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달라졌어요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4-20 0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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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결혼한 후로 아내의 사회 활동은 특수학교 기간제 교사로 잠시 근무했던 것 외에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전업주부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충실했다. 그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좀처럼 밖을 나서지 않아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난 항상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할 때가 많았다. 아내는 아이를 4세가 되어서야 어린이집엘 보냈고 그동안 아이를 하루 24시간 곁에 두고 있었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당시 힘들면 아이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말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아이에겐 ‘애착 형성’을 위한 중요한 시기인 만큼 아내는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아내의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이와 가정의 일들로 인해 아내와 불편해지는 것이 난 몹시 껄끄러웠다. 서로 집안일을 분담해서 한다지만, 아내나 나나 늘 불만은 쌓이게 마련이다. 매일 아이와 남편이 나가 있는 동안 홀로 남은 아내는 집에서 편할 리 없다. 어질러 놓은 집구석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를 맞을 시간이다. 그러면 아내는 아이랑 한바탕 놀아 주고 늦은 오후가 돼서야 집엘 들어온다. 이때쯤이면 아내는 늘 녹초가 돼 있다. 일이 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하고 돌아온 난 아내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투는 일도 많았다.


아이도 어느새 훌쩍 커서 일곱 살이 되었다. 요즘 아이는 유치원에서 방과후 수업까지 하니 오후 4시쯤 하원한다. 아내도 이전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나는 내심 아내가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길 원했다. 집에 홀로 있는 것은 아내에게도 내게도 좋을 게 없었다. 간간이 특수학교에서 수업 요청이 들어오면 말리지 않았다. 양가 부모님도 가까이 있어서 아이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맞벌이까지 바란 것은 아니지만 작년에 우연한 계기로 아내도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사람들과 섞이는 걸 썩 내켜 하지 않던 아내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니 신기했다. 제법 일을 잘한다는 얘기도 가끔 들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될뿐더러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 아내도 활기가 넘쳐 보였다. 난 남편으로서 아내의 변화를 적극 지지한다.


아내가 점점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일 년 전 주민센터에서 텃밭 세트를 무료로 준다는 소식을 접했다. 신청한 후 아내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집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도록 씨앗과 흙, 화분을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텃밭 세트는 처음엔 베란다 한 모퉁이에 자릴 잡았다. 우리 집은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는 남향이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었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그곳으로 먼저 간다. 처음엔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르익는 열매를 보며 아이와 나 역시도 흐뭇했다. 지금은 각종 쌈 채소와 보리싹에 이르기까지 바로 따서 먹는 식물로 공간을 채웠다. 매일 신선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이전보다 고길 먹는 날이 많아졌다.


생각대로 잘 자라주는 각종 채소와 식물에 아내는 넋이 나갔다. 베란다는 쌈 채소뿐만 아니라 각종 모종과 수경재배용 식물로 발 딛을 틈이 없다. 우리 카페 앞 화단도 아내 덕분에 많이 달라졌다. 아이랑 카페를 찾을 때마다 모종삽을 드는 일이 늘 먼저다. 한동안 방울토마토와 딸기도 심었다. 오다가는 동네 사람과 아이들도 관심을 보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심지어 카페에서 딸기 모종을 나눠주는 행사도 했다.


그런데 아내의 변화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갔다. 현재 전문교육기관을 다니며 관련 자격증에도 욕심을 낸다. 얼마 남지 않은 시험을 앞두고 철야를 불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 것은 우리에게 ‘텃밭’이 생겼다는 점이다. 텃밭이라…. 사실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아내의 일로 끝나지 않을 게 뻔하다. 걱정이 앞서는 건 기분 탓일까. 요즘 아내의 변화가 무섭다. 그 끝을 알 수 없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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