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프로젝트 유감! 울산민미협이 먼저 공개한다

윤은숙 울산민족미술인협회 대표 / 기사승인 : 2020-10-09 0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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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총 20억, 구군별 4억 원이 배정된 최대 규모 단기 프로젝트
깜깜이 모르쇠 행정과 잇단 부정심사 의혹에 상처받는 미술인
공공미술의 취지를 깡그리 무너뜨린 현실에 공모안 공개 결정

 

내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진행되는 울산 지역 최대 규모 공공미술 사업이 부정심사 의혹과 부당한 행정처리에 시작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올해 7월 ‘문화뉴딜’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울산 5개 구군 기초단체에서 시행되며 참가단체 공모를 하는 과정에 빚어진 일이다. 


공공미술은 이름이 지닌 뜻 그대로 공공의 미술이다. 미술이 이뤄지고 공개되는 장소도 개인의 영역이 아닌 공공장소로 시민들이 직접 향유하게 된다. 문체부는 ‘예술인 일자리 제공 및 주민 문화향유 증진이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취지’라고 밝히며 ‘주민의 참여·소통, 지역자원 및 지역 스토리 반영 등 지역과 일상을 기반’에 둘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울산에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꿰는 순간부터 많은 말썽이 빚어지고 있다. 공모를 내는 시작부터 부당한 서약을 제시하고, 심사 과정은 완전히 깜깜이로 진행됐으며, 드러난 부정심사 의혹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결국 짧은 공모 기간에도 수준 높은 공공미술의 밑그림을 그렸던 지역 미술인들은 깊은 상처만 안고 말았다. 필자가 속한 (사)울산민족미술인협회도 북구와 동구에서 쓰디쓴 경험을 맛봐야 했다. 여러 부당한 부분에 기본적인 해명을 수차례 인내심을 갖고 요청했지만 무엇 하나라도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심의 결과를 공개하라

북구와 동구, 두 기초단체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에 참가하며 가장 심각했던 것은 어느 곳 하나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 5개월 동안 이뤄지는 프로젝트로 한 기초단체당 4억 원의 예산이 투여되고 참가 미술작가 37명 기준 인건비로 50% 이상이 사용되는 역대급 사업임에도 말이다. 


먼저 심의위원이 누구인지, 어떻게 결정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심의가 진행되기 전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인정되지만 심사 이후에도 깜깜이로 감췄다. 그러나 반대로 동구에서는 선정된 특정 후보와 심의위원 중 한 명이 심의 과정에 밀담을 나누는 것이 목격돼 부정 의혹이 일었다. 또 북구에서는 북구청이 공식 선정단체를 밝히기도 전, 심사 직후부터 심의 결과가 흘러나오기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들은 결국 특정 후보 몰아주기나, 이미 내정된 단체가 있지 않았는가라는 의혹들로 이어지기 충분했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투명성은 더더욱 중요했다. 선정과정에 시비가 붙지 않으려면 공공미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심의위원이 공정한 기준으로 실행단체를 선정하는 것은 기본인 셈이다. 하지만 북구와 동구는 어떤 이유에선지 심의위원 명단 공개를 꺼리고 있다. 심의위원들의 자격은 사업의 성격과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에 선정 결과에 따른 명단 공개는 당연한 것이다. 그래야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참여한 지역 미술인뿐 아니라 시민들도 결과를 수긍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모르쇠 행정, 심의 평가는 국가기밀?

아울러 여러 공모신청 단체 중 선정된 곳이 어떤 이유로 뽑혔는지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무엇보다 울산시민들과 구‧군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것은 공공미술의 기본 성격과 연결되는 것이며,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장소 역시 바로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국가예산을 들어 더해질 공공미술이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 설치된다면 그것은 ‘비싼 돈을 지불한 미술 쓰레기’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 돼야 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선정된 공모기획이 어떤 의미에서 더 낫고, 자신의 지역에 어울리는 지 심의 평가를 공개해 알려야 한다. 


그러나 5개 구군 중 가장 빨리 심의를 거쳐 선정팀을 확정한 북구는 평가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참여 작가에게 부당한 사전합의서까지 강요했다. 그것은 선정에서 탈락한 팀에서 낸 아이디어를 선정된 팀이 사용할 수 있으며, 탈락한 작가팀의 참여 작가들의 연락처 또한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각서로 제출받기까지 했으니 심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돼버린다. 결국 어느 참여단체가 결정되더라도 다른 단체가 낸 아이디어와 지적 재산권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이른바 ‘갑질 각서’를 받은 셈이니 말이다. 


더구나 수차례 북구청 담당과에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심의 평가 내용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기밀도 아닐 텐데 계속 감추고만 있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그리고 부정심의 의혹이 일고 있는 동구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며 발뺌을 해버렸다. 깜깜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정처리는 결국 지역 미술인들에게 두 번 세 번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민미협이 공모안 공개를 결정한 이유

울산민미협은 먼저 신문지면을 통해 북구 공공미술프로젝트 심의에 제출했던 공모안을 공개한다. 북구는 농소지역에 있는 달천철장녹지공원에 한정해 시행했다. 달천철장은 기원전부터 한반도 철기문명이 시작된 곳이자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대 산업화 시기까지 철광산이자 제련장이었던 길고 긴 중요 역사현장이다. 


철장이 수명을 다한 후 주변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되면서, 환경문제가 불거지게 되자 역사적 의미를 갈무리하는 녹지공원이 만들어졌지만 울산시민 대부분이 방문하지 않는 외진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에 주목한 북구청은 15년 이상 계속해온 쇠부리축제에 이어 지역민의 자부심이 될 역사공간으로 재탄생하고자 힘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달천철장의 오랜 과거와 지금 살아가는 울산의 현재를 예술로 잇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울산민미협 공모안이 탈락됐다고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공공미술의 의미를 나누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지금처럼 모든 과정이 비밀스럽게 감추어지고, 의혹만 불거지는 상황이라면 먼저 드러내는 우리의 노력이 상황의 개선을 넘어 지역 예술계의 새로운 숙제로 확장되길 바란다. 


윤은숙 울산민족미술인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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