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안 한다고 그리 야단쳤으니

이윤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 기사승인 : 2020-11-12 0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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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우리 가족은 다섯이다. 다섯 명이 모두 성격이 다르다. 남편은 효자이고, 어른들을 잘 모시며 친화력이 있다. 마음은 여리지만, 효율성을 중시하고 실리에 밝다. 자기에게만 해를 끼치지 않으면 누가 무엇을 하든 그닥 신경 쓰지 않는다.


첫째 아들은 모범생 타입이다. 마음이 여리고 순하며 겁이 많다. 비교적 외향적이고 싸움을 싫어하는 편이다. 눈치도 있어서 내가 둘째에게 화가 나 있으면, 내 눈치를 보고 둘째에게 야단친다. 그래서 사춘기를 미적지근하게 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다정한 청개구리다. 내가 충고랍시고 얘기를 시작하면, 내가 원하는 말의 반대로 대답한다. 아토피 체질에 편식도 심하고 고집도 세다. 이 녀석은 요즘 사춘기에 살짝 진입해, 나와 대화할 때마다 내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하지만 다섯 식구 중 가장 친화력이 좋고 가장 눈치가 없다. 


셋째 딸은 남편의 가장 사랑하는 자식(?)으로 미취학이며 야무지게 말하고 운동 감각이 좋은 편이다. 막내답게 고집도 세고, 욕심도 많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누구에게 얘기해야 하는지 아는 눈치 빠른 아이다.


나는 내성적이라 소수의 사람과 친하며, 음악 춤 등을 즐길 줄 모른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런 성격 때문에 인생의 한 부분을 놓치는 것 같아 아쉽다. 다행히 남편이 노래를 좋아해서, 아이들이 곧잘 노래를 즐겨 듣고 부른다. 하지만 기본 성향이 가무를 즐기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다섯 식구 속에서 나와 남편은 우리가 키워졌던 것처럼 가부장적으로 통제하며 세 아이를 키웠다. 첫째는 부모 말에 순응하며 잘 잘 컸는데, 첫째를 키우듯이 둘째를 키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에게 신경 쓰느라 둘째는 신경도 못 썼으면서 첫째만큼 못한다고 둘째를 야단치고 나무랐다. 둘째는 내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자기 하고픈 대로 해서, 결국 나와 남편 둘에게 혼나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는 점점 더 주눅 들었고, 학교생활도 원만하지 않았다. 악순환이었다. 결국 둘째를 데리고 상담을 갔다. 둘째는 놀이치료를 받게 됐다. 나는 둘째가 첫째와 다르다는 걸 서서히 받아들이게 됐다. 첫째는 기질이 순하고 시키는 대로 잘하는 성격유형이지만, 둘째는 유순하긴 하지만, 자기 색이 뚜렷하고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걸 시키는 대로 안 한다고 그리 야단을 쳤으니 서로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자식은 어리다는 이유로 내게 소속된 물건처럼 내 마음대로 키우려고 했다. 


어른보다 경험이 적어도, 아이는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결정하려고 애쓴다. 어른처럼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지, 인형처럼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을 아이를 키운 지 15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다니 나는 부모 자격이 없는 것인가 하고 자괴감에 빠졌다가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인가 하고 생각을 바꿔본다 


어쨌든 내가 생각이 바뀌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그럼 아이가 달라지고 남편도 덩달아 변하게 되겠지. 그러면 우리 가족의 문화도 서로 존중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 때도 서로 존중하는 가족문화로 시작해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되기를 바라본다. 


이윤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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