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전자-밟힐수록 강하다

최미선 한약사 / 기사승인 : 2021-10-25 0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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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약재 산책

어릴 적 학교를 오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질경이가 있었다. 많이 밟혀서인지 그때의 질경이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요즘은 질경이가 예전만큼 밟히지 않아서인지 제법 위로 솟구쳐 있다. 

 


질경이는 시련을 생존 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밟히고 뽑히고 잘릴수록 더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손을 퍼트리는 전략. 이것은 잡초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질경이는 잡초라는 이름으로 퉁치기에는 약초로서 활용도가 높다. 질경이를 한약명으로 차전초(車前草), 그 씨앗은 차전자(車前子)라고 부른다. 수레(車)가 지나가는 앞(前)에서 자란다고 지어진 이름이란다. 

 


주로 차전자를 약으로 쓴다. 가장 큰 효능은 임증(淋證)이라는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임증은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따끔거리고 아픈 증상을 말하는데, 현대의 언어로는 방광염이나 전립선염에 해당한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약성이 차가워서 몸을 차갑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씨앗이라 몸을 보하는 효능이 있어서 다른 차가운 약보다는 덜 하지만 체열이 부족한 사람이 장복해서는 안 되는 약이다. 

 

 


차전자는 또한 눈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몸에 염증이 생겨 발열반응이 있거나 체온이 높아질 때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가 있다. 급성일 경우도 있고 만성일 경우도 있는데 이때 체내에 축적된 불필요한 열을 소변으로 빼내 눈이 맑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를 보는 것이다.

 


차전자피라고 불리는 차전자의 껍질도 약으로 쓰이는데 주로 변비약에 응용된다. 차전자피에 함유된 섬유질이 변의 부피를 늘려 변비의 증상을 개선한다. 약국에서 흔히 사는 변비약 성분 중에 차전자피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차전자피는 대부분 수입한 원료로 우리가 접하는 차전자피와는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전초도 차전자와 비슷한 효능을 보이는 데 어린잎으로 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쳐 먹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질긴 질경이를 뜯어 친구와 실뜨기를 하기도 하고, 뿌리에 가까운 도톰한 줄기를 껌처럼 씹기도 했다. 


길어진 그림자를 밟으며 당당히 돌아오는 하교길, 질경이는 발아래 융단처럼 깔려있었다.


최미선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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