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던 이들이 외부의 공격 앞에 일치단결하는 듯한 모습이다. 


사회경제구조가 변화하면 이에 따른 제도 또한 변화해야 한다. 이제 과거 국가주도정책을 통해 공공부문이 성장을 주도하던 시기는 끝났다.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시제도 역시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때가 됐으며, 고시를 통해 분에 넘치게 주어진 권력 또한 분산시켜야 한다. 


이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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