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정복자는 누구일까?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0-11-11 0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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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전쟁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큰 비극입니다. 전쟁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언제나 죽음과 파괴뿐입니다. 그만큼 회복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요. 전쟁과 관련된 영화나 문학작품은 수도 없이 많은데 하나같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꼭 하나는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상한 그림책이 하나 있습니다.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쟁>입니다. 전쟁과 행복이 어떻게 어울리나요? 어찌해야 전쟁이 가장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을까요?


지은이 데이비드 맥키는 1935년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대표작들은 이야기 이면에 전쟁의 원인이 되는 인간의 본성이나 파시스트적인 면모 등을 그리고 있으며 블랙 유머에도 뛰어났다고 전해집니다.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여섯 사람>도 그의 작품입니다.
 

▲ 데이비드 맥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쟁>(베틀북, 2005)

옛날에 어떤 장군이 다스리는 큰 나라가 있었습니다. 큰 나라 사람들은 자기들이 사는 나라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그 나라에는 전쟁에 나가기만 하면 이기는 힘센 군대랑 커다란 대포도 있었으니까요.

이 책의 그림들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했던 나폴레옹과 그의 군대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이라크 침공을 한 미국과 이슬람의 전쟁을 우화로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2003년 미국이 동맹국들과 일으킨 전쟁의 참상을 마주한 작가가 남긴 비평인 셈입니다. 사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 정복자들입니다. 


2003년 미국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동맹국들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했습니다.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비롯한 대량의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이 명분이었습니다. 이들은 4월 10일 바그다드를 장악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5월 1일 승리를 선언했지만, 전쟁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살상 무기를 끝내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종전 선언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작은 전쟁들이 이어지면서 미군 사망자는 5월 1일까지 138명이었으나, ‘전쟁이 끝난 뒤’ 2011년까지 4300명이 더 전사했습니다.
 


장군은 집에 돌아와서 무척 기뻤어요. 비록 큰 나라가 예전과는 조금 달라 보였지만 말이에요. 밖에 나가면 작은 나라의 거리에서 맡았던 음식 냄새가 풍겨 왔어요. 작은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던 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지요. 어떤 사람들은 작은 나라 사람들의 옷을 입고 있었어요. 장군은 웃으며 생각했지요. “그래, 이게 다 전쟁에서 이긴 덕분이지!”

이 작은 그림책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힘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쟁으로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지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총과 칼이 필요 없었던 작은 나라는 옷, 음식, 놀이, 노래와 특유의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큰 나라 사람들을 물들여갑니다.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그런 것들로 말입니다. 심지어 군대의 최고 지도자인 장군마저도 아들의 입으로 작은 나라 사람들의 노래를 듣습니다.


다시 책 제목으로 돌아와 생각해 봅니다. The Conquerors, 이 전쟁의 진짜 정복자는 누구일까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쟁’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가 궁금해지네요. 전쟁이 남긴 것들을 조금 더 폭넓고 다양하게 알아봐야겠습니다.


황은혜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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