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아동복지 정책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1-05-10 0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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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울산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감염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어떤 이들에게는 피해 양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이 주로 대면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집합금지 규정과 영업시간 제한이 성별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특히 기혼 여성에게, 그중에서도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들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에서 그런 양상이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처음 발생한 작년 3월 기준으로 핵심 노동인구 연령인 25세에서 54세까지의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54만1000명 감소했다. 같은 연령대 남성 취업자 수 32만 명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1.7배에 달한다. 같은 시기 여성 취업자 38%가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한 반면 남성 취업자 대면 서비스업 종사 비중은 13%였다는 수치가 이 같은 결과에 힘을 싣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기혼 여성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모두 증가했다. 작년 3월에 기혼 여성 취업자가 한 달 안에 실업상태로 전락할 확률은 남성들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은 남성들의 세 배에 달하기도 했다. 기혼 여성들이 고용위기에 내몰린 이유는 결국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대면 서비스업에서 매출 타격이 컸고, 보육시설과 학교 폐쇄로 인한 돌봄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일터를 떠나 독박육아를 짊어져야 했고, 이로 인해 일자리를 포기한 엄마들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연구자는 좀 더 섬세한 분류를 통해 기혼 여성, 그중에서도 아이 연령대에 따라 어느 집단의 피해가 가장 컸는지 증명했다. ① ‘31세 이하에 자녀가 없는 경우’ ② ‘32~38세 사이에 영유아 자녀가 있는 경우’ ③ ‘39~44세 사이에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 ④ ‘45세 이상에서 중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경우’로 가정해서 분석한 결과 ‘39~44세 사이에 초등학생이 있는 경우’에서 경제활동 중단 확률이 가장 높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는 초등학생을 둔 엄마들이 스스로 일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지를 가장 많이 강요받고 있었다. 국가 정책이 모두가 평등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이들 양육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한다. 정부가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면 울산시를 포함한 지자체들부터 이에 대한 대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에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라는 명제 아래 영·유아 보육 정책에 예산을 집중해왔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거나, 보육서비스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초등학생 돌봄 정책은 주로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 중심으로 지원해 왔다. 이 아이들에 대한 방과 후 지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필자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함께돌봄센터는 상대적으로 설치와 운영 현황이 미미하다. 


그렇다. 코로나19 사태가 보편적 보육 정책을 넘어 보편적 아동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울산시청과 각 구·군청은 마을마다, 아파트단지마다 다함께돌봄센터 설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다함께돌봄센터 설치가 어려우면 기존 지역아동센터의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되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초등학생 엄마들은 더 많은 희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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