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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글 쓰는 엄마 / 기사승인 : 2021-07-13 0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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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기

어린이집 상담주간이라 선생님을 만났다. 들어보니 작은애는 꼬마 선생님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와 달리 밖에서는 모범을 보인다니 반전이다. 선생님한테 칭찬 듣는 게 좋아서 그런다고 작은애가 쿨하게 인정한다. 가끔 이 점을 이용해 “너 집에서 이런 행동 선생님한테 말한다”고 협박한다. 그럼 작은애가 질색한다. 며칠 지나 “네 이중생활을 선생님과 공유했다”고 밝혔더니 작은애 눈이 커졌다. “선생님은 그래도 네 편이더라”고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선생님을 향한 작은애의 사랑이 흘러넘친다.

 

나와 남편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의젓하게 자란 편이다. 나는 부모화된 아이로 일찍 철이 들었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 사이에서 그렇게 됐다. 남편은 우수한 성적으로 다른 영역은 다 회피했던 것 같다. 시어머니는 모자간에 사이가 안 좋은 집에서 시집살이를 하셨다. 그런 분위기에서 첫 손자로 태어난 내 남편은 이래저래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다.

 

난 제법 차분한 사람이다.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내게 돌을 던지는 자가 있으니 바로 작은애다. 여섯 살이 휙 던지는 돌에 맞으면 열불이 난다. 해가 지날수록 빈도수가 줄고 있다. 정말 감사한 변화지만 이것도 저것도 싫다고만 하는 고집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층간소음으로 아랫집 아저씨가 올라온 뒤로 발소리에 더욱 주의를 준다. 엄마의 약점으로 파악했는지 화가 날 때면 온몸에 힘을 주고 쿵쿵 뛴다. 요즘 내 화를 돋우는 신상 돌멩이다.

 

작은애가 “엄마, 내 마음 좀 알아줘”라고 말했다. 어린이집에서 감정표현 교육을 받은 영향인 듯했지만 뜨끔했다. 며칠 연달아 저녁마다 작은애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이었다. “엄마, 이제 안 때린다 했잖아!” “그러는 너는, 이제 안 던진다 해놓고 왜 던져?” 이런 소모적인 언쟁으로 둘다 지쳐갔다. 화가 난다고 던지는 행동은 발바닥을 때린다. 이거 말고는 체벌하지 않는다.

 

“엄마 마음만 있고 내 마음은 없어?” 작은애가 종종 하는 말이다. 이 또한 뜨끔하다. 작은애의 잔뜩 불거진 눈빛이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린다. 마주 앉아 “네 마음과 엄마의 마음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서로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라고, “엄마가 더 노력할게” 말하면서 이번엔 내 눈가가 붉어진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우리 집 취침 시각은 아홉시다. 누워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자곤 한다. “엄마는 너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네가 짜증을 길게 낼 때는 화가 나.” 솔직하게 말을 건넸다. 속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나눌 때 작은애는 자주 울컥한다. “나도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잘 안 돼.” 여섯 살의 언어로는 이 대답이 최선일 거다. 서로의 선한 의도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었다.

 

화가 날 때면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어!” 하다가 기분 좋으면 “엄마가 제일 좋아” 말하는 작은애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모습에 종잡을 수가 없다. 작은애가 몸 담고 있는 유치부 주일학교에 나는 교사로 있다. 예배시간에 맨 앞줄에 앉아있는 작은애가 자꾸 고개 돌려 내게 눈빛을 보낸다. 엉덩이는 점점 뒤로 민다.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싶어 가보면 내 귀에 대고 “엄마가 좋아” 속삭인다. “나도 네가 좋아” 싱겁게 뭐야 싶지만 꽃 한송이가 흔들리는 마음이다.

 

작은애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안아달라고 나를 부른다. 이것을 빠트리면 작은애의 짜증 메들리가 시작된다. 자면서도 나를 찾는 게 분명하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자다가도 엄마가 없으면 깬다. 이런 경우는 그나마 낫다. 입고 싶은 바지가 덜 말라서 또는 준비물로 가져갈 칫솔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시간씩 짜증 낼 때면 정말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다. 한 번씩 고비가 오는데 요즘이 그때인가 보다.

 

신상 돌멩이까지 장착한 작은애를 사랑한다. 훈육할 때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너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조금도 줄지 않아. 변함없이 널 사랑해.”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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