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이 사람] 정근아 문화활동가를 찾아서

인터뷰어 이동고 / 기사승인 : 2016-11-23 13:13:02
  • -
  • +
  • 인쇄
10프로젝트 기획서 작성 등 노트북은 정작가에겐 일상 휴대품이다

프로젝트 기획서 작성 등 노트북은 정작가에겐 일상 휴대품이다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 예술가와 상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최근 처용문화제에서 울산청년축제인 <쩌러쩌러페스티벌>를 기획 진행한 정근아 작가(본인은 문화예술활동가라 불러 달라고 함)를 MOIM사무실에서 만났다.




-홍대에서 ‘도예유리’를 전공했다고 하는데,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인지 설명해 달라.



홍대는 미술대학이 커서 과가 세분화 되어 있다. 흙이나 유리 두 가지 재료에 집중해서 실용공예나 조형작품을 만드는 작업인데 저는 흙을 가지고 입체조형을 만드는 것을 했다.
고교 때는 평면적인 수채화 작업을 했고 대학에서 입체조형을 배웠다. 동구에 작업실이 있는데 작가 여러 명이 빌려서 공동으로 쓰고 있다. 불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장이 아니라 울산에 내려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흙을 이용한 개인 작업은 못하고 있다. 흙 자체는 유연한 재료이지만 불 작업을 통해 전혀 달라지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자기만의 특성을 중심으로 자기 소개를 한다면? 자기 PR도 좋다.



처음에는 단점이라 생각했는데 장점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 있는데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종류도 많고 양도 많다. 여러 곳에서 여러 생각을 하고, 어떤 생각은 계속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TV나 영화를 보면 하나에 몰입해 작업을 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두루두루 관심 분야가 많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장점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 일이 힘들도 지칠 때도 예전에 했던 일, 새로운 생각으로 지치지 않고 하는데 오히려 힘이 되고 있다. 음악, 행동하는 예술 같은 많은 영역으로 연계,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성향 때문인 것 같다. 1년, 1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롭게 바뀌고 순식간에 많은 체험을 해서 지금은 계속 깎이고 있는 중이다. 모든 체험들이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생각이 많은 것은 나에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 작가가 서울에 있다가 울산으로 내려와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MOIM은 어떤 공간인가?



졸업 후에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일반 기업에 들어가기는 싫고 서울에서 월세 등 비용, 그리고 가족들과 떨어져있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울산에 내려와 있다가 MOIM이라는 팀, 뜻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지금 일을 시작했다. 나와 가족이 살아가는 지역에 내가 할 일이 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3인체제로 출발해서 4명으로 늘었다가 현재는 두 명만 남았다. 새로운 사람이 더 들어오면 좋을 것 같아도 조심스럽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이 다르고 내부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나갈 시간이 없었다. 팀 전체로 끌고 가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현재는 각자 자기 활동에 초점을 맞춰 일을 하고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팀원 몇몇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김대성 씨는 현재 북구청 마을활동가로 작업하고 있다.
이 MOIM 공간은 모임활동공간이자 작업전시공간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작은 전시도 열었고 아이들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바깥 활동 위주거나 콜라보레이션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 해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중구 문화의 거리 예술가, 상인들 대상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인 ‘거리 사람들’이다.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난 뒤 상인들 반응은 어떤가?



사실 문화의 거리라고 하지만 문화가 무엇인지 이해도 부족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하지만 참여자가 소수더라도 문화의 거리에 있는 예술가, 상인으로서 어디에 누가 있는지를 서로 알고 교류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강의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뭔가를 나눠 공유하는 일, 참여자들이 하는 일상강연, 예술가들이 서로 가르쳐 주는 방식이다. 햄버거집은 햄버거 만드는 법을, 미디어 예술가는 동영상 만드는 법을 서로 가르쳐주는 식이다. 서울 등 주요 사회문화예술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10MOIM공간에서 거리의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MOIM공간에서 거리의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0쩌러쩌러프로젝트 내용 만드는 사전작업을 시민인터뷰로 진행했다
쩌러쩌러프로젝트 내용 만드는 사전작업을 시민인터뷰로 진행했다



-현재 정 작가는 녹록치 않은 조건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고 알고 있다. 한 달 살아가는 일상을 들려준다면?



일상생활 유지를 위해 플랜B를 가동했다. 돈도 벌어야 하고, 학자금도 갚아야 하고, 생활비도 들고, 단지 작품에만 매달릴 수가 없었다.(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심리미술지도(시간이 길지 않아 좋다)를 하면서 보충을 한다. 작업실에서 주로 기획서를 쓰고 주말도 구분 없이 어디서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번 아웃(burn out,기력이 다 떨어짐) 된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니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제가 저에게 맞는 일이라고 선택한 것이니 어느 것 하나 손을 놓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일상 유지 일과 작품 일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밤 생활을 많이 하는데 작업하고 책이라고 좀 보면 새벽 4~5시가 예사다. 오전은 거의 활동 못하고 오후에 움직인다. 울산의 예술가들 만나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월니를 찾아서’라는 프로젝트인데 북구예술창작소에 레지던스 사업(6개월, 1년 정도 무료로 작업실을 지원해주는 제도)에 참여하는 작가들과 울산의 다양한 예술활동가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 세대를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를 넘어 5포(인간관계, 내집마련 포기)세대라고 한다. 만일 여건이 허락한다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공부를 하고 싶다. 내 작품에 대한 원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 문화예술기획자로서 활동도 했지만 울산에서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체험한 것이 대부분인데 이는 기반을 다지지 않고 행동해 얻은 경험이다. 해외 유학이 새로운 현장의 경험을 공부하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 집중도를 높여 자신이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본다. 알고 싶은 내용(책)이 가득 찬 공간에서 공부하는 일이 지금 원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




-개인적인 작업 내용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제가 끌고 가고 싶은 일은 크게 두 가지다. 문화예술기획자와 작가로서 개인 작업이다. 문화예술기획은 제안서, 계획, 실행, 평가까지 다 책임지는 일이라 마음의 부담이 아주 크다. 잘못되면 모든 비난을 받을 각오로 일하고 이번 처용문화제에 ‘쩌러쩌러’ 프로젝트와 같이 부분 프로젝트로 들어가면 위아래 눈치를 다 봐야 했기에 많이 힘들었다. 아직 그런 점이 서툴다. 분명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프로젝트에 임할 때마다 두려워 도망가고 싶었지만, 또 하고 끝내고 다시 하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개인 작업은 주제가 거대한 것이라든지 대중적 작업은 아니다. 사는 곳이 동구지역이라 큰 공장, 많은 노동자를 보는 것이 일상이어서 별 다른 감흥도 없었고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하나하나 개인에, 개인사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니 애정도 생기고 긍정적이 되었다. 개인의 본질적 이야기를 시각적 표현으로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작업이다. 그래서 지금은 표현보다는 이야기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나 자신의 경험도, 여러 상황이 닥쳤을 때는 떠오르는 느낌을 포착해 작품을 한다. 만들어진 개인 유물이 전시된 개인사박물관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본다. 최근에는 다른 영역 예술가들과 교류로, 해오던 정적인 활동 위주에서 몸을 쓰는 작업을 했고, 음악가와 교류도 하고 다방면 경험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작가로서의 철학을 말한다면?
어떤 역할에 대한 철학은 모르겠지만, 자기 신념은 있다. 생활이나 작품이나 프로젝트 기획을 할 때도 일관되게 흐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작품을 하고 싶다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신이 시간을 내서 하면 된다. 하지만 전시를 해서 사람을 부른다는 것은 나누고 공유한다는 의미다. 이런 과정에서 내 마음, 즉 폐쇄적이고 고립된 자기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어떻게’보다는 ‘왜’가 더 중요해진다고 본다. ‘나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왜 보여주려고 하지?’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고 내보여진 작품의 영향으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내가 왜 꽃그림을 좋아하지? 가치가 뭐지? 왜 전달하려고 하지?’ 등 왜에 대한 의문이 일어나는 것이다. 점 하나 찍는 작품이더라도 작가는 그 점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명확한 자기 개념이 서 있다. 그러한 나의 관심사에서 표현주의보다는 개념주의를 표방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울산은 물질경제 중심의 발전시기가 끝나면 문화예술도시가 될 것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젊은 작가로서 느끼는 울산 문화예술 분위기는 어떤가?



낙관주의자도 아니고, 긍정적으로 상황을 좋게 보지만은 않는다. 과연 물질경제 중심이 무너지면 그 물질중심 생활을 버릴 수 있을까? 반대로 물질적으로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문화예술을 포기하지 않는가? 바라기만해서는 안되겠지만 울산에 곧 만들어질 문화재단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히 있다. 문화예술가들이 작업할 그라운드나 시스템에 있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데는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본다. 자기 작품을 하는 사람, 그 작품전시회를 보러오는 사람 모두 부족한 지역이다. 작업을 계속해온 중장년 기성작가가 있을 터인데 만날 인연과 접점이 없다.




-현재 작품 활동을 하는 젊은 작가를 대변해서 기성세대 혹은 기성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알기론 30~40대 작가 중에서 꾸준히 자기 작업을 해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울산은 대학이 하나고 미술대학도 하나라 작품 활동을 하는 이가 부족하다. 미술대학을 졸업하면 작업을 그만두거나 서울 등 중앙으로 유출되기 일쑤다. 레지던스 생활을 하는 작가들은 출신 학교나 지역이 다 다른데 울산이 고향이거나 울산에 산 경험이 있거나 울산에 정착하신 분 위주다. 최근 북구예술창작소 한 워크숍을 통해 만난 울산의 기성 작가 분과 콜라보레이션 참여자로 작업을 했는데 사람이 움직이는 움직임을 영상으로 담는 작업이었다. 창작소 프로그램을 통해 새 분야를 배워보게 되었고, 또 중년 작가와 연결되어 작품을 한 것이다. 기성세대는 왠지 무섭게 느껴지고 불편했는데 같이 작업을 하면서 대하다 보니 그간 편견이 사라졌다. 기성세대, 중년 작가와 연결된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했던 작업이었다. 경험이 다른 세대라 하더라도 그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울산지역에서 나름 꾸준히 자기 작업을 하고 있는 공간과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서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버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각자 다른 경험들이 존중된다면 이 일이 벅차더라도 풀어나갈 힘을 얻는다고 본다.






EDUCATION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유리과 졸업




GROUP EXHIBITIONS
2013 collaboration project-New order in house전, 마포아트센터GALLERY MAC(서울)
2013 서울현대도예공모전시,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서울)
2014 청년들의낯짝전, 풀밭위미술관(울산)
2015 윌니를찾아서,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울산)
2016 예술노동,노동예술展, 태화강공원, 풀밭위미술관(울산)




ETC.
2014~현)문화예술 단체 MOIM
2015,2016 울산청년페스티벌 쩌러쩌러페스티벌 기획, 처용문화제
2015 꿈다락토요문화학교 ‘풀밭위우리들’기획 및 실행
2016 지역특성화사업 ‘거리의사람들’ 기획 및 실행
2016 게릴라프로젝트 ‘위미ㅤㅆㅠㅤ’
2016 인문도시울산 인문주간프로젝트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