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에세이] 싸움의 기술

강현숙 약사, 시인 / 기사승인 : 2018-01-17 12: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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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말하며 싸움의 기술이 왜 필요한지 의아해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멋진 기술이 내게 없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면 살벌한 것인가,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더 자고 싶은 마음과의 싸움이고, 저녁에 잠을 자는 것도 잠과의 싸움이 될 수도 있을 일이다. 생활 속의 소음과 빛과 때론 미소와도 그러하니 싸움의 대상은 이 세계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아침과 입과 코와 공기와도 그러하다. 알고 보면 이러한 투쟁의 연속이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싸움꾼인가,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는 것이 투쟁이라는 것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자신이 지금보다 더 영리해졌을지도 모른다. 현실이란 핏빛 장막을 장밋빛 장막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수많은 싸움을 오래 미뤄뒀는지도 모른다. 싸우면서 아파도 보고, 타인이 아파하는 것도 보면서 양보할 것과 스스로 취할 것을 일찍 알았더라면 현명한 판단으로 남을 덜 괴롭히며 또한 자신을 잘 지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온 세상을 싸움으로 해석해낼 수도 있고 때로는 뒤집어 생각해 화해라는 화두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해석과 해독이 가득한 세계에서 자기만의 울타리에 갇혀 편집적인 해석 안에 붙잡히지는 말자.



싸움에도 기술이 있을 것이다. 한 방을 때려야 할 때도 있고, 여러 번을 때려야 할 때도 있고, 참고 멈추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만의 기술로 제법 잘 싸우고 있는 듯이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타인의 입장에서 볼 때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빈틈들이 드러나게 될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싸움의 기술에서 겸손이란, 겸손해야 할 때를 잘 헤아릴 줄 알아야 되는 것이라서 때를 안다는 것이, 시기를 알아챈다는 것이 무척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그것은 생과 사투를 겨룰 줄 안다는 무척 중요한 기술이며, 미미한 징후를 잘 챙긴다는 것이며, 번잡한 일상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싸움이란 시간을 자기의 것으로 쟁취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의 손가락 틈으로 잘도 빠져나가는 것들, 무수히 놓치게 되는 것들이 없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속수무책일 때를 마주해야 할 때가 올 테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그러할 때가 무섭고 아득하다. 바늘구멍만큼의 시간의 틈이라도 뚫고 들어올 수 있는 단 하나의 싸움의 대책이라도 하나 보이지 않을 때는, 인간으로서 포기하고 체념해야 할 때는, 누구를 향하여 싸움의 포문을 열 수도 없을 때는, 나약한 인간으로서 그러한 순간이 너무 무섭다.



실낱같은 희망만이 답이 될 때는, 희망이 곧 절망으로 돌아설 순간이 올까봐 절망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보게 되더라도 최대한 늦추는 데까지 늦출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긴장하며 시간의 일초 일초와 투쟁 중이다.



약국으로 들어선 손님과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뜬금없이 말한다. 우리는 늘 싸우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의 몸을 차지하려는 병균들과의 싸움이고, 몸의 생리적인 질서를 흐트러지게 하려는 여러 가지 나쁜 섭생들에 대한 유혹들과의 싸움이며 자신의 몸이 휴식과 노동과 이 사회가 요구하는 욕망과 자신의 욕망과의 전쟁터에서 쓰러지지 않고 살아 돌아오기 위한 싸움을 늘 하는 것이지요. 손님은 처음에 눈을 둥그렇게 하더니 이내 공감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알고 보면 눈을 떠서 잠을 자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싸움의 연속일 테니 우리는 잘 싸워서 늘 이겨야 하는 것이라고, 투쟁의 의지를 뜬금없이 살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생사를 다투고 있는 그 사람이 그 힘겨운 싸움에서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이만 맺는다.




강현숙 약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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