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반구대 암각화 -흔적 4

이인호 / 기사승인 : 2015-11-12 13: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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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화물칸 같은 그의 손이


과일들을 부려놓는 동안


플라스틱 바구니 사이로 빗방울 날렸다


날리는 빗방울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덜 마른 항해의 흔적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고래 울음소리가 들려


그가 장터를 옮겨다니는 것도


바다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푸른 트럭이 처음으로 도로를 달릴 때


그의 머리에서도 바닷물이 솟구쳤다


숨구멍으로 솟아오르던 아슬아슬한 포말


북극이 가까워지면 고래들이 뿜어 올린


물줄기는 소나기구름이 된다고 했다


비린내 가득한 빗줄기 쏟아지고


사내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뒤통수를 긁적였다


푸른 파라솔을 펼치는 사내의 숨구멍에서


더운 김이 조금씩 솟아올랐지만


구름의 길목은 이내 굳게 닫혀버렸다


장이 파하고


사내의 차가 긴 공명을 남기고 떠난 자리


소나기가 새긴 고래가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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