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박물관 따로 또 같이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6-09 0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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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에서 찾는 울산의 정체성

화성시사편찬위원회와 김해시사편찬위원회

2002년 <울산광역시사> 출간을 위해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가 한시 운영됐지만 시사 발간 뒤 해체됐다. 상설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에 견줘 울산의 지역사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사 연구는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필수다.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이 갖는 특징과 나아갈 방향, 정책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역사 자료를 발굴해 분석하고 정리해서 역사서를 편찬할 전문 연구기관이 없다면 지역의 정체성 찾기는 불가능하다. 202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60주년을 맞이하는 공업도시 울산의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울산에 상설 역사 전문 연구기관이 왜 필요한지, 지역사 연구가 지역 정체성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취재한다. <편집자 주>

1. 독립된 상설 지역사편찬원이 왜 필요한가
2. 지역사편찬위원회의 존재 이유
3. 지역박물관 따로 또 같이
4. 지역학연구센터와 지역사 연구
5.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복원과 상설화

시사편찬사업 상설화하는 화성시
 

▲ 화성시사편찬위원회가 있는 화성시 역사박물관 ©이종호 기자

기초자치단체가 나서 경기도 화성 지역의 역사를 편찬한 건 1990년 화성군 군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한 권짜리 <화성군사>가 처음이다. 1980년 군사편찬위원회조례를 제정하고 10년 만에 펴낸 지역사 도서였다. 2001년 화성시로 승격한 뒤 ‘화성시사편찬위원회조례’를 새로 제정하고 사료 수집과 시사 편찬에 나섰다. 2005년 <화성시사-기분좋은 청정도시> 건·곤·감·리 4권이 완간됐다. 


시사 편찬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사 자료들이 수집됐다. 경기도 안에서는 화성시에서 고문헌과 사료들이 가장 많이 발굴됐다. 이정일 화성시 문화유산과 역사진흥사업팀장은 “신도시 개발이 다른 지역보다 늦은 덕에 토착 성씨가 다 떠나기 전에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다”며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화성의 귀중한 지역사 자료들은 다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집된 사료들은 시사 발간 뒤 <고문헌도록> 열 권과 <고고문화총서>, <역사자료총서>, <학술총서>, <독립운동자료총서> 등으로 정리해 펴냈다. 


2011년 시민들이 모아준 자료들을 기반으로 화성시 향남읍에 향토사료관이 문을 열었다. 향토사료실은 이듬해 향토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기증받은 사료와 발굴 유물들을 보관하는 수장고를 새로 짓고, 역사문화실, 생활문화실, 기록문화실 등 상설전시 시설과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실 등을 갖췄다. 화성시 향토박물관은 지난해 화성시 역사박물관으로 이름이 다시 바뀌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지역의 역사 자료를 발굴·보존·연구함으로써 ‘역사문화도시 화성’의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간의 연구, 유물 확보, 전시, 교육 등의 성과를 반영하고 향후 지향점을 고려해 화성시 역사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첫 <화성시사> 발간 뒤 화성시는 잇따른 신도시 개발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화성시의 모습을 반영한 새로운 시사 발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4년 ‘화성시 시사편찬위원회 조례’로 정비하고 화성문화원에 위탁해 새로운 <화성시사> 편찬사업을 시작했다. 선임연구원 한 명과 연구원 두 명으로 편찬 실무를 담당할 계획이었지만 화성시사편찬사업 위탁심의위원회에서 3명의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해 선임연구원 1명과 연구원 3명, 보조원 1명 등 5명으로 연구진이 보강됐다. 연구원들은 근현대 분야와 인류학·민속학 분야로 나눠 자료를 조사·수집·연구하고 집필위원 구성과 원고 집필, 교정·교열 작업을 맡아 했다. 개인 소장 자료와 구술자료, 사진 자료 등을 조사하고 수집해 정리하는 일도 도맡았다. 개발로 사라지고 있는 옛 모습을 조사·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이주 시민들의 정착 과정과 삶의 모습도 함께 조사·연구하는 것으로 조사사업도 확대했다.

 

▲ 2018년 1차로 발간한 <화성시사> 10권. 화성시 제공.

2018년 1차로 <화성시사> 10권 700질이 발간됐다. 1차 발간분 전 10권은 농촌사회와 주민생활 3권, 어촌사회와 주민생활 3권, 산업단지의 형성과 노동세계의 변화 2권, 도시구조와 도시민의 생활 2권으로 구성됐다. 제8권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일상문화와 정체성>, 제10권 <동탄신도시 주민의 생활문화와 정체성>은 화성시사편찬사업 위탁심의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산업단지 노동자와 신도시 이주민의 정체성에 대한 조사와 연구 결과를 담았다.


2020년엔 2차 <화성시사> 20권이 완간됐다. 지리와 문화유산 3권, 역사적 변천 8권, 마을공동체와 주민생활 5권과 <자료를 통해 본 화성 지역사>, <땅속에서 찾은 화성의 역사>, <사진으로 보는 화성 100년>, <한 권으로 읽는 화성시사> 등 별책 4권으로 펴냈다. 2차 16권은 800질, 별책은 1500질을 발간했다. <한 권으로 읽는 화성시사>는 전국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어떻게 발간하게 됐는지 문의가 잇따를 만큼 눈길을 끌었다. <화성시사> 전 30권을 편찬하는 데 들어간 사업비는 36억 원이었다.


화성시는 2019년 화성시 시사편찬위원회 조례를 ‘화성시사 편찬 및 보급 조례’로 개정하고 화성시사 편찬사업의 상설화를 추진하고 있다. 비상설로 시사편찬사업을 할 경우 자료 수집과 연구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4~5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에 방대한 양의 화성시사를 연구하고 발간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면과 마을 자료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례는 “화성시민의 지역관 확립과 동질감 형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화성시 관련 사료를 조사·수집·연구하여 화성시사를 편찬하고 이를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선임연구원과 연구원의 임기는 시사편찬 기간이지만 지속적인 사료의 수집·관리·연구가 필요한 경우에 편찬 기간 이후에도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편찬위원회는 어느 한쪽의 성이 100분의 60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못박았고, 시장이 위원장을 맡도록 했다. 화성시사를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화성지역학 강좌를 개설하고 지원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 이정일 화성시 문화유산과 역사진흥사업팀장 ©이종호 기자

올해 선임연구원 1명과 내년 연구원 2명을 채용해 상설 화성시사편찬실 체계를 갖춘 뒤 해마다 2개 읍·면·동씩 <마을지>를 발간할 계획이다. 개발과 함께 사라지는 산, 하천, 고개, 마을 등 자연지명을 보존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문헌과 구술자료를 통해 자연지명을 수집·정리하고 지명집을 발간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10년 뒤 새로 펴낼 <화성시사>는 2020년간 <화성시사>를 보완해 5권 분량으로 압축 발간할 예정이다. 이정일 팀장은 “연구원 3명이 1년에 마을지 2권씩 발간하는 건 벅찬 일”이라며 “연구원에 대한 안정적인 신분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일 팀장은 “화성의 역사는 한국사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큼 역사적 다양성을 띠고 있고, 바다와 산과 들이 고루 있어 어촌문화와 농촌문화를 함께 볼 수 있다”며 “산업단지와 신도시, 외국인 노동자 등 문화가 다양하고 포용과 적응력,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화성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시민참여형 시사편찬”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
 

▲ 김해시사편찬위원회가 있는 대성동고분박물관 ©이종호 기자

김해시가 시사편찬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2016년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김해읍지>가 편찬되고 나서 해방 후 한 번도 김해 지역 역사를 정리하지 못한 탓에 수로왕과 가락국, 토기와 철기, 대륙과 해양을 잇는 대외 교류, 임진왜란 최초 의병, 근현대 민족운동 등 다양한 전통을 이어온 역사문화도시로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야왕도 2000년 김해의 변천사와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성도 컸다. 


2016년 12월 시사편찬위원회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 1월 일반임기제 공무원으로 하유식 선임연구원을 채용했다. 2017년 5월 허성곤 김해시장을 위원장으로 시사편찬위원회가 출범했다. 시사편찬위원회는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 안에 시사편찬실 사무실을 두고 기초자료 조사에 나섰다. 기간제 연구원 2명도 연구진에 합류했다. 자료 조사는 기관과 마을, 개인 등으로 나눠 발로 뛰며 샅샅이 뒤지는 식으로 진행했다. 기초자료를 조사하다 어느 집에서 18세기 초에 간행된 김해 최초의 읍지 <분성여지승람신증초>를 우연히 발굴하기도 했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은 발굴 자료들을 모아 2019년 ‘기록과 기억, 김해 역사를 더하다’는 제목으로 특별전시했다. 하유식 선임연구원은 “1990년대 신도시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아파트가 입주하기 전에 시사편찬 사업을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다면 안타까운 자료 소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김해지역은 기초자료 조사가 늦어진 만큼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자료가 사라졌고,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하면서, 또는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에 자료가 흩어지고 불태워지고 버려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 18세기 초에 간행된 김해 최초의 읍지 <분성여지승람신증초>. 대성동고분박물관 제공.

기초자료 조사와 함께 시사편찬의 방향을 잡았다. 편찬위는 “역사 속에서 형성된 김해지역과 김해인의 특성, 곧 김해의 정체성을 밝혀내는 것”을 시사편찬의 핵심과제로 삼고 “문헌자료를 중시하는 역사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민속학, 지리학, 문화인류학 등의 연구자와 연구 성과도 최대한 포괄하면서 지역 소단위 지역민의 생활사와 문화사를 생생하고 밀도 있게 담도록 노력한다”고 방침을 정했다. 시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가독성을 높이고, <보급판 김해시사>를 편찬해 청소년 역사교육과 시민 역사강좌, 역사기행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8년 권별 주제와 차례, 집필진을 구성하고 2019년부터 원고 집필에 들어갔다. 시대사 6권은 환경·선사(자연·인문환경 포함), 가야, 고려(통일신라 포함), 조선, 근대(개항기~일제강점기), 현대(해방~현대)로 분류해 지역 변천사를 다뤘다. 123명이 집필한 시대사 6권은 최종 교정을 거쳐 시민 공개 뒤 올해 말 발간할 예정이다. 


분야사 6권은 “김해 사람들의 생활문화와 발자취를 중심으로 지역성이 높은 주제를 뽑아 쉽고 재미있게 서술”하는 것을 목표로 시민 구술과 시민 공모 형태의 ‘시민참여형 시사편찬’을 시도했다. <김해의 정치와 경제>, <김해의 문화와 예술>, <김해의 자랑>, <김해의 인물>, 시민 구술 <김해 마을과 사람 이야기>, 공모한 시민의 글로 채우는 <시민의 눈, 시민의 김해>로 구성했다. 집필을 마친 분야사 6권은 내년 8월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김해>, <기록과 문헌으로 보는 김해>, <김해 길라잡이> 등 자료 3권은 2022년 12월 발간하기로 계획했다. 부록으로 보급판 <한 권으로 읽는 김해 역사>도 기획하고 있다. 이 책은 “김해의 역사를 한 권을 압축한 대중용 보급판으로, 고등학생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각주가 없고 그림이나 사진이 많이 들어간 형태”로 엮어 2022년 12월 발간하기로 했다.

 

▲ 하유식 김해시 시사편찬 선임연구원 ©이종호 기자

2018년 4월 ‘고려시대 김해의 역사와 문화’, 2019년 9월 ‘김해 근현대 역사와 문화’, 11월 ‘김해 조선 후기 학문과 사상’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고려시대 김해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학술회의는 ‘중세도시 금주, 김해의 재발견’을 주제로 고려시기 김해의 지방행정구조, 고려시대 김해의 불교와 사원, 고려시대 김해지역 유통경제, 고려시대 금주 치소성과 공간적 성격을 다뤘다. 김해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 학술회의에서는 일제강점기 김해 사람들의 일상생활, 위생정책, 지방통치, 임야조사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김해 근대 전환기 전통 지식인의 삶과 학문’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는 허전, 김종대, 안언호, 이보림 등 김해 유학자들을 조명했다.


시사편찬위는 시사 발간 뒤 자료 아카이브 구축과 대중화 사업을 지속하고, 2023년부터 1년 동안 디지털김해문화대전 발간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19개 읍면동의 역사를 다룬 <읍면동사>도 계획하고 있다.


하유식 선임연구원은 “김해 역사 속에서 일관되게 김해를 특징 짓는 뭔가를 찾기는 어렵지만 지리적으로 가야 때부터 사람이 많이 살았고 중계무역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지금도 김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소통과 교류의 국제적 문화도시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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