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21-01-07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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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블랙유머와 아이러니의 대가답게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는 묘사와 대화가 독창적이다. 수록된 작품마다 플래너리 오코너가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공인받았다는 명성이 조금도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소설집이다. 특히 표제작인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의 재미와 감동, 충격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최고의 소설로 소개하고 싶다. 


“할머니는 플로리다에 가고 싶지 않았다.” 테네시 주 동부에 사는 친척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서 틈날 때마다 베일리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썼다. “이것 보렴, 베일리. 여기, 이거 읽어봐.” 할머니가 깡마른 엉덩이에 한 손을 얹고 서서 베일리의 대머리에 대고 신문을 요란하게 흔들며 말했다. “뭐가 안 맞는지 제 자신을 미스핏(Misfit)이라고 부르는 사내가 연방교도소를 탈옥해서 플로리다 쪽으로 가고 있다는구나.” 아무도 할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까 가족에게 무시당하면서 가련하게 살고 있는 할머니 이야기인가 생각했다. 


“할머니는 백만 달러를 준대도 집에 혼자 남아 있지 않을 거야.” 준 스타가 말했다. “재미난 일을 혼자만 놓칠까 봐 그러는 거야. 할머니는 우리 가는 데는 어디든 따라온다니까.” 손자의 말을 들어보니 가련한 할머니는 아니었다. 가족을 따라나서면서 몰래 바구니에 고양이를 숨겨 자동차에 태웠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길가 오두막집 대문 앞에 서 있는 흑인 아이를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이 특별히 나쁜 말은 아니지만 왠지 불편해서 문장을 곱씹게 만들었다.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를 봤을 때 그렇게 말할 것 같았으니까. 며느리가 실내복에 머리를 묶었지만 할머니는 드레스 차림에 챙 넓은 모자, 제비꽃 조화를 꽂았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독자들은 할머니가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바비큐 집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사는 게 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지난주에 젊은 녀석 둘이 크라이슬러를 몰고 온 적이 있거든요.” 레드 새미가 말했다. “낡긴 했지만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데다가 인상도 선해 보이는 아이들이었어요. 근처 제재소에서 일한다면서 휘발유를 외상으로 넣을 수 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외상으로 달아주었지 뭡니까? 제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할머니가 대답했다. “그야 댁이 좋은 사람이니까요!” “네, 부인. 그런 거 같네요.” 레드 새미가 뜻밖의 대답에 놀란 듯 멍한 얼굴로 말했다.


가게에서 나온 가족은 할머니의 거짓말 때문에 보물지도를 찾으러 가느라 방향을 바꾼다. 농장으로 가는 울퉁불퉁한 길에서 자동차가 전복된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던 탈옥수 미스팃 일행과 맞닥뜨리면서 소설의 분위기는 즐거운 휴가여행에서 선과 악의 대결로 급변한다. 


미스핏 일당은 전복된 자동차를 수리하는 동안 할머니 가족을 차례로 숲으로 데리고 가 총으로 쏴 죽인다.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할머니는 미스핏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미스핏이 자신의 억울함을 목이 쉬도록 얘기할 때마다 기도하면 구원받고 되돌릴 수 있다고 애원한다. 


소설 전반부까지만 해도 할머니는 수다스럽고, 타인에 대해 편협하거나 세상일에 좁은 소견을 가진 철없고 어리석은 할머니였지만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끔찍하지만 우리도 그럴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였다. 그런데 최악의 악당 미스핏과 대결하는 상황에서 할머니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이 어느 순간부터 당시 주류였던 가톨릭교회를 풍자하고 있었고, 죄와 벌에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연상하게 만들어서 할머니의 말과 행동에 분노가 치밀었다. 기도하자고 할 때마다 한 명씩 죽으니까 웃음도 터져 나왔다. 막다른 상황에 몰린 할머니가 미스핏에게 “당신은 내 아기,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순간 미스핏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할머니의 가슴에 세 발의 총을 쏜다. 


“정말 말 많은 노인네였어요, 그쵸?” 바비 리가 요들송을 부르듯이 묘한 소리를 내며 도랑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누가 1분에 한 번씩 총으로 쏴주었더라면 평생 좋은 여자로 살았을 텐데.” 미스핏이 말했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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