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라 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농성장으로”

용석록 / 기사승인 : 2015-09-24 07: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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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 _ 송연수(35) SK브로드밴드 동울산지회 조직차장


토요일 저녁 7시, 농성장에서?넉 달째 매주 영화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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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이면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농성장에 영화가 상영된다. 지난주에는 5.18 광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가 상영됐다.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파업농성장에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송연수(35) 씨다. 지난 5월 초 <파업전야> 상영을 시작으로 벌써 넉 달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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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수 씨가 울산과학대 파업농성장에서 영화 상영을 하고 있다. ⓒ용석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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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수 씨는 통신업계 SK브로드밴드 노조 동울산지회 조직차장으로 활동한다. 지난해 4월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고 1년 동안 열심히 싸웠다. 그 중간에 연대하러 맨 처음 찾았던 농성장이 바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농성장이다. 송 조직차장은 나이 많은 과학대노조 조합원들이 현관을 점거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젊은 사람도 싸우기 힘든데 50대, 60대가 싸우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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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6개월 가까이 상경투쟁을 했다. 그 기간 동안 오체투지, 고공농성, 본관 점거 등 안 해본 투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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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할 때 6개월 넘게 월급 못 받았어요. 2014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상경투쟁, 4월에 현장에 복귀했죠. 빚도 많이 지면서 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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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차장은 상경투쟁할 때 점심은 국밥만 먹었는데도 노조에 투쟁기금이 바닥이 나는 걸 확인했다. 움직이면 다 돈이었다. 그 때 울산에서 몇십만 원 투쟁기금이 들어왔다. 그들은 그 돈을 정말 값지게 썼다며 고마워했다. “그 덕에 밥 먹고 투쟁했어요”라고 웃는다. 송 차장은 SK브로드밴드 투쟁이 끝나면 지역에 연대투쟁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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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차장은 과학대 농성장에 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 어느 토요일에 농성장을 찾아갔는데 주말에는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영화상영이다. 주말 저녁 영화 한 편 보면 지겹지 않게 시간도 보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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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다가 노트북으로 봤고, 급기야 송 차장은 ‘스마트 빔’을 구입했다. 빔과 스피커, 스크린, 배터리 등 다해서 35만 원 정도 들여서 장만한 기기다. 그때부터 영화다운 영화를 상영했고, 때로는 현대미포조선 KTK 농성장에 가서도 영화 상영을 한다. 장비는 노동조합비가 아닌 순전히 사비로 구입했다. 옆에 있던 과학대노조 조합원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를 제일 재미있게 봤다고 하고, 어떤 이는 <화려한 휴가> 영화는 재미있지만 너무 화가 난다고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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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차장이 과학대 청소노동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집 앞에 장이 서면 과일이든 뭐든 먹을 것을 사들고 농성장에 가곤 한다.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과학대 ‘누님들’ 생각에 먹을 걸 싸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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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차장은 SK브로드밴드 노조 만들던 날을 잊지 못한다. 2014년 4월 16일. 바로 세월호 사고가 터진 날이다. 그때 고객 집에 가면 모두들 세월호사고 장면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송 차장은 눈물을 꾹꾹 누르면서 일했다. 당시 통신업계 노동자들은 TV 장애 고치러 갔다가 세월호 때문에 모두들 우울증이 걸릴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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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차장은 과학대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는 걸 보면 마음이 무겁다. 힘을 주고 싶어서 SK브로드밴드 본조에 연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본조에서 내려와 과학대와 KTK 농성장에서 작은 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송 차장은 “우리는 파업 끝났는데 과학대는 아직도 싸우고 있잖아요. 고공에 올라가지 않아도 흥으로 이기는 좋은 본보기가 될 거에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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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수 씨는 넉달째 영화 상영을 하면서 어느새 울산지역 새' 연대아이콘'이 됐다.?ⓒ용석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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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차장은 요즘 기타를 배운다. 동호회 사람들과 과학대 파업농성장에 가서 공연도 할 예정이다. 그는 “울산과학대와 KTK 농성장에 사람들이 잊지 않고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그들이 승리하는 날, 함께 손잡고 영화관에 가서 같이 영화 보는 것이 소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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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차장은 “우리 노조 지회장 님은 원래 월급을 400~500만원 받았는데 노동조합 하고 나서는 200만원 겨우 넘어요. 민주노조 지키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라고 말한다. 그래도 민주노조 하는 사람이 다 이겼으면 좋겠다. 송 차장 웃는 얼굴은 어느새 ‘지역 연대 아이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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