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너 한 번 알아보자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8-12-27 09: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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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남산 솔마루길은 태화강변을 한 눈에 보며 솔향기 맡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동고 기자
남산 솔마루길은 태화강변을 한 눈에 보며 솔향기 맡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동고 기자

겨울철 독감이 참 독하다. 마른 바튼 기침이 연이어 나온다. 기침을 했을 때 입에서 나오는 공기속도는 보통 시속 200~400km, 1초 만에 100m를 달려 나가는 빠르기와 비숫하다 하니 기침을 하면서 내 기침 소리에 놀란다.

감기는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으로, 사람이 자주 걸리는 가장 흔한 급성질환 중 하나다. 영미권에선 ‘common cold’라 부르거나, 줄여서 ‘cold’라 한다. 우리나라는 감기(感氣)라고 부르며, 순우리말로는 ‘고뿔’이라고, 코에 불이 났다는 뜻이니 감염으로부터 온다는 느낌을 선조들도 잘 알았던 모양이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로 ‘상기도 감염’(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 URI)이라고 부른다.

미국 한 의학연구진이 가게와 우체국 등에서 지폐들을 모아 검사해보니 전체의 94%에서 대장균과 식중독균 등 인체에 해로운 세균이 검출됐다. 이번에는 독감 바이러스를 지폐에 뿌리고 지켜봤단다. 강한 바이러스들은 3일 동안 생존했고, 특히 독감콧물에 섞인 바이러스는 17일간이나 전염될 수 있는 상태로 생존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지폐를 통해 바이러스 전염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주로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 자주 걸리는지라 추위와 직결된 병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독감이 잘 걸리는 것은 온도보다는 사실 습도와 관련이 있다. 엄밀하게 보면 추위가 감기를 걸리게 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감기에 걸리게 하기 때문이다. 절대습도가 낮으면 독감 바이러스는 오래 생존하고 더 쉽게 전염된다.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대체적으로 습기에 약한 편인데, 따라서 습한 여름보다는 건조한 겨울철에 감기에 더 잘 걸리게 된다. 건조함으로 인해 코의 점막이 건조하게 되면 상기도로 가는 각종 세균이나 이물질 등을 걸러내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방안 습도를 높여 코점막에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감기를 예방하는 방법이고, 마스크를 꼭 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감기약은 감기 바이러스 자체를 잡아 죽이는 약이 결코 아니다. 사실 감기의 원인이 되는 균이나 바이러스 종류는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감기 치료는 콧물이 나는 것을 줄여준다든지 두통을 완화해주는 대증요법 정도다. 다시 말해서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몸 면역체계가 한다. 감기약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심한 콧물, 오한, 두통 등 ‘증상’을 줄여줄 뿐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기약을 감기 치료제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약이라 붙은 것들은 언제나 착각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알고 보면 감기약은 감기 바이러스가 내 몸에서 늘어날 대로 늘어나 스스로 소멸할 때까지 그냥 버티는 약이다.

감기를 이기는 그나마 좋은 방법이라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으로 따뜻한 곳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푹 자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어디 그 일이 쉬운 일인가? 12세기 문헌에도 나와 있다는데 서양 민간요법에는 감기환자에게 닭고기 수프나 오렌지 주스, 허브티 등을 챙겨주었다. 닭고기에 감기를 낫게 하는 성분이 들어있고 삼계탕 또한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중앙-동부 유럽에서는 날계란에 꿀과 따뜻한 우유를 섞어 만든 고골모골(Gogol-Mogol, Kogel mogel)을 먹는다. 지금은 살모넬라균 불안으로 달걀 없이 따뜻한 우유에 꿀만 섞기도 한단다.

이제 잔기침만 나는 것 보니 감기는 다 나았고 감기 치르느라 많이 민감해진 기관지염 정도라 여겨진다. 지난 토요일은 독감 거의 막바지였고 일요일 가벼운 산행을 여러 번 고민하다, 결국 “가자!” 지인들 따라 남산 솔마루길을 따라 걸었다. 저 아래로는 대나무의 푸르른 숲길이 내려다보이고 그 사이로는 더 푸른 태화강물이 흐르고 우리는 지금 앙상한 소나무들이 가득한 능선을 따라 미미한 솔잎향을 따라 걷는다. 끝까지 붙어 있을 감기바이러스 가득할 겨울방을 박차고 솔향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찬 공기는 가슴을 다 서늘하게 했지만. 더 걸으니 온 몸에 땀이 나고 으슬으슬할 때는 너무 무리하나 싶었다. 다리 근육에 힘이 오르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들러 앉아 땀에 젖은 티를 벗고 뜨거운 대구탕 앞에 지인들과 둘러앉았다. 주인이 싱싱한 곤이 잔뜩 들어있는 대구탕을 특별히 많이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김 펄펄 나는 뜨거운 대구탕 국물을 연이어 시원하게 들이켰다. 온몸이 데워졌고 밤에는 독감바이러스를 몰아내고 푹 잠들 수 있었다. 어제 산행 좋았다고 헤어질 때 서로 악수는 하지 말 걸 그랬나?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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